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K氏

가을 끝자락에 앉아 유서를 쓴다 올 겨울이 오기 전에 끝내기로, IMF이후, 결국 재생할 수 없었다 축 늘어진 그림자 끌고 다니다 촛불 밑에서 스러지는 꿈을 꾸었다 낙엽에 덮여자거나 맑은 이슬로 세수하는 웰빙생활도 굿 바이-, 시멘트 바닥은 너무 뼈가 시리다 그래, 낙엽처럼 져버리면 그만이지 낙엽은 늘 침묵처럼 쌓이기만 했어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먼 곳으로 이제 떠나는 거야 미련 없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무얼 걸어둘까 낡은 신발 한 짝 흔적으로 남길까 죽어도 서러워 해마다 겨울문턱이면 유서를 쓴다 일간신문 사회면 귀퉁이에 갈기갈기 찢겨진 마음 핏빛 노을에 물들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