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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일란
2016-01-10 오전 1:32
조회 4406추천 2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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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이따금 들르면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다.
전쟁과 평화는 완독해본 기억이 없는데
조금 전에 검색어에 보인다...
톨스토이가 40대에 쓴 것을 알고 있는데
당시로선 분량이 많고 내실이 있어서 상당한 관심을 일으켰던 것으로 들었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보고 싶지만, 과연 시간이 날지..
비참한 사람들,의 경우도 유명하지만, 분량이 많아서 과연 음미해볼 시간은 날지 모르겠다..
한나 아렌트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전에 무슨 책을 하나 본 기억이 있는데
상당한 공감이 있었던 일이 있었다.
그의 작품 중에서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 있는데
평소에 눈에 띄다가 이번에 손을 대고 있다.
사유의 문제는 일단 제껴두고, 그밖에, 노동과 작업, 그리고 행동으로 대변되는
인간활동의 틀을 원론적으로 고찰하는 것 같다..
인간이 생멸하는 과정에 하는 짓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의 기본적 조건으로 지구라는 환경이 있다는 말이다.
한나 아렌트가 알고보니 존재와 시간을 구상하던 시절의 하이데거와 친분이 두터웠고
하이데거 자신이 논문지도를 할 입장이 못되자 야스퍼스를 소개해주었다는 말도 보이는 것 같다. 스무 살 시절의 한나 아렌트가 이미 상당한 기대감을 주었다는 말일 것이다.
결국 동양학적으로 보면 자신에게 귀결되어야 하겠지만
아렌트의 경우 인간의 조건에선 다소 외적인 형태로 사유가 펼쳐지는 것 같지만
서구학자들의 경우 인간의 보편성을 항상 논한다는 것이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정학적 조건들로 인해서
근년의 대부분의 논의는 국가적 틀을 벗어나기 힘들게 되고 있다.
어쩌면 기본적 불행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쟁과 평화 같은 작품을 보고싶은 이유 중 하나도
마음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맹자가 이미 수천년 전에 인간의 역사는 일치와 일란의 반복이라는 안목을 제시한 바가 있다.
주객이 분화된 인식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이 수십억 모여 있으니, 그들이 하는 대부분의 활동이 임시적 평화와 임시적 전쟁의 되풀이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일 것이다.
이전에야 나도 제갈량의 안목과 관우의 사나이스러움을 동경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본적 판을 모르는 셈이다.
물론 제갈량이야 애초에 안될 게임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말도 있으나
결국 안될 게임에 나서는 것 자체가 그 자신의 심경이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설령 그 게임에서 수확을 거둔다 하더라도
그 역사게임 자체가 무용하면 어쩔 것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JkUyBiY-vLo
일치일란은 역사적으로 표현되는 것이고
개인에게선 생로병사로 나타나고, 우주에선 성주괴공으로 나타나고
마음으론 생주이멸로 나타나는데, 생멸이 곧 적멸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미시적 구조 자체가 무망하므로 전쟁과 평화과 드라마틱하긴 하지만, 그러나 좀 애매한 구석이 애초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출가자인 청허선사가 승병을 일으켜서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해놓았더니
도망갔던 임금과 그 주변의 도당들이 돌아와서는, 그의 시구절 하나를 놓고
반란의 기미가 보인다고 1년간 구금했다는 곳이 인간세상이다.. 당시의 서산대사 나이가 이미 70대였는데도 그 지경이었다니 이런, 혹은 그런 어리석은 애들하고 무엇을 논하겠는가?
그래서 난 안철수 같은 사람이 애초에 판을 모르고 게임을 시작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전에 어떤 역학전문가가 쓴 글 중에서 지금도 인상깊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문제나 주제를 문제삼는가가 그 지성의 기본 잣대라는 것이었다.
실력자들만 참가할 수 있는 수학자 집단이 있는데
그곳에선 회원의 기본의무란 다만 2년에 한번 정도 논문을 제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글쓴이의 주장은 이런 것이다.
그 논문을 심사하는 동학들의 관심은
논문의 타당성여부의 검증보다는, 어떤 주제를 논하는가에 주로 있다는 것이다.
즉 논문의 주제를 보면, 그 주제가 당대의 수학적 흐름에서 얼마나 의미로운가가 나타나는 것이고, 애초에 거기에서 어긋나면, 내용이 충실해봐야 그건 학생들의 연습논문이지
판세를 보는 안목있는 학자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역학연구자는 말하길
자신도 그런 내용을 접하고 크게 공감하였다는 것이었다는 것인데
나도 좀 그랬다. 주제를 선정하는 안목과 그 주제에 집착하는 능력이 바로 그의 가치자체이다. 나는 가수다,라는 사람들은 그게 기질하고 어울리고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러나, 인간들 혹은 영혼들이 선택하는 어떤 주제나 가치가 바로 그 자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평균적 관념이나 어떤 흐름 속의 우연한 만남을 절대시해서 평생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도 있는 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하이데거라는 사람이 존재와 시간의 문제를 고찰하면서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 핵심의 하나라고 했던 것은 참 적절한 판단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바둑이 집내기라는 것을 알고 가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의지처가 확실한가?
설혹 전투력이 13단이 아니어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그건 경험이나 연구를 통해서 나아질 수 있는 각론에 해당한다.
그러나 애초에 게임의 기본성격을 잊어버린다면, 그의 활동 자체가 아무런 방향성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방향성이라는 말 자체가 무용하게 되는 어떤 사태가 발생할 수는 있더라도, 그건 방향성이 있고나서의 일이다..
계사전을 보면 일음일양이 도라고 해놓았는데
이것도 조금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일동일정이 핵심이긴 하지만, 아직 태극으로 묶이지도 않았고, 애초에 적멸성이 드러나지도 못했다. 아무런 일도 없고나서가 아니라면
어떻게 실질적 평화가 가능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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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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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pan |
｜ 2016-01-10 오후 3:40:49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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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그런 의견을 제출하는게 멋져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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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