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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록
2013-06-07 오후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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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록의 행록을 보는데, 눈에 띄는 구절들이 좀 보인다...
-태평은 장군이 이루는 것이나 장군은 태평을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 이 구절은 이전에도 접한 기억이 나는데
일테면 싯달타가 열반을 이루었으나 열반을 이루고보니 자신은 이미 싯달타가 아니더라,는 식의 표현인 것 같다.. 참 묘한 비유이다..
** 활매,라는 표현도 보이는데 산채로 매장한다는 말이다..
가만보면 모순된 측면을 결합한 것이다.
매장을 했으니 살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활매이니까 아직 살았다.. 활매라는 표현은 임제스님도 하고, 서옹스님도 하고 있는데, 가령 서옹의 경우 이런 comment를 하고 있다.
- 황벽단제를 어지러운 산 중에 산채로 묻으니
위대한 가풍규율이 천고를 비춘다..
** 살조를 했으니 일체법을 모두 묻었다. 한물건도 남은 것이 없다. 그 덕분에 위대한 가풍이 천고를 비추게 되었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눈앞의 그 황벽단제는 또 누구이고, 활매를 외치는 그는 또 누구인가? 한물건도 없는데, 여전이 목소리는 더 크고 가풍은 더 빛난다.. 이런 것을 두고 활매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 좀 더 뒤로 가니 야로염화만국춘,이라는 comment가 보인다..
촌놈이 꽃을 쳐드니 온누리가 봄이라는 말이다..
해수일미,라는 표현이 있는데, 성품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본질이면 만물도 본질이다.라는 것이 된다. 바닷물은 어디서나 동일한 맛이므로, 화성까지 탐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서
봄을 찾아서 긴 세월을 방황하고 돌아왔더니 자기집 뒤뜰이 봄이더라,는 이야기와 비슷한 말이 된다.. 하물며 뒤뜰조차 필요하지 않다면...
** 서옹스님의 표현 중에 래설시비자가 편시시비인,이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이전에도 본 기억이 나는데, 와서 남의 시비를 논하는 자가 바로 시비를 지금 일으키고 있다는 말이다.. 참 묘한 말이다..
이런 원리를 적용하면, 위험한 세상은 여전히 위험하기 쉽다.. 왜냐하면
위험한 세상이 장군의 힘으로 태평하게 되고나면, 이미 장군은 그 태평을 보지 않는다고 치자.. 그러면 그 태평의 가능성과 과정을 전해줄 장군은 세상에 없어져 버린다.. 새벽별을 보고 싯달타가 깨닫고 보니 이미 싯달타는 없어져 버렸다.. 모든 시비를 벗어난 그는 더 이상 비시와 생사를 논하지 않고 떠나버렸다고 치자.. 그러면
더 이상 시비를 벗어날 그 묘한 활매의 길은 전해지지 못하여, 다시 만국에 봄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
** 밤에 테레비를 보다가 신기한 말을 들었다.
이효리가 하는 말이, 20대의 10년 간 항상 아쉬웠던 것이
너는 지금 그대로 좋다,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지금 모두가 미스 코리아라는 노래도 그런 발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이다..
방송에 함께 나온 효리의 멘토라는 사람은 말하길, 잡초는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잡초나 정초냐 하는 것은 인간들의 이해관계일 뿐이라는 말이다.. 이것도 예사로운 말이 아니다. 호오에 대한 발상이 호오를 만든다고 말하였던 노자의 제 2장을 빼다 박았다..
그 다음에 가수를 하던 이지연이라는 요리사가 하는 말이
평생에 기회는 세번 온다는 말이 있지만, 실은 기회는 날마다 온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도 정말 놀라운 말이다..
그녀는 나이 마흔이 되어서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취직한 곳에서의 일은 양파를 다듬는 것.. 보수는 일당이 10불 정도였다는데
처량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나 생각을 고쳐먹고는
양파까기에 최선을 다했더니 그 맥락이 잘 이어져서 지금 식당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1년 매출이 250만 달라, 25억에 달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모든 성과가 양파다듬기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노자 63장의 해설이나 다름없다.
노자는 말씀하길, 큰 일은 그 작음에서 하고
어려운 일은 그 쉬움에서 도모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지연의 양파다듬기나 구조가 동일하다..
이 지연은 날마다가 기회라고 하였지만, 실은 매 순간이 기회라는 뜻이 되고, 이를 확대해석하면 매 순간이 기적의 순간이다.
방거사는 말하길, 신통과 묘용이 운수와 반시라고 노래하였는데
이 말은 바로 모든 일이 신통, 즉 붓다의 행위라는 말이다.. 불성의 표현이라는 말이다.
매 순간이 기적의 순간이라는 이지연의 말은 바로 방거사의 게송을 시간적 version으로 바꾼 것이다. 오늘 밤에는 적어도 테레비 안에서 가수들이 나와서 법문을 한 셈이다..
물론 그러한 발상이 보다 보편화되는 과정을 거치면 좋겠지만, 적어도 그 표현들이 기적의 해설인 것은 틀림없다.
효리는 있는 그대로 좋은 것이라고 노래하였고
그 친구인 영배 씨는 잡초는 다만 인간의 분별이라고 설법하여 주었고
전직 가수 이지연 씨는 매 순간이 기회이고 기적이라고 법문하였다..
있는 그대로 좋다는 말은 역시 방거사가 제기한 공안도 있다.
방거사가 깨달음을 얻고 처음 방문한 선사는 그의 안목을 높게 평가하여 그 학인들에게 배웅을 하도록 했는데, 일주문을 향하고 있던 때에 눈이 펄펄날렸다..
방거사는 말하길, 호설편편불락별처,라는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좋구나, 하나하나가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는구나.. 라는 말이다..
이효리의 노래나 취지가 전혀 동일하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테레비에서 이런 놀라운 이야기도 접하는구나..
휘날리는 눈송이에 대한 방거사의 공안은 벽암록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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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