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울
2013-04-14 오후 10:59
조회 4202추천 1 프린트｜스크랩
|
|
|
|
저녁을 먹으면서 테레비를 보는데, 드라마를 하고 있다.
아이유가 이미숙에게 연기수업을 받고 있는데, 묘한 장면이 등장한다..
이미숙은 드라마 속에서 연기자인데, 젊어서 한 연기 중에 불만족해서 잊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은 울 장면이 아니라고 느꼈지만, 감독이 울라고 해서 울고 말았지만, 세월이 흘러도 그게 그럴 장면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그 장면을 연기수업하는 애들에게 숙제로 내주고 드라마 속의 아이유가 하는 모습을 보는데
이순신은 그 장면에서 울기보단 낄낄대면서 웃는 느낌을 표현한다..
이 미숙은 꼬마의 대응이 의아해서 왜 웃느냐고 묻고, 순신은 울기보단 웃는 것이 더 슬픈 것 같다고 말한다.. 오랜 의문이 풀린 것이다.. 송미령은 오랜 만에 동지를 만났다..
나이가 들어서 어린 사람들의 천연스런 감성에 찬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은 그들자신도 어린 시절에 그런 감성으로 성년들을 놀래낀 경우가 있곤 했지만,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그런데 밥을 먹으면서 묘하게 느낀 것은 그게 아니라..
아이유가 그 장면을 드라마 속에서 표현할 때에 이미숙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 장면에는 참 여러 시선이 모여있는 것이다..
지금 이순신 역을 아이유가 연기하는데, 그 대본을 쓴 사람이 드라마 속에도 있다고 가정되어 있고, 또 내가 본 그 드라마를 쓴 사람은 따로 있기도 하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그 대본을 울라고 시킨 감독이 가설되어 있고, 내가본 그 드라마를 감독하는 피디도 있고 있다. 그 와중에 아이유는 이순신역의 그 장면을 연기하는데
그 모습을 송미령 역의 이미숙이 본다.. 지금 드라마 속의 이순신도 연기수업 중인데
실은 아이유도 이미숙의 입장에선 수업중인 꼬마에 불과하다.. 이 경우
연기중인 이미숙은 이미숙이면서 송미령인데, 그의 눈에는 이순신도 보이고 아이유도 보이고
이전에 감독이 시킨대로 울었던 자신의 젊은 영혼도 보일 것이고, 그게 아쉬운 지금의 자신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미숙에겐 지금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송미령의 입장도 보이고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는 피디도 보이고, 그 대본을 쓴 지금 작가도 보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에 앞서서 후배연기자에게 자신의 그 아쉬움을 송미령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 장면에는 드라마 속의 연기자 최연아도 참여하고 있고, 그런가 하면
최연아 역을 연기하는 그 현실의 연기자도 참여하고 있다..
어려서 거울에 거울을 처음 비추어보았을 때에 놀라운 느낌이 있었다..
내가 든 거울이 벽 속의 거울에 비추이는데, 벽 속의 그 거울 속의 내거울 영상 속에는 다시 내 거울이 있고, 또 있고, 또 있고, 또 있고, 있고, 있고,
무한이라는 것은 인간의 망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 거울의 되비침은 일단 이론적으론 끝이 있을 수 없다... 머릿 속의 무한은 망상일 수 있으나 눈앞의 거울은 무한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오늘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어려서 그 거울 모습이 떠올랐다..
현재 확인된 은하의 숫자가 대략 수천억개 정도 된다고 들었다..
만약 그런 다수의 은하가 정말로 있기만 하다면 무언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구체적 공정과정은 다르더라도, 무언가 거울이 거울을 비추는 식의 복합의 기술이 연루되어 있다면 보다 현실성이 강할 것 같다..
장인정신으로 한땀한땀을 모아서 수천억개의 은하가 실존한다면 좀 너무한 것 같다.. 뻥튀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
|
|
|
|
|
|
|
|
|
|
|
.png){kind=logo}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