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많다


시는 많다 동그란 시 네모난 시 무거운 시 가벼운 시 꿋꿋한 시 비틀거리는 시 딱딱한 시 부드러운 시 무늬만 시 뜨거운 시 차가운 시 찢어진 시 포개진 시 어두운 시 맑은 시 흐린 시 쉬운 시 어려운 시 애매한 시 짧은 시 길다란 시 깨끗한 시 지저분한 시 세련된 시 구닥다리시 유치한 시 우아한 시 싱싱한 시 조립시 예쁜 시 미운 시 재미있는 시 시시한 시 슬픈 시 기쁜 시 상쾌한 시 이상한 시 쌈박한 시 어지러운 시 헬렐레한 시 싱거운 시 달콤한 시 매운 시 떫은 시 느끼한 시 야시시한 시 아니꼬운 시 건전한 시 삐딱한 시 위험한 시 짜증나는 시 등등..... 지천에 널린 게 시다 가령 공중화장실에 가면 화장실 귀신이 귀를 슬며시 잡아당기며 '빨간 시 줄까 하얀 시 줄까' 하고 물을 정도다 시는 패션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시, 귀에 걸면 귀걸이 시가 된다 시는 이제 월마트나 E-마트 같아서 입맛대로 골라잡아도, 할인할 때만 타이밍을 맞추어도 된다 시는 장대비나 홍수, 혹은 주춧돌이다 시인이란 둑을 무너뜨리는 파괴자인 동시에 주춧돌을 쌓는 창조자라는 걸 알만한 사람은 안다 오늘 어떤 시를 써 볼까 실실 웃으며 또뽑기 하듯 펜을 빙빙 돌리다가 그저 그렇고 그런 썰렁한 졸시가 되어버린, 아, 물론 이런 졸시도 시다 시는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