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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증애
2014-12-06 오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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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단막증애를 썼는데
이어서 소감을 적고 싶다...
혼자서 왜 자꾸 쓰는가 라고 의문을 던지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실은 나 혼자 쓰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분들이 안쓰고 있는 것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쓸거리를 발견하는 것이 훌륭한 작가의 기본소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니
내가 오히려 좋은 작가의 자질이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농담이지만...
증애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생멸심의 경우
증애의 경향이 있고, 진여심의 경우 평등심과 여여의 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대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고 보기 쉽다..
이것은 좋고 저것은 안좋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노땅들은 대개 거론하였다.
젊은 노장의 한 사람인 혜능은 대유령에서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을 때에 그대는 누구인가? 라고 물어서 첫 성과를 낸 이야기가 무문관에 나온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곧 증애를 말한 것이다..
신심명의 저자인 승찬은 소위 3조에 해당하는데, 혜능은 6조로 통하니
두 조사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의 경우도 요즘 불편한 상황이 있으니까 상황이 조금 좋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승찬의 거울에 비추어보면, 이건 내가 꾸미고 해석하는 상황이다..
나는 지금 안좋은 상황을 벗어나서 더 좋은 상황에서 증애가 없는 연습을 하고싶어 한다.
굳이 이렇게 쌩고생을 하면서 과정을 이수해야 하나,라는 주장과 욕망과 불만을 가지는 셈이다. 그런데 심층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실은 이런 불만이 있기에 이런 상황이 있어보인다는 말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불만이 없으면 무슨 상황이 있겠는가? 그냥 봄바람과 겨울눈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다. 막상 당면하면 안그렇지만 말인즉슨 그런 것인데
이럴 경우, 그 말을 음미할 것인가 아니면 화딱지를 내고 팩 돌아설지는 내가 선택을 또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유령에서 혜능은 쫓아온 장군출신의 선배수행자에게 쫓기다가
두 사람 간에 타협을 하고 저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에 그 추적자가 기쁜 한소식을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막상 긴 세월을 고생하던 그 수행자는 기뻐서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허전해서 다시 젊은이에게 질문을 한다.
이게 다입니까? 혹시 다른 비밀은 없나요?
그러자 혜능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이렇게 답한다..
- 선배님, 비밀은 바로 당신입니다..
** 말하자면 기적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고 혜능은 대답해준 것이다..
그런데 불사선, 불사악, 혹은 단막증애,를 다른 식으로 살펴보면, 유명한 금강경의 구절과 같다. 머물지 말라는 말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좋은 상황에 머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좋은 상황과 나쁜 상황을 자기 습관대로 분별해놓고, 좋은 상황에 머물고 싶어서 그 상황을 유지하고, 혹은 나쁜 상황을 예방하느라고 평생을 바치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대개의 인생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제대로된 해결이 안난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혜능의 처방을 빌면
비밀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들 자신에게 좋고나쁨을 벗어난 측면이 있다. 그 천품을 간파하라는 것이다. 그 천품을 간파해서 좋고나쁨을 시비할 필요가 없는 그 상태가 바로 우리들자신인 비밀이라는 것을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이 동일한 혜능이 그 대유령의 스토리에서 15년 정도 지났을 적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제 15년 간을 사냥군들과 함께 보내던 왕년의 나뭇군 혜능이 어느 절에 나타난다.
그때에 그 절에선 열반경 강좌가 진행 중이었는데, 그 앞에서 두 승려가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을 이제 중년이된 혜능이 지나가게 되었다.
- 만국기가 바람에 펄럭이누나..
- 바람이 부는 거지..
** 이렇게 대화가 오갈 무렵에 지나가던 혜능이 말하였다.
- 스님들 마음이 움직이네요..
** 정작에 마음학의 전공자들은 자기들인데, 왠 일반인이 마음을 논하고 있으니 갑자기 두 승은 할 말을 잃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을 보고
그날의 강사인 주지가 보아두었다가, 혜능과 대화를 해보고나서 그가 소문 속의 그 사라진 주인공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 혜능이 제 6조로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 장면은 무문관,이라는 공안집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라서 나도 알고 있는 것인데, 세월을 두고 음미해보면 여러 측면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저기에 적히지 않은 다른 측면을 동시에 파악해야 하는 것 같다..
깃발이 펄럭이고, 바람이 부는 것은 소위 물리적 인과론에선 당연한 논의가 되지만
혜능의 발언을 보면 마음학의 해결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승의 대화는 주로 객관의 범주 안의 일이다. 그런데
혜능은 객관에서만 노는 문제를 주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서로 기대선 주객의 문제로 보지 않으면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런데, 무문관의 해설을 놓고 가만 보면, 이 스토리가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즉, 객관과 주관이 서로 기대어서서 스토리를 만드는데, 이건 위에서 나온 이야기들에 비추어보면, 아직 애증과 선악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에 객관에 의하여 주관이 움직이는 것이라면
객관이 있고, 거기에 따른 주관이 있다. 그러면 객관이 마음에 안들면 주관은 불편해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두 조사는 말을 다르게 했었다..
선악을 벗어나고 애증을 벗어난 당신의 어떤 측면을 간파하시오..라고 말한 것이다..
바로 그런 면을 혜능의 비풍비번 스토리는 표면에선 말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즉, 불사선 불사악이나 단막증애의 입장에서 보면, 스님들의 마음이 움직이네요..라는 말은 뒤집어서, 이 양반들아,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기만 해서 우짜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당신들의 마음에서 움직이지 않는 측면을 간파하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그런 면은 표면적으로는 적혀 있지 않다.. 그것이 아마 함정이라면 함정일 것이다..
만약 마음이 객관에 따라서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지러움을 면할 수 없다.
깃발이 펄럭이는 데에 따라서 우리 인생도 출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하지 않는 어떤 측면이 있으니 그걸 알아보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단막증애, 통연명백,이라는 구절의 의미가 될 것이고
대유령의 고사를 빌면 불사선 불사악,의 경우 당신은 누구인가? 그것이 바로 기적의 원천이라는 말이 되는 셈이다..
나도 앞으로 갈 길이 괴굉장히 멀지만,
저 두 스님에게서, 지나가던 혜능의 말에 도달하는 것이 어려웠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인생은 세계속의 수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해결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깥은 광범위해보이고 나의 마음은 국한된 것처럼 보이나 그래도 대칭구조는 바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다시 그러고나서 세월이 한참 지나자
다시 그 움직이는 마음에서 말하고 있지 않는 것에 착안해야 실마리가 풀린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두고 중도라고 부르고, 아무런 일도 없다고 부른다는 것을 적어도 이해는 하게 된 것 같고, 그러면서 매우 어렵게 여겨졌던 젊은 날의 書物들이 실은 굉장히 간단한 구조에 입각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간단한 것을 우리가 간단하게 안살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사람이 온갖 사람들의 상황에 맞추어서 말하다가 보니까 마치 밖에서 보면
엄청 복잡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대략 이해하게 되었는데
그러자, 이렇게 겨울이 왔다...
겨울이 왔고
겨울이 왔고
겨울이다....
아이고 추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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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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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거리를 발견하는 것이 훌륭한 작가의 기본소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니
내가 오히려 좋은 작가의 자질이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말은 상당히 사실적입니다.
글을 쓰고 싶어도 쓸거리를 찾지 못해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좋은 쓸거리를 많
이 발견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작가의 자질이 있는 것입니다. 혼자 도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작가들이 안 쓰고 있어 그런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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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지니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