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92, 아름다운 청년 장

키가 크고 준수한 용모의 그는 요즘 말로 얼짱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듯하다.

겸손하고 어른들께 인사도 잘하니 예의 바름조차 바둑에서 배운 것일까?

K시장 인근의 F아파트 단지에 사는 그는 복장도 젊음의 활력과 센스가 엿보이며 부유한 가정에서 남 부러움 없이 자랐을 듯한 귀공자 형이다.

회사생활에 바쁠 터인데도 가끔 꿈의구장에 들르는 그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바둑을 좋아 하나보다.

핸드폰을 손에서 떼놓지 않고 있는 젊은 세대들처럼 가끔 전화하는 모습도 볼 순 있지만 가끔은 궁금하기까지 하다. 저런 준수한 총각을 여자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을 것 같고 바둑에 시간을 뺏길 여가도 없을 것 같은데 싶다.

“인터넷바둑은 안 두고?”

“가끔 해봐도 재미가 없어요”

바둑실력 또한 출중하기 그지없다.

군에서나 동네에서 어깨너머 배운 실력은 아니고 아마 어려서 부모에게 등 떠밀려 우연히 바둑교실이라도 다닌 것 일까?

언제인지 분당의 장애인바둑대회 참관 중 평소 알던 타젬9단 무슨 빨대인지 대명으로 배팅 계에서도 유명하고 본인도 외국으로 진출하여 바둑에 전념할까 하던 내기 바둑 계에서도 유명한 전국구 명사였는데 인터넷6단이라는 무명의 젊은이에게 결승에서 완패하는 것을 보고 놀라 물었더니 어렸을 때 13살까지 동네 바둑교실을 다녔다 길래 내가 평생을 사랑했다면서도 이루지 못한 기력을 교실에선 쉽게 이루게 해 주는가 싶어

놀랜 적이 있었지.

젊은 그는 오랜만에 땅 딸이 정원장과 편 바둑을 시작한다.

최 사범을 백 잡고는 두 점 놔야 된다고 놀리며 바둑을 두는 정은 특유의 난전과 과수 힘 자랑을 하다 이내 젊은이에게 중앙 말이 잡혀 진다.

꿈의구장 최 고수 반열인 박 사범과 그는 대국을 시작한다.

박 사범도 바둑티브이에도 동문대표로 출전하는 대표적인 옛 바둑의 대가인데 내기를 좋아하여 하수들은 한 두 치수 더 잡아도 지지 않는 명불허전의 이름난 꾼이다.

박은 정을 두 점 잡고도 지난번엔 92집인지 이겼지.

편 바둑에 같은 편 둘이 모두 이겨 합계 46집인지 이겼다 길래 손속을 늦춰 내 상대가 1등이라도 하게하곤 네 집 차로 져서 일어선다. 젊은 장의 대국이 궁금하여 가보기 위해.

중반을 넘어 종국에 들어가는데 백은 좌 하의 흑 대마를 패로 압박 중이다.

흑은 하 변의 대가를 지키며 패의 대가로 바꿔 치기를 하며 우 하 백을 잡아 15집을 이긴다.

백의 정교한 집요한 공세를 모두 무위로 돌리며 승기를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박사범의 오랜 연륜과 경험 치밀한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비결은 단 한가지 인 것 같다.

힘!

젊은이답게 힘이 좋아서인가? 젊다고 다 바둑 잘 두고 힘이 좋은 것은 아닌데.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곳에 주저 없이 돌을 내려 놓을 수 있는 힘일까?

내가 박 사범과 방내기를 할 때는 유리한 치수에도 나는 돈 잃을까 무서워 조금씩 양보하곤 하는데 그래도 결과는 항상 내가 잃는 편이다.

내가 젊은 장과 둘 때는 오히려 명예에 최선을 다해 선에 두면 그저 져도 미세한 차이였는데. 내가 박 사범과 둘 때는 승부에 눈이 멀어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군.

젊은 장의 바둑을 관전하며 큰 차이를 배운다.

박 사범은 내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치수였었군.

연륜과 경험으로 세상을 겪었다며 안다며 오히려 타협과 비굴함 속에 제 실력조차 모르고 발휘조차 엄두를 못 내고 있었던 것이군.

회사에 들어온 후배가 연구생 9조 출신 이어 반가워 기원에 가 두 점을 접히고 두었더니 최선을 다해도 연신 극복을 못하고 열 집 미만은 져 있더라 던 그.

내달 s의료원 게스트하우스에서 연구생 출신들을 초청하여 밤샘대국을 하기로 한 것에 초청을 하니 기쁨에 겨운 반색이다.

바둑을 사랑하는 자랑스런 젊은 그.

바둑을 사랑하는 초로의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은 당근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