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적응
2015-05-11 오전 3:52
조회 4425추천 4 프린트｜스크랩
|
|
|
|
잠에서 깨어 화면을 보는데 강정호의 이름이 검색어에 나와 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보니 두번째 홈런을 날렸다고 한다.
문득 드는 생각이
이제 적응을 하는구나 싶었다..
언제든지 어떤 표지가 있다.
음식이 되어갈 때면 그 풍미가 전해지게 된다.. 불조절의 시기가 되는 것이다.
그 이전에 과도한 불을 주면, 다시 말해서 운전이 궤도에 오르지 않았는데
과속기어를 넣으면 자동차에 무리가 가게 된다.
아마도 요리할 때에 불이 앞서면 요리가 되기도 전에 불에 타버릴 것이다..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이다. 운동을 할 때로 치면 워밍엎과 비슷한 것이다..
적응기간은 초보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가령 목진석의 경우 이번에 두번째 우승이라고 하니
그 긴 기간의 준우승기간을 조합해서 생각해보면
이제 우승자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세상일이란 패턴대로만 진행되지 않으므로
남들이 스물 다섯에 시작되는 일이 서른 다섯에 시작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목진석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물론 생물학적 조건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지혜와 습성으로 cover가 될 지도 모른다..
강정호의 두번째 홈런이 보다 의미롭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알게 모르게 멀리 있는 추신수에게도 자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생존을 위해서 싸워야 하지만
추신수에게도 위기가 왔었으므로 강정호의 분투는 자연히 추신수에게도 자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만약 강정호가 잘 하면 추신수가 그보다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부상을 입지 않은 이상에야 현지적응이나 언어소통 등 제반 경영전략이라는 점에서
추신수가 훨씬 안정적인 상황이다. 그렇게 보면
강정호가 잘 하는 이상으로 추신수는 잘 해야 할 충분한 명분이 있고, 그것이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두 메이져리거를 보면서 이대호도 자극을 받을 것이고, 또 미국에 갈 것이라고 하는
박병호도 자연히 그 풍경을 보면서 힘을 낼 것이다.. 만상은 이렇게 서로 기대어 있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일단은 적응을 해야 한다..
최정이 아마도 일반적 랭킹의 범주에서 의미로움에 적응하려면 50위 권에 접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상황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단련기회를 일상화할 것이다.
메이져리그의 장점은 그곳에서 일하게 되면 그 수준에서 날마다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참여할 기회를 얻기까진 스스로 잘 할 수밖에 없다..
소승불교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소승 4과라고 해서 소위 아라한 등의 개념이 있는데, 그 시작이 입류과이다.
흐름에 접어든 성과라는 것이다. 아마도 일반개념으로 하면 그게 대략 적응의 개념이 아닐가 싶다..
독서에도 그런 개념이 있다.
대략 책장을 넘기다가 보면, 궁합이 맞는다는 느낌이 올 경우가 있다.
그러면 자연히 거래와 교합이 진행된다. 마치 지남철에 쇠가 들러붙듯이 연애질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게 안팎이 상감하기 까진 소위 전희나 워밍엎이 잘 진행되어야 한다..
바둑으로 치면 아마도 그런 흐름을 두고 포석이라고 할 것이다.
포석은 일단 수수나 외형을 말할 수도 있지만
이런 내재적 흐름을 가지고 볼 수도 있다.
두 귀를 선점하고 옥신하고 각신하다가 바로 접전이 벌어지면 이미 중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적응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제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비약적 성취를 위해선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 잣대로 치면 랭킹 시스템이 허망한 욕념보다는 유용할 수도 있다.
이전에 우주류의 무궁정수인가 하는 사람이 한 말이 이따금 생각나는데
자신은 실력이 두 점이 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그는 이미 정상급이었기 때문에
두점의 실력이 는다는 것은 곧 untouchable한 실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개별적 우승 등의 개념보다 아예, 신과의 대결 쪽을 택하겠다는 뜻이었다.
현실적으로는 성공하지 않았지만, 범주론적으로 보면, 접근방식을 한 가지 더 보여준 쾌거라고 볼 수도 있다.
가령 금년에는 세계대회 우승을 두번 정도는 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고
랭킹점수를 향후 5년 안에 1만 점을 넘기겠다고 소망할 수도 있다.
지금 박정환도 9천 점 대이니, 5년 후에 1만점이 넘어가면 거의 랭킹 1위 수준일 것이다.
또는 조훈현의 1990여승을 넘어서 생애통산 2천 승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접근할 수도 있다. 아마도 이게 가장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기획을 제공할 것이다..
이런 다양한 접근방식들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몇 가지 조합을 하면
그것이 곧 평생에 대한 기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전략이 성립하면
해마다의 구상이 그에 따라서 도출되니 대략 틀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다.
이번에 목진석 인터뷰를 보면서 느낀 것인데
그런 특별한 인터뷰만 할 게 아니라
매주 하나의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둑성적만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매력을 주는 기사들이나 관련자들을 매주 인터뷰를 해보면
300명 기사들 중에서 50인 정도의 생활의 다채로운 면모가 드러날 수도 있다.
가령 전에 인문학 책을 읽기 좋아한다던 기사가 있었고
또 한 모 기사의 판짜기가 독특했던 경우도 있었다.
최정이 요즘 부각되지만, 그게 아니라
이민진의 요즘 인터뷰를 들어보면 여성기사들의 젊은 생애의 흐름이 대략 어떻게 진행될 수 있으며, 그들의 일상이 어떤 지도 볼 수 있을 것인데
이런 면모들은 가물에 콩나듯이 해선 대비효과가 적게 발생하므로 통합적 전망을 획득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만약 한 50인 정도의 인터뷰를 매주 해서 한 해분을 모아놓고 보면
아마도 다양한 측면들이 많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특별한 이벤트 이후에만 하는 인터뷰란 그 사건이 중심이 되지만
이런 식의 중장기 기획인터뷰를 하게되면 보다 종합적 생활환경에 대한 고찰이 되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학적 인문학적 연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조금 뜸하지만 집중조명의 경우도 그런 연속통합적 전망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런 두어건의 성과가 생겨나면, 그 자료들이 현실적으로 참고되는 단체가 기업에서 자연히 소위 현실적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교섭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 사랑스러운 면모를 보여주면 연애는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강정호의 호무랑 하나를 보다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왔는데
사실 만물이 서로 연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엉뚱한 곳이란 평범한 곳이며 평범한 곳은 또한 엉뚱한 곳이기도 할 것이다..
모래알에서 천국을 본다고도 하니 당연한 말이 아니겠는가?
한수한수에 모든 300수와 모든 가능한 바둑의 연관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바둑에서 오히려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어리&버리 |
｜ 2015-05-11 오전 9:52:18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육묘법문님의 글을 대하면
마치 경 비행기를 타고 세상을 한바퀴 돌아 보는 것처럼
의식이 어떤 대상에 머물러 있지않고 자유롭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 문득 반짝이는 무엇을 하나 발견합니다
일반적으로 부진의 늪에서 헤매는 선수들에게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질책의 목소리를 높이게 마련인데...님은 그들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마음속으로 부터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고 계십니다. 추신수의 에께위에 얹혀진 육묘법문님의 따뜻한 시선을 보고 갑니다.
|
|
|
|
|
|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