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화창하여 더욱 을씨년스럽고 푸른 하늘마저 냉기가 돈다.
겨울이라 모든 게 차갑게 느껴지는 계절에 우리는 무엇으로 마음을 녹여야 하는가.
꽁꽁 얼어붙은 서민경제에도 거의 보지 않지만 간간히 지나치며 듣고 보는 TV에서
공무원의 해외연수 소리가 귀를 얼게 하고 파렴치범들의 행각이 입을 얼게 하고 탤런트
정치인들의 뻔뻔한 미소가 눈물이 눈을 얼게 한다. TV를 끈다.
띠리리리.
여보세요. 네. 그런데요?
^%*&%$#@.............................!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견적이 나왔다며 상조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다.
견적 ?
누구 입에서 먼저 나왔는지 담당자와 나는 견적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견적으로 끝낸다.
담당자가 먼저 유도한 것 같아 괘씸하게 생각 했다가 무심코 내입에서 먼저 나온 것 같기도 하고
해 갈리기도 했지만 그것을 가지고 다시 전화를 걸어 시비를 가린다는 것도 우습다
지난달 거의 한달 동안 할머님이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시고 요구르트와 물로만 살았다.
119를 세 번이나 불렀지만 죽어도 안가겠다는 고집에 번번이 돌려보내고 불안한 마음에
상조회사에 절차를 물어 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견적이라는 놈이 불거졌고 새삼 죄스런 맘에
할머니 방에 들어가 이것저것 물어보다 가슴에 손을 쑥 밀어 넣는다. 따뜻하다.
이눔아 찹다 얼릉 얼릉.
뭐. 100살 묵은 찌찌도 아직도 탱탱 하구만.
내는 안 아퍼데이 걱정하지 마레이. 내는 아무데도 안간다. 여기서 죽을끼다.
그래 그래 맘대로 하소. 누가 갖다 버릴까봐 ...
내는 니만 믿는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믿는데이. 니가 내땜에 고생이...
또 목이 메인다.
어머님이 고생 하시는데 나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돈 많이 벌어 오는 것 밖에 없는데
그것은 내 인생의 옵션이라 출고 될 때부터 장착되지 않았나 보다. 내 인생 달구지는
그저 소 한 마리에 달구지 하나 걸쳐 요령도 요행도 없는 성실한 업장탕감의 보직만
받았고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으로 감사하고 죽이지도 않고 시련은 있어도 절망은 없다.
이제 갈길 없어 여기서 접으려 하면 또 기사회생 시켜 우리의 인연을 달구지에 싣는다.
비포장 인생길을 덜커덩 거리며 흔들흔들 달려왔다
쎙쎙 거리며 지나치는 차들은. 그 안의 사람들은 나를 보며 자신들에겐 일어나지 않을
가상의 시나리오요 미루어 짐작하는 고통으로 자신들의 안락함을 더 높이는 위안거리나
어쩌면 잠시 머물고 사진이나 찍을 거리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뭔 대수겠나.
이랴 이랴. 덜커덩 덜커덩...
할머님이 먼저 가실지 아버님이 먼저 가실지 순서는 모르지만
아마도 줄초상을 치를 것 같고 이왕에 말이 나온 김에 아버님까지 뽑아보라 했었다.
이리저리 하면...#$%$#&^$
요래조래 하면...$#%@^%$
앞이 캄캄하다.
그동안 길흉사 쫒아 다닌 것도 대충 잡아도 천만 단위는 되는 것 같은데 지금 만남이
이어지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고 나머지는 환경이 변함에 따라 연락두절이고 할머님은
그나마 외할머닌데 다가 한 달 후면 100수라 주변에 살아 계시는 분도 없을뿐더러
누구에게 연락하기도 명분이 약해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어머님과 동생들만으로.
장육사를 다녀왔다
모쪼록 할머님 건강하시게 100수만 하시고 내년엔 좋은날 잡아 자는 잠에 가시라 빌었다
호래자식.
그래 나는 이제 호래자식이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나는 효자가 아니다.
그저 내 부모 내 인연이 안타까워 성실하려 했을 뿐이고 비바람 피하고 세끼 공양이
전부였으며 때로는 섭섭하게도 했고 실망도 시켰다
이제는 정리를 할 때가 온 것이라 생각한다.
호래자식의 염원은 차례로 보내야 하고 할머님이 가시고 숨 좀 돌리고 나면 우리의 악연
아버지도 가시고 그리고 어머님은 고생 하셨으니 한 사람당 10년씩 수당을 받아 20년쯤
더 사시다가 가시면 선달이도 80에 가면 될 것 같다.
이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견적서를 뽑아놓고 멍청한 일요일을 맞고 있다.
한해가 가고 있고 나름의 견적을 뽑아 보았다.
인생은 차지하고라도 한해 살림은 왜 매번 적자와 후회로 계산이 나오지 않는가.
또 심기일전을 외치고 내년을 기대하며 수많은 가능성을 붙들고 애원해야 하는지.
올해도 무사히 지나왔고 몸 건강히 보낸 것에 감사하지만 조금은 하는 마음이.....
여러분의 중간 계산서는 견적은 어떻게 나왔는가.
부모님께 사랑의 견적서 함 올려 보심은 어떠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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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했던 2009년 아홉수(?)를 넘기며 둥글게(?) 2010을 맞이하기위한
염원의 일환으로 변함없이 우리재현님이 20억. 그리고 대팔님이 10억(추정)^^=
찬조를 하시어 년말 이벤트를 열고저 합니다.
방법은 4행시 백일장으로 추후 자세히 공지 하겠읍니다 .
조금만 기다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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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소라네
화려한4급
내사랑미숙
★캔커피★
沙里
이끼그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