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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성칠조
2014-08-11 오후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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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록을 보는데, 이런 질문을 해놓았다..
- 세계가 이렇게 광활한데, 어째서
종소리만 들리면 칠조가사를 입는가?
이게 무슨 말일까?
아마도 번역을 해보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세계가 이렇게 횡한데
아침에는 알람을 듣고 일어나야 하고, 아홉 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고
오후가 느슨해지면 마음은 벌써 퇴근 후의 일을 하고 있다..
종소리에 따라서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탑의 시계종소리에 따라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어느 늙은 싸부가 밥그릇을 들고 식당을 향하는 모습을 보고 젊은사람이 중얼거렸다..
아니 아직 종도 안쳤는데, 저 노장이 어딜 가는게야?
그 말을 듣고는 전설적 노승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자기 방으로 돌아가버렸가는 이야기..
거기에 뒷이야기가 붙어서 전해지기도 한다..
앞은 이야기의 구조를 보면, 아무래도 강조점은 세계가 광활하다는 곳에 있는 듯도 하다.
세계가 그리도 광활한데, 그것을 주제로 삼아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도리어 종소리에 칠조가사를 입고 산다는 것이다. 다소 모순된 장면인 셈이다..
옛날에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따금, 대학을 가야 하나? 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가 있는데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반에서 노래 잘 하던 친구 하나와 버스를 같이 타고 귀가를 하는데, 날더러 하는 말이, 산다는 게 좀 허무하다고 생각 안하나? 라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그 얼마 전에 고성이 포함된 멋진 노래를 불러서 학교에서 공인되는 바람에 나름 매력을 떨치고 있어서인지 마음이 조금 편했을텐데, 그래서인지 저런 속내를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광활한데, 여기에서 말하는 세계는 요즘 말하는 세계보다 조금 더 광활할 것이다. 오바마나 푸틴이 설쳐대는 세계보다 조금 더 본원적 느낌이 있으니 말이다..
한안일성이 려장천한다고 할 때의 장천에 가깝다..
대개 기러기가 장천에 운다고 할 때에 비중은 아무래도 장천 쪽에 있기 쉽다.. 기러기는 장천이 죽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는 지시기능이 강조된 것이므로, 아무래도 비중은 장천에 있다.. 세계는 광활하니 작은 총명함에 길을 잃지 말라는 말이라고나 할까?
세계가 그토록 광활한데, 너무 일이 많으면 사는 게 재미가 없다.. 그러니 구조를 보면 광활함이 우선되어야 좋을 것을, 많은 인생의 비중은 칠조가사로 상징되는 쪽에 치중되기 쉽다.. 그러다보니 남들의 칠조는 생각해줄 겨를이 없어진다.. 자기 멘탈에 푹 빠지면
남의 일상을 봐줄 겨를이 없다.. 남의 시간에 대한 댓가는 볼 겨를이 없고, 그저 조금이라도 지 돈은 아끼려고 한다. 아무런 논리도 없는데, 왜냐하면 논리라는 것은 함께 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의 논리도 같이 생각해고, 또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
세계의 광활함을 또 고려하게 되면, 갈수록 말을 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니 단정적 표현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마도 노자 같은 글을 보면 밤낮 ...인 듯하다.. 라든가 ... 같다.. 등의 덜떨어진 표현이 거의 매 장 나온다..
선악이 개오사라든가, 혹은 새옹의 말 이야기가 아마도 그래서 나온 것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실하게 사는데도 그 공동체의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엔, 세계의 광활함 쪽에다가 비중을 좀 두어야 하는데, 대개 잘 안된다.. 왜냐하면 수천만이 날마다 칠조가사를 입어야하기 때문이다. 원래 칠조가사로 구성된 모든 문제가
세계의 광활함을 근거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종내에는 세계의 광활함을 도입하지 않으면 최종적 해결은 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의 대부분의 인생은 칠조가사의 변용조작 강탈왜곡을 통해서 어떻게든 적당한 선에서 해결해보는 데에 거의 할애된다..
세계의 광활함이 현실적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다보니 칠조 중에서 한 두조의 옷, 그 속의 염색문제라든가 혹은 실의 짜임과 소재 등에서 논의의 한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심지어는
바둑과 같은 고매한 게임에서 상당한 수준을 갖춘 인간들조차도, 그 판이 불리하면 갑자기 접속을 끊고서 판을 무효화하려는 수작을 부리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세계가 광활해도 시간이 되면 미터기는 작동을 하게 되고, 노인은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세상을 떠나도록 인간이 사는 것도 세계가 광활함을 알기 위해서이고
혹은 미터기가 작동을 하는 이유도 세계가 광활한 것을 알기 위함일 수도 있지 않은가?
시계탑의 종이 울린다.. 뎅... 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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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보라.
이것이 둘 없는 말인가.
둘이 있는 말인가.
無二堂別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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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자객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