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棋行1, 박 詩人 대국

공주바둑모임을 초청한 이청선생이 짜놓은 대진표는 1회전이 박 詩人이다.

팔공산에서 한번 두어 지곤 그 흔들리지 않는 역량을 느꼈었는데.

여름의 고성엔 바빠 참석치 못했던 박 詩人이 이번에는 저니와 함께 내려오니 기쁨이 더하다.

탕젬골 7, 8단이라는 실력을 지난번에 그 깊이를 이미 보았으니 어려운 바둑이 될 테니 길게 잔승부로 가야겠군! 속으로 생각한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만나면 더 없이 기쁘고 헤어지면 아련함이 남는 사람이 있더니 수담까지 더함이랴!

큰 모양을 주지 않으려 외세에 일찍 뛰어들어 나름 삭감을 했다 싶었더니 백은 우상귀에 큰 모양을 박스로 짜 놓는다. 견제구로 반응을 보곤 바로 삼삼에 가려던 것을 백은 먼저 삼삼에 철주를 박아 큰 모양을 깨려면 우변의 작은 흠집을 헤치며 사석을 활용하며 우하의 방치된 백 대마를 몰며 큰 싸움으로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바둑이 초반부터 펼쳐진다.

잘게 쪼개며 긴 승부로 흑번 선착의 우세를 유지하려던 것이 백의 큰 모양과 대마를 방치하며 확정가를 먼저 만드는 수법은 싸움과 난전에 능한 자신감을 들어낸다.

이럴수록 길게 보며 공세를 늦추지 않는듯하며 실리도 다져가야 하니 어렵기가 그지없다.

태백에서 시니어 전국구 아마강호들이 어린 여자연구생출신들에게 무참히 지는 판들을 보며 느낀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조그만 약점이나 방치에 즉각 응수를 물어 약한 돌을 준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견실하게 두텁게 두어야 하는 것이 기리이겠지.

상대의 과수나 약점의 방치를 그저 마음 좋은 동네아저씨마냥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놔두다보면 판세는 기우는 것이겠지. 인심 좋은 아낙이 제집 쌀독 비는 줄은 모른 채 가난이 떠나지 않음을 모르는 것과 같을까?

1회전을 시작한 옆의 대국들은 거의 끝난다. 세 판이 모두 한 집 승부라니 치열하기 그지없다. 6단 만석님은 2단 태평님께 한집을 이겼다. 기원 7급이신 당근님과 초단이신 도리님의 대국은 치수결정이 쉽지 않으나 내가 두 점 반 을 권했는데 승부는 한 집 차이이다. 정확한 치수를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온라인 바둑을 평소 잘 못 두어도 저력이 있는 동네바둑의 힘을 알기 때문일까?

아침에 처가 독감이 심해 도저히 길을 떠나지 못할 것 같아 내심 걱정이 크고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출근길에 병원에 들려 주사를 맞곤 약을 먹으며 나를 이끌며 길을 떠나준 처의 덕에 나작모임의 즐거움을 수담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남부터미널에 전화하여 요금과 시간까지 확인하여 내가 혼자 떠나는 것을 준비해주다가 자신이 못가면 나도 떠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밤새 앓던 처는 이제 목적지에 도착하여 내가 바둑을 두니 옆방에서 쓰러져 자고 있다.

초반 삼삼에 뛰어들 기회를 놓쳐 블록형의 백 대가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초반부터 시작한 큰 싸움은 이제 조금씩 마무리가 되어간다. 우하 백을 몰며 우하 흑 집이 튼실해졌고 좌하도 어느 정도 집이 형성된다. 중앙 백의 약점을 계속 물으며 좌변이 길게 연결이 된다. 장고에 지쳐 박 詩人이 일순 방심한 것일까? 전판에 걸쳐 활용하던 다섯 수 남은 우변 흑 사석의 활용은 용도를 충분히 활용하였다. 이제 버리며 끝내기를 결행하여 우상 백 대가를 상당히 삭감한다. 긴 승부는 전판에 걸쳤던 전투는 이제 마무리다. 덤을 제하고 7집반 승이다.

1회전이지만 내심 결승전보다 힘들다.

이미 2회전도 마친 채 진출한 분들은 기다리고 계신다. 이제 그시절 님과 둔 후 결승전은 용마님과 두어야한다. 늦은 시간에 둘러앉아 술잔 속에 반가운 마음들을 나누고 있다. 1회전에 진기를 모두 뺐으니 선달님과 무도님 행복의날개 님과 술잔을 바삐 돌린다.

한 달 전부터 그리 기다리던 이곳 공주의 모임. 정겨움과 안온함 그리고 치열한 승부의 여운은 마음속의 희열을 더한다.

년 초 팔공산의 모임, 여름 고성의 모임, 이제 세 번째 이곳 공주의 모임.

바둑벗 글벗들의 모임은 조금씩 모양도 갖춰가고 제 모습도 찾는다.

배울 점이 있는 선배들의 모습,

실현과 실천을 주도했던 후배들의 모습,

재미없을 바둑모임에 따라와 소중한 가족의 정겨움을 보여주시는 부인들과 아이의 모습.

동인지 제작에 대한 의견들의 교환과 사례 예산등도 짧게 의견을 나눈다.

중2 1969년 이래 바둑을 배운 보람이 이정도면 후회 없고 족한 것 아닌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