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
2015-12-01 오후 10:33
조회 4171추천 3 프린트｜스크랩
|
|
|
|
우리 집에 광기의 역사 라는 책이 하나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하던 시절에는 왜 굳이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책이 두껍기로 하면 상당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후에 우연히 책장을 넘겨보니
저자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하는 듯도 하였다.
하지만 다소 바쁘기도 하고해서 다시 책을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오늘 집을 나서다가 다소 바깥에 놓인 그 책을 다시 넘겨보는데
묘하게도 번역자가 하는 말이 잘 이해가 되었다.
말하자면 집단무의식을 연구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광기도 연구하고 감옥도 다루었지만
그 소재 자체가 아니라
도대체 왜 이 모양인가 라는 것을 쭉 탐구한 것이라는 말이었는데
마침 짐작하고 있던 것 하고 같아서 반가왔다..
원래 유붕이면 자원방래하게 되는 것인데
마음이 맞으면 천리도 가깝고
마음이 안맞으면 함께 수년을 지내도 상관없는 남녀가 되고 만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린
세월이 흘러도 항상
오겡끼데스까 하고 마음 속에서 외치는 것이다..
책도 그런 구석이 있어서
마음이 맞는 책은 읽기 전에 이미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경향이 다분하다..
푸코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느껴지니
광기의 역사도 이미 다 읽은 것 같고, 이후의 다양한 작품들도
읽기도 전에 다 읽은 것 같다..
바둑책도 좀 그런 경향이 있다.
공부를 해서 친숙해지는 책들은 재미가 없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면이 더 중요해진다..
인연이 있는 책들은 첫눈에 반하게 되어 있다.
완 나잇 스탠드로 다 읽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은 사실 읽는다고 하기보단 좀 심하게 말하면 살을 섞는 것 하고 비슷하다..
침식을 잊는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게 된다.
잠을 잘 수도 없고, 밥먹을 생각도 않는다..
과정이 그리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옛날에 내가 프로기사가 되고팠던 시절에는 저렇지 않았다..
책을 백 권을 쌓아놓고 두들겨도 무언가 있을 듯한 그림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세월이 한 10년 흐르자 다른 일을 하던 경험을 통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었다..
원래 고급한 상황과 나의 상황이 안맞을 가능성이 더 많다.
나에게 맞는 상황을 꾸준히 가다가 보면 전설적인 상황이 나의 현실에 근접하는 때가 오는데, 어리고 젊은 시절에는 그걸 모르니까 욕심을 부리다가 좌절하게 된다..
살리에르가 모짤트와 동시대에 실제로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나의 짐작으로는 그도 이런 원리를 몰라서 좌절했을 것이다.
반드시 네 살 때에 작곡을 안배우고 한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살리에르가 당시에 자신이 친숙한 어떤 작업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꾸준히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그 과정이 다음 단계를 알려주고
그렇게 꾸준히 흐르다가 보면 서른 네 살 무렵에라도
스물 네 살의 모짤트의 발자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또 한 십년 꾸준히 그 발자욱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느 새 모짤트의 스물 네살도 알게 되고, 이제 마흔 넷이 된 자신에겐 다른 장점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생이란 어떤 특정한 주제를 위한 것도 아니다.
음악인으로 살게 되었다고 해서
그 일이 제대로 안된다고 인생 자체가 실패인지도 알 수 없다..
실패냐 성공이냐를 과연 누가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산은 산이고 강은 강이고, 실패는 실패이고 성공은 성공인 것이지
반드시 실패가 더 나은 것인지는 오직
새옹을 닮은 하나님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필시 프로 기사들 중에도
나는 이제 글렀어,라고 낙담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래도 되지만
낙담을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중국을 보라...
발해만에다가 해저터널을 건설한다고 하지 않는가?
반면 미국은 온갖 자연재해에다가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미국이 패권국가로 등장한 것이 실은 한 세기도 안된다.
1차대전까지만 해도 소위 먼로주의라고 해가지고
제발 건드리지 말아주세요,라고 했었다.
미국이 강대국으로 등장한 것은 뉴딜 정책 이후 쯤부터 였을 것이니
아직 한 세기도 안되었다..
반면 중국의 한 세기 이전은 정말 한심했었다고 하지 않는가?
탕웨이가 주연하던 그 색, 계라는 영화를 보고 좀 놀랐던 것이
내가 생각하던 상황보다 중국이 더 심각했던 점이었다..
거의 독립운동 수준의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양조위가 그리고 있는 그 남자주인공은
거의 우리역사로 치면 이완용 수준인 것이었다..
그 이후에 소위 만주국이 생길 무렵까지만 해도
일본은 실제로 아예 중국을 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게 예상보다 오래 끌다가
일이 제대로 안되니까 확전을 해야 했고
그래서 결국 하와이 침공으로 이어지다가 패망을 했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길게 보면 모두 임시적이고 일시적이며
역사를 통해서 형성된 소위 세계와 사회라는 것도
따라서 그다지 영구한 것이 결코 아니며
따라서 그 속에서 훈습되고 교육된 우리들의 모든 상념들도
그다지 믿을 것이 못된다..
아마도 광기의 역사도 바로 그런 면을 관찰하고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
그러니까 광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관념 이념, 습관, 관습, 거기에 토대한 우리 부모들과 선생들과 공동체들의 그 모든 관념들도 그다지 뿌리가 견고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그는 아마 말하고 있을 것 같다.
옛날에 박완서인가 한수산인가, 아니면 박범신인가의 연재소설 중에서
흔드릴 때마다 한잔,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금년에는 추울때마다 조금씩 읽어보면 될 것 같다..
구리의 인터뷰를 보면
왠지 정서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그는 좀 문명적으로 개화된 느낌을 준다..
역시 타고난 힘(古力)일까...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팔공선달 |
｜ 2015-12-02 오후 12:44:03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모처럼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받았습니다.
한 잔하고 흔들리고.
흔들릴 때마다 한 잔하고.
다시 깨어나야 할 이유가 있고.........
|
|
푸코의 책은 모두 두껍죠, 사 놓기는 해도 읽어본 책은 없네요. 그 주장은 무척 공감되는데도,
책을 읽으시면 가르침을 주세요. ^^*
|
|
|
|
|
|
.png){kind=logo}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