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패션쇼

사람의 마을로 갔다 꽃의 씨 한 알
바람에 실려 지상으로 떨어졌다
며칠 후 알맞게 비까지 내리자
연약한 녹색의 두 팔에 싱싱한 손가락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완전히 땅에 뿌리를 박고
누구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모든 사람들은 그의 옆을 무심코 지나쳤다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는 견딜 수 없이 외로웠다 그래서
모자를 쓰기로 하였다
그때 부터 사람들은 그의 모자를 보기 위해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두꺼운 외투도 입기로 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모여들었다
그는 나날이 많은 것을 외투에 달기도 하였고
모자에 꿩털 장식을 달았으며,
이제 그는 짐승의 가죽과 털로 덮힌 무거운 외투를 입었다

그는 생기를 잃어가기 시작하였다
언제부터인지,

사람의 마을에는 모두 이상한 모자를 쓰고 있다
사람의 마을에는 모두 무거운 외투를 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