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밀현료
2015-09-20 오전 3:05
조회 4460추천 4 프린트｜스크랩
|
|
|
|
이전에 어느 주부와 대화하던 기억이 이따금 난다.
그의 남편에 대해서 이야길 하면서
당신 남편도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오? 라고 했더니
그 생각을 안해봤다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도 난 내가 그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조금 의심스럽다..
하나의 사물은 다기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남편은 곧 아들이고, 또한 아버지이며
그의 신체는 동물신체이고 그게 고장나서 병원에 가면
그 남편은 환자로 불리운다. 그러나
그가 환자로 불리울 때에도 다른 면들이 여전하다.
그가 지금 살아 있으므로 언젠가 죽을 것이며
그의 주민증은 한국사람이라고 말하고 있고, 그는 혈액형이 어떤 그룹에 속하고
그가 만약 바둑을 두면 바둑동네에선 고수나 하수라고 지칭하기도 하고
그의 수입에 따라서 부자라고 부르기도 하고, 가난하다고 하기도 한다.
은밀현료구성문,이라는 말은
숨은 것과 드러난 것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말이다.
문화풍토가 다투길 좋아하는 동네에선
자신이 싸우기 좋아하는 측면을 내세워서 타인의 장점을 숨기려는 경향이 생겨난다.
사회가 곧 전쟁터인 셈이다. 이런 동네에선
여러 측면을 동시에 보는 대세관을 가진 사람들은 외면당하기 쉽다.
또한 그 안목이 완전히 체득된 것이 아니면
타인들의 집단적 공격에 맞서서 버티긴 힘들게 되기도 한다..
고급한 문명이 존립할 여지가 적어지는 것이다.
요즘 방송에서 부자들을 다수 거론하는 경우, 그 자체가 돈 중심으로 사태를 보도록 강박하게 된다.
미모에 대한 표현을 자꾸 해대면, 다른 측면을 못보도록 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사계절은 어떤 조건들의 조합으로 드러나는 현상인데
내가 겨울을 겪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만 신경쓰다가 보면
그 조건들을 볼 기회가 없다..
그리고 이런 식의 드러냄에 언어가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우리가 언제 언어의 노예가 되어 있는지 알기도 힘들다.
테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발상이 있으면
테레비에 안나오는 측면은 큰 의미가 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요즘 뜸 하지만, 시뮬라크르,라는 용어가 떠돌았는데, 아마 이런 비슷한 측면을 말할 것이다.
우리가 태양에게 의지하고 사는 것을 알면서도
대체로 공짜이므로, 크게 고마와하지 않는다. 그러나
태양이 주는 btu를 인공생산하려면 사대강엉터리개발공사의 8만 4천배 정도의 돈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아내의 유혹 드라마 장면에 비해서 화제가 잘 안된다..
바둑은 표면 상으로 앞에서 뒤로 가므로 뒤쪽 중심의 발상을 잘 안하기 쉽다.
그 순서를 뒤집었으니 어린 이창호는 필시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창호 이래로 우리는 바둑이 뒤에서 시작되었음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더 진보하면
바둑게임은 바둑판을 토대로 하지만, 게임에 침몰하면 판은 잘 안보인다..
빈 판은 항상 차들어가는 판과 함께 하는데
차들어가는 판을 볼 때엔 빈 판은 숨게 된다. 은밀현료가 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삶은 죽음과 공존하는 것을 대체로 우리 가형의 사망을 계기로 인식했던 것 같지만
이따금 생각해보면, 그 이면의 어떤 것을 말하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거창한 우주론이 필요했던 것이다.
무극이 태극이라는 말을 보면
아무런 극성이 없는 곳이 큰 극인데, 일단 움직임이 시작되고나면
아무런 극성이 없는 바탕은 보이지 않는다.
글쓰기에 침몰하다가 보면 가을바람을 잊는다. 그러나
이 글은 가을바람도 함께 쓴 것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서로 기대어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은 부분을 두고 쓰는 표현이지 전체는 그냥 그럴 뿐이지 무슨 일이 있겠는가?
이렇게 아무런 일도 없음을 인식하면 모든 일이 있음을 잊게 된다. 이 역시 은밀과 현료의 동시성립일 것이다.
대개 연기법을 음미할 때에도 자기중심으로 보기 쉽다.
모든 일들의 연결성을 인식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그 부분적 측면이 부각된다. 그 말은 곧 다른 모든 측면들이 잊혀진다는 것이다.
원효의 해골물 사건에서 하는 말도 어떤 측면만 드러난 듯하다.
심생하면 법생이라고 했는데, 이건 생겨난 측면만 말한 것이다.
반대편을 보면
마음이 일어나면 그에 어울리는 측면만 보이고, 다른 면은 안보이게 되는데
그런 측면은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래 10현문은 뻔한 소리들 같아서 흥미가 적었는데
오늘은 은밀현료구성문의 실용적 의미에 착안하였으니
하루의 밥값을 한 듯도 하다. 늦은 잠에 부담이 적을 것이다.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
밥값의 의미가 난무합니다.(__)
|
|
 youngpan |
｜ 2015-09-20 오후 6:33:30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은밀현료라! 은밀한 것과 나타난 것이 서로 다투듯 다투지 않듯 숨어 있고 나타나고 하지만 그 본질로 본다면 은밀이니 현료이니가 무슨 상관이 있으리요마는 현상을 볼때 그렇다는 것으로 보입니다만..안계가 열리는 것은 순간이니 전후는 서로 같지만 달라지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은밀과 현료!!
|
|
| 어리&버리 |
｜ 2015-09-21 오전 4:18:47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배고픈 사람 눈에는 길가 돌멩이가 통닭으로 보입니다.
원효의 해골물 사건에서 ...
어정쩡한 깨달음 보다도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셨다는 것이 자장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
육묘법문 |
자장,이 자장면처럼 보이니까, 다른 모든 표현은 덜 눈에 띄는 것도 포인트이죠... ^^
|
|
|
|
|
|
|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