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그림자는 광안리 해변에 즐비한 네온사인 숲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곳저곳을 눈짓으로 의사를 나누다가 해변에 위치한 작은 포차가 눈에 들어왔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풍경에 저절로 발걸음이 그리로 향하게 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창 쪽으로 앉았지만 안에서 음식을 하는 통에

비닐 창문으로 밖을 보기가 어려워 휴지로 닦아내는데.

“뭐로 할까.”

“응. 으응,……. 소주에 간단한 걸로 하지 뭐.”

소주는 간단하게 결정 되었는데 정작 그 간단한 것이 간단하지 않아 한참을 뒤적였고

바닷가라 주로 해물인데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우선 제일 싼 홍합을 시켰다

안주가 오기 전에 술병을 따고 원 샷으로 쭉 들이 킨 뒤 깍두기 한 점으로 입가심하자

그녀가 또 뜬금없는 말을 던진다.

“우리 그동안을 생각해보니 참 웃긴다.”

그녀의 말에 덤덤하게 나는 말했다

“뭐가”

마주보며 씩 웃어주는 그녀의 웃음을 흘려버리고 다시 채우는 잔에 파도가 아래서 위로

솟아오르듯 밀려오더니 백열등 달빛아래 채워진 작은 소주 잔 호수가로 지난날이 비춰진다.

그리고 포차에는 키보이스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바~닷~가에  모래알 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만~난 그 사람

바~람이 불면 행여나 그님일까 살며시 돌아서면 쓸쓸한 파도소리

저 하늘 끝~까지 저 바다 끝~까지............................

밤새 광란의 시간을 보내고 새벽녘에 패잔병처럼 여기저기 쓰러져 자고나니 한낮.

보모누나 일행은 그래도 어디론가 나가고 없고 선달은 일행들을 발로 툭툭 차며 깨웠다

“자자 여러분 민생고 해결은 해야지.”

취사도구를 무도(무식한 도둑)놈에게 그것도 정성껏 끓여 상납하고 아침이 허탈하다

모두 숙취에 비실거리니 할 수없이 취사당번이 또 걸망을 짊어졌다

그런데 주변이 모두 점심준비로 코펠을 빌릴 수 없고 사실 먹을 것도 동이 났다.

난감해 하는데 저쪽에서 보모누나가 혼자서 뒤뚱거리며 걸어오다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다들 일어났어.”

“시간이 몇 신데…….”

다소 볼멘소리로 대답한 이유는 상황이 짜증났고 니들끼리 어디 갔다 왔느냐는 문책성도

곁들여서 은근히 이 상황에 책임분담을 추궁하려는 의도도 깔렸었다

“모두 깨워. 한참 기다리다가 우리끼리 가서 준비해 놨어”

......................!

뭔가 희망이 가득한 소리였다.

이런저런 엄살에 다 죽어가던 친구들을 정예병 일조점호 하듯이 발딱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먹을 것 이야기고 그것도 회집이란다.

새집머리 침 발라 고르고 앞 꼬리에 겨우 걸쳐져있던 바지도 추스른다.

“누나 앞장서. 자자 뭐해. 2열종대로 집합.”

갑자기 믿음직해진 여중대장님을 옆에서 밀착 보좌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걷는다.

“걸으면서 군가 한다. 군가는 18번.”

“하나. 두~울 셋. 넷.”

우리도 한번쯤 마음잡고 굳세게 살려고 했지만

사회가 우리를 받지 않아 우리는 또다시 야쿠자

오늘은 어디 가서 신세를 지고

내일은 어디 가서 땡깡을 놓나 우~리는.............................

정체불명의 노래를 부르고 지나가니 모두들 힐끗 거려도 보모누나는 웃고 걷는다.

자그마한 민박집에 딸린 횟집 평사에 모두모여앉아 있는데 음식엔 손을 안됐다

뭔가 흐뭇하고 고마운 마음도 잠시 기겁을 하고 달려드는 모습들이 그대로 이리떼.

하지만 나는 침을 한번 삼키고 이 귀한 음식 앞에서 게걸스럽게 먹기만 할 게 아니라

이 자리를 마련해 준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나 하고 시작해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잠시 좌중이 조용해지자 보모누나가 일어섰다

“우연히 만나서 단 하루 밤을 지냈지만 든든하고 재미나게 놀았습니다.”

“모두 여러분들의 덕분이고 특히 선달이가 애썼어요. 생각지도 않은 트럼펫연주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고 지난밤 그리고 잃어버린 코펠과 찌개도 영원히 기억 날겁니다.”

여기서 폭소와 함께 모두 박수를 쳤고 환호로 답했다.

“아... 그리고 선달이 스트리킹은 영원한 기밀로 함구해 주세요.”

여기서는 모두 자지러진다.

이런 뻔뻔한 도야지 누나가 있나. 어이가 없어 멀뚱하게 쳐다보니

나보다 더 크게 눈을 뜨고 왜. 떫어. 하듯이 쳐다보는 그녀가 얼마나 귀엽(?)던지.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먹는 와중에 보모누나가 오늘 오후 배편으로 나가기로 했단다.

그래서 여비에서 떼어내 우리에게 감사의 뜻으로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별다른 대책도 없었지만 뭔가 쿵. 하고 떨어지는 아쉬움을 바라보았다. 그런가.

갑자기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고 후속조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골몰했다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룬 사람들도 있고 아직은 별다른 대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쯤엔 나도 뭔가를 시도해야지 하고 있는데.

회 맛이 어떤지 술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복잡한 생각들로 마음만 조급했다

“선달아”

‘응. 으응. “

“이따가 네가 이야기 할래”

.................

“내가 할까”

“아니 내가 할께 몇 시 배야”

“2시 4시 두 편이 있어”

“알아서 일단 4시로 해”

일단은 시간을 벌어놓고 의논을 하기보다 내 처세를 정하기로 했다

이순간은 모두 나의 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