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윈난성 쿤밍 모택동식당, 아이카7기 미얀마팀 경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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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奉事9, 洋風靑年(양풍청년)
Story teller는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 무기가 있다.
캐나다에 다녀온 애기들이 선물한 아주 귀한 선물, 예쁜 철제 옛날 담뱃갑 모양 속의 메모 첩. 작은 볼펜이 앙증맞게 달려서 열리고 닫는 것을 막아주며 키 역할을 한다. 누구나 들고 다니는 핸드폰도 녹음기능이 있어서 중요한 순간에는 녹음 단축번호를 누르면 되는 것은 알지만 주로 술 취한 경우가 많아 엄두도 내보지 못했다. 주제나 제목이라도 메모를 해 놓을 요량으로 메모 첩을 양복 안 가슴속에 넣고 다녀보지만 정작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Log book, 거창한 단어인지는 몰라도, 사막에 떨어진 비행기 속의 조종사는 생존을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하며 log book을 매일 작성한다. 그의 말라버린 사체와 같이 발견되는 log book은 그가 어떻게 얼마나 처절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했었나 기록으로 보여준다.
다만 한가지 더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 더 한가지의 이야기를 추가한 것뿐이겠지.
메모 첩과 log book, 핸드폰의 녹음기능, 다양한 세가지 무기를 지녔으면서도 그는 항상 아쉬움을 느낀다. 어젯밤 그들과의 대화에서 감명 깊게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겨놓고 싶었던 그 말들이 기억을 못하리라 짐작하며 제목이라도 기억을 해두려 그리 애썼건만 이젠 아무것도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다.
아 한가지가 더 있었지.
내가 쓴 글들의 제목을 listing을 적어 놓은 몇 년 지난 다이어리가 하나 더 있지.
소설가,
멋진 말이긴 한데 쉽지는 않은 길 같다.
감명 깊었던 기억에 남는 후손에 알려야 할 소설가가 누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이문열 진사라고 한때 한양에서 날렸다는 인사가 있긴 하지만 그도 요즘은 청국에 피란 가있다던가.
외국작품이 늘 놀라움을 준다.
남색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드라마 속에 공감을 자아내며 전개되는 스토리는 심정적으로 거부를 할 수 없다. 남 녀의 문제가 아닌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선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 사는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할 줄 아는 품위를 아는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근대의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해 될 수 없는 스토리이지만 현대의 개념으론 새로운 모레일의 제시일까?
맞아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긴 하겠지.
심 봉사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맥 빠져 앓아 누운 고을원님이나 마을사람 눈치만보는 새로 임명됐다는 육방아전들이나 모두 마뜩치 않고, 몇 년 전 견 생원과 백 진사 사이에 벌어졌던 필화와 유사하게 최근 작당하여 입방아 찌어대는 주막집 객손 글쟁이들도 괘씸하기 짝이 없다.
내가 포청천이 같은 판관도 아니고 고을 원도 아니니 시시비비를 곡직을 가려줄 명분도 이유도 능력도 없지만 그저 조용히 굴러갔으면 싶다.
요즘은 서학 하는 코쟁이 밑에서 수학했다는 양풍청년들조차 원님 욕에 가세했다니 말세이긴 말세이지. 하긴 뒷산 절 집 젊은 중놈들도 주지스님 내락도 없이 서학쟁이들과 어울려 같이 목청을 돋운다니 참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긴 했다.
청이 젖 대주는 뒷집 용인 댁도 고생이 말이 아니다.
만화정에 나가 내기바둑에 놀이 걸어 용채 마련하는 작은 재미를 탓하고 있다. 죽은 청이 어미도 그리 만화정가는 것을 싫어하더니 요즘 동네인심과 경기가 흉흉하여 용채 돈도 벌지 못하고 살림살이에 쓰일 돈 몇 푼을 제때 주지 못했더니 바로 흉인가 싶어 서운하기만 하다.
만화정에 발길이 머무는 것은 어지러운 시절이 빨리 지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인데 남정의 깊은 속을 어찌 알랴?
같은 장님에 바둑도 맞수여서 호적수 이던 한양 올라간 송 봉사 생각이 난다.
19로 반상에 그어진 철선을 두 손으로 더듬으며 머릿속에 그려 바둑알 반으로 갈라 밑에 열 십자를 낸 돌을 반상에 꽂으면서도 성균관서 수학하고 한양서 5단 段(단) 증도 얻고 詩集(시집)도 냈다지.
게다가 청국대회서도 우승한 적이 있다는 한양제비 조 국수에게 네 점으로 지도대국도 받았다니 송 영감은 여한이 없겠어!
게다가 조 국수가 그랫다지.
"제가 눈을 가리고 뒀으면 제가 네 점을 놧어도 졌을것이라고"
그려 나도 참 열심히 살긴 사는건디.
끝.
심 奉事 시리즈 목록:
1. 시작하며 08/5/11
2. 개안 08/5/13 심청전이야기 外
3. 흑인장님가수 08/5/15 레이챨스, 차민수4연승 外
4. 봉사 단청 구경 08/6/10 행가네, 헬렌켈러 外
5. 구닥다리 교수 08/6/11 심리학교수, 헬렌켈러
6. 쇠고기 국 08/6/19 오이디푸스, 카잔차키스
7. 滿花庭(매니아광장) 08/6/22 평론가 유종호, 사문난적
8. 戰 城 南 08/6/24 소설가 김탁환, 이태백
9. 洋風靑年(양풍청년) 08/7/8 logbook, 송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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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당근돼지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