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저격병 별을 쏘다


돈 벌러 간다고 했다
돈 벌고 있다고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내가 움직여야 돌아가는 사계가 있다
나를 보고 웃는 얼굴들이 있다
조그맣게 작아진 몸으로 돌아오면
이 조그만 몸을 감싸는 밤이 오면
내 하루는 의미도 없이 또 지나버려
멀건 국물에 건더기 건지듯
지난 시간들을 추적하고 싶어진다
별처럼 스스로 타 빛날 꿈은 없을까
달처럼 커가는 나는 될 수 없는 걸까
어두운 하늘을 휘휘 저어 살피다
자신을 부수며 사라지는 별똥별을 보았다
소임을 다한 퇴역장군같이 순간의 반짝임은
금세 잊혀지기 싫다는 몸부림일 게다
죽은 듯 잠들어 있던 내 안에 화산 하나
깊어서 헤일 수 없는 원시의 뜨거움을
이제 드러내 느끼고 싶다
끓어 넘치는 열정 그 하나로도
당신의 심장을 겨냥하리라
당신의 사랑을 차지하리라
잊혀질 수 없는 글자가 되어,
나를 버려도 세상은 잘 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