“오빠 어디 갔다 와?”

기영이 집에 들어오자 그의 동생 지영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의 부스스한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 편안한 옷차림이 그녀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냥 밖에. 청소 했어?”

기영이 몰라보게 깔끔해진 집안을 쓱 둘러보며 말했다.

“응. 조금 지저분하길래.”

“점심은 먹었어?”

“그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집에는 언제 온 거야? 왔다고 문자라도 했으면 더 서둘러 왔을 텐데.”

“괜찮아, 한 12시쯤? 오빠랑 점심 먹으려고 왔더니 없길래 라면 끓여먹었어. 근데 오빠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 거야? 먹을 게 하나도 없던데?”

“얼마 전에 다 먹어서 그래.”

“오빠 우리 장 보러 갈까? 내가 맛있는 거 잔뜩 골라줄게.”

“그래, 옷 좀 갈아입고 가자.”

“오케이.”

“안녕하십니까?”

마트 안으로 들어서자 단정한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며 외쳤다.

“와, 확실히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 정말 많다.”

“그러게, 많긴 많다.”

기영과 지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트 안은 마지막 세일기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알뜰 구매족과 온 가족이 나들이 겸 장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오빠 우리 뭐부터 볼까?”

매장 안을 둘러보던 지영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우리 사람도 많은데 먹을 것만 사가지고 얼른 가자.”

“오빠 옷 안 필요해? 여기 남성복 매장 있다.”

“많이 있어.”

“그래도, 셔츠 하나 골라줄까?”

“아냐.”

“오빠! 오빠 이불 춥지 않아? 여기 이쁜거 많다.”

“아냐. 지금 있는 걸로 충분해.”

“그래?”

“응.”

“오빠 접시랑 반찬 통이 조금 부족하지 않아?”

“있어도 안 쓰는데 뭘.”

“그러고 보니 오빠 요즘 뭐 먹고 사는 거야? 집 안에 먹을 게 너무 없던데?”

“얼마 전에 다 먹어서 그렇대도.”

“아, 맞다 아까 얘기 했지, 그럼 우리 먹을 거 있는 데로 가보자.”

“응. 참 취업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사실은 얼마 전에 면접을 봤는데, 결과가 나오려면 조금 기다려야 해.”

“응. 좋은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줘.”

“당연하지!”

지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저기 라면 세일한다!”

기영과 얘기하던 지영이 저 멀리 쌓여있는 라면 더미를 보고 쪼르르 달려가며 외쳤다.

“뛰어다니지마 힘들어.”

쫓아가던 기영이 푸념하듯 말했다.

“오빠, 마실 것도 좀 사자.”

지영이 커다란 오렌지 주스 한 통을 집으며 말했다.

“야, 오렌지 주스는 너만 좋아하잖아.”

“아, 맞다.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더니 안 되네.”

지영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주스를 내려놓자 기영도 따라 웃었다.

주위가 시끄럽고 산만했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들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빠! 군만두 살까?”

지영이 노릇 노릇 군만두를 굽고 있는 시식대 쪽으로 달려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