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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es
2016-04-02 오전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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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소설을 대략 보았는데
참 의아한 것이 왜 그림자라고 제목을 붙여놓았는지 모르겠다.
내용을 보면
처음에 애나와 그레이가 만나는 것은 좀 엽기적인 관계를 매개로 만나게 되지만
그 이후에 그레이의 성장과정에 남은 상처 등을 치유해가면서
애나도 성장하는 일종의 연애와 치유, 그리고 성장에 관한 소설이다.
그런데 50 shades of Grey라는 제목을 그림자라고 했는데
물론 어려서의 상처가 그림자로 배어 있긴 하지만
50가지라는 점에서보면 shades는 그림자들이 아니라 색조의 다양성을 가리킨다.
이런저런 다양한 측면들이 한 사람에게 있어서
여자가 적응을 할 수가 없어서 도망가다가
남자가 하도 좋아하니까 결국 청혼을 하기에 이르고 여자는 수락을 하게 된다.
역자 후기를 보니 남자가 가진 복합성을 역자도 인식하고 있으니
shades가 다양한 색조들을 지칭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고
내용을 보면 여자가 남자를 속으로 지칭하길
Mr. Fifty라고 하는 것으로 보면
복잡한 인간, 골치아픈 남자 라는 식의 인식이 도처에 배어 있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왜 굳이 그림자라고 번역서 제목을 정했는지 알 길이 없다.
물론 책이 잘 팔린 모양이니 상관없겠지만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릇된 제목을 붙인 이유를 현재론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이뿐 아니라 한국에서 여러 곳의 영어발음표기를 보면
굳이 콩클리쉬로 적어놓아서 원음발음을 알 수 없도록 한 것이 굉장히 흔하다.
이런 것도 왜 굳이 그렇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영어표기를 상념하기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역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굳이 틀린 표기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예수 같은 고유명사야 현지발음으로 하면 지져스 보다는 예수가 원음에 더 가까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바에야 왜 굳이 엉터리 번역을 하는지
참 오랜 기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원음의 음절수에 우리 표기도 대략 맞추어주는 것이 좋을 것인데
어떤 경우를 보면
원음의 음절수에 비해서 우리 음절은 굉장히 많도록 표기되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풍토에 맞춘다는 것과 엉터리 번역이나 표기를 하는 것은 서로 일의 성질이 다르지 않은가?
이런 면은 언어적인 면 뿐 아니라
학문의 수입의 경우에도 나타나는데
요즘 강봉균 위원장과 김종인 대표의 발언을 보고 있자면
나로선 강봉균 위원장의 현실인식이 우리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학문이라는 것은 일종의 참고틀이지
현실을 그 틀에다가 끼워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학문이 무슨 애들 교과서처럼 기본공식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대응방식이란 그때마다의 현실에 맞추는 처방 같은 것인데
강봉균 위원장의 발언을 보고 있자면
그냥 기본 공식만 있지 현실에 대한 인식, 즉 바둑으로 치면 대세관이나 형세판단 같은 것을 별로, 혹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급성의 질병 혹은 위기에 처한 환자를 앞에 놓고는
길게 보자는 말을 하고 있으면, 그것은 인식의 능력이나 의료인의 능력이 없는 것이다.
길게보자면 누구나 죽는다. 그럴라 치면
의사는 무엇하러 있고, 보호자는 왜 있고, 변호사는 왜 수임료를 받는가?
김 종인 대표의 말도, 항상 복지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 있어서 소비자가 가진 돈이 없어서
모세혈관적인 피돌기가 안되니까? 일단은 복지를 늘리고, 필요한 재원은
대기업들이 묶어두기만 하는 돈에서 일부를 갹출하기도 하는 등으로해서 우선 경제를, 사람을 살리자는 것이지, 항상 그런 식의 처방을 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케인즈가 뉴딜을 가지고 총수요를 진작시켜서 대공황을 탈출시킨 것도
당시에 유용한 처방이었지, 항상 그런 식의 운용이 맞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돈을 더 푸는 방식도 나오고 해서
양쪽이 왔다갔다 하면서 클린튼 시절까지의 최강국가의 경제적 틀을 보존했던 것이다.
다만, 요즘 미국이 휘청거리게 된 것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그 무슨 부동산 담보대출인가의 정책을 잘 못 썼다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것인데
강봉균의 말을 보고 있으면 선진국들 중에서 김종인 박사와 같은 식의 처방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아니 사람마다 처방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 정상이지
지금 한국의 경제가 선진국이 아닌 상황인데
것다가 선진국 흉내를 내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형세판단도 없이 바둑품질은 고수의 바둑을 흉내내고자 하는 매우 어리석음을 보는 것 같아서 좀 답답하고, 더 나아가서 말하면 좀 분통이 터질 것도 같다. 물론 내 분통이 터져봐야 내 손해이니까 그럴리는 없지만...
우리가 선진국의 상황이 아닐 때엔
선진국 흉내를 내지 않는 것이 선진국적인 생활방식이고
중진국은 중진국적인 생활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로 선진적인 인생의 태도이다.
나중에야 김현수 야구선수도 매우 잘 될 수 있겠지만
김현수가 당장 추신수처럼 연봉이 2천만달라인 선수의 생활방식을 흉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도 지금 고심하고 있고, 보고 있는 사람들도 추이를 잘 살피고 있다.
김현수로선 주어진 선택지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고 있자만
겉멋이 든 구석이 많은 것 같다.
모든 일을 좀 원론적으로 재검토해서 기본부터 성실하게 재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상당한 인내심과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난 생각에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대통령 임기를 중임제로 바꾸어서 복잡함을 풀어나갈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었는데, 과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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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