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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
2015-02-07 오전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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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대를 그다지 먹어보지도 않고, 따라서 좋아할 기회도 없었는데
오늘 테레비를 보니 남남북녀에 주인공의 아버지가 요리사라서 순대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다.
창자를 처리하는 방법을 보니 법제라는 말이 생각난다..
처음으로 법제라는 말을 들은 것은 아마도 죽염생산법에 관한 글을 보면서가 아니었나 싶은데
대나무 통 안에다가 소금을 넣고 아홉번을 굽는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게다가 그때의 불이 거의 1천도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일상에서 1천도가 구현된다는 것도 생소했고
소금을 정제하는 데에 아홉번이나 새로 구워야한다는 것도 새로왔었다..
아홉번을 1천도에서 구우면 그게 소금일까?
연금술에 대한 생각을 안해볼 수가 없었다..
처음에 돼지 창자에 묻는 불순물에 딸이 놀라지만
이내 익숙해지는 것이
뒤집어서 씻어내고, 이게 일차다.
다음에 소금을 가지고 씻는다. 이건 아마도 빡빡 씻어준다는 뜻일 것이다.
다음에 밀가루로 씻어준다. 이건 곱게 씻어준다는 뜻일 것이다..
다음에 된장으로 버무려서 씻는다. 이건 아마도 다른 계통의 재료를 가지고 다시 중화시키는 기술일 것이다..
이런 네 단계를 원리적으로 여러 시간 씻어내니
아마도 이 정도라면 이미 돼지창자의 부정적 측면은 상당히 제거되었을 것이다.
그런 비닐 튜브에다가 온갖 재료들을 넣어서 아마도 익히는 모양인데
김밥과 비스한 점이 있지만
김밥의 경우 익은 재료를 가지고 상온에서 싸주지만
순대의 경우 외곽의 튜브가 튼실하므로 다양한 재료를 충분히 쪄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사이에 외곽의 비닐튜브는 부드러워서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고
속의 재료들은 소화하기에 좋아질 정도가 될 것이고
또 일부는 재료끼리 서로 어울려서 숙성되는 면도 있을 것이다..
소금을 900도 정도에서 아홉번을 구우면 이미 소금이라고 하기 힘들 것처럼
돼지 창자를 여러 시간 다양한 재료로 씻어서 재료들을 잘 활용해서 찌게 되면
이것도 시작지점의 곱창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탱자가 강을 건너면 귤이 된다고 했던가?
변화와 법제, 불과 재료 등에 대한 좋은 감상의 시간이었다..
그러고보면 마음에 관해서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전식득지라고 하는데
분별을 주로 하는 의식 혹은 식들이 원천적인 진여와 잘 어우러지면
각각 특성이 다르지만 모두 바탕의 지혜로 전환된다는 개념인데
6식은 묘관찰지, 7식은 평등성지, 8식은 대원경지, 5식은 성소작지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식들이 모두 지혜로 전환되는 것을 의지처가 바뀐다고 해서
전의,라고 특칭하기도 한다..
결국 요리가 일종의 연금술이라고 볼 수도 있고
연금술의 심학적 버젼을 유식학이라고 본다면
요즘 유행하는 요리먹방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전식성지의 원리도 더욱 사랑스러운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전식성지는 생의 주제이고, 먹방은 수단인데
수단이 주제보다 강조되는 것은 원래 인간세상의 기본전도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돼지창자가 쓸모있는 재료로 변하는 모습이 볼만 했는데
순대는 익숙하지 않으므로, 앞으로라도 친근해질 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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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