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독 하늘은 푸르다

저 파란 하늘을 우러러 나는 가끔씩 마음을 저울 질 한다.

착한마음. 슬픈 마음. 부끄러운 마음. 감사한 마음. 원망하는 마음...

그러다 때로는 외로움의 빈 낚싯대를 휘두르다 그리움 하나 건져 올린다.

지금 힘들다 느끼니 문득 그리움이 더했나보다

얼굴들이 겹치더니 둘로 나누어진다.

석양에 긴 그림자 드리우고 떠난 풍선 곰 만석이형.

언제나 나에게 고맙게 하고도 늘 나에게 고맙다 하신 울 할미.

다시 번져가며 파란하늘 빨랫줄에 수많은 그리움들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빨주노초파남보.

그래 

멀리 보니 그리움이요 가까이하니 남은 성가심과 오해들.

나를 진정으로 믿어주고 사랑해주던 얼굴들은 그리움이 되어

저 푸른 하늘에 매달렸고

이제는 견디고 이해하고 감수해야 할 것들만 주변을 맴도는가.

그래서 나는 먼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 진 것인가.

그렇다면 하늘을 보자

저 먼 하늘을.

그리고 마음껏 그리워하며 오늘을 이해하자

유아독존.

나는 나에게 나일뿐 나 아닌 것에는 숙주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음인데

누구를 이해하는 것 마저 오만이리라

그래 

차라리 등을 돌려 보지 말고 천천히 걸어 조금은 멀어지자

그리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웃어주자

그리운 이들이 안심할 수 있게.

그렇게 멀리보기를 조금은 멀리서 보는 연습을 하자

지금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 나의 손이 닿지 않게 하자.

그래서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그도 바로 느끼지 못하게 하자

조금은 허기질 때 그리고도 조금 더

혀의 유혹도 오장육부의 성화도 잠시 외면했다가 응석 울음이 그치면

그때 슬며시 손을 잡아 당겨주자.

참으로 힘든 세월이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지나간 세월은 지금 내 인생 저울에 눈금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사소함이 천근만근 짓누른다.

화를 삼키려 술을 마셔도 부평초 같은 마음은 술잔 위를 떠다닌다.

못 견디게 울화가 치밀러 술잔을 쓰러뜨리면 바닥에 쓰러져 팔딱이는

애처로움이 더욱 슬프게 한다.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문득 그리움 빨래를 하나하나 걷어내려

무릎밖에 얹어놓고 차곡차곡 접으며 추억도 같이 접어간다

그리고 소복하게 쌓인 그리움을 가슴에 꼭 품어 온기를 느껴본다.

그래 이제는 하늘을 보며 살아가자.

좀 멀리 보며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자

별이 지고 달이 스러진다.

하얗게 지샌 밤 그리움의 무릎 위로 내가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