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하루

배꼽을 드러내고 한 아가씨가 걷고 있다 나는 미소지으며 배꼽을 바라본다 배꼽에서 치렁치렁 탯줄이 뻗어나와 내 목을 한바퀴 빙 감으며 희안하게 넥타이로 변했다 24시 편의점에서 소주를 한 병 샀다 어두운 골목길, 병나발을 불다가 안주대신 넥타이를 씹었는데 곱창보다 질기고 맛이 별로였다 집에 도착해 베란다에서 서정시를 썼다 나는 다른 글은 안 쓰고 줄곧 서정시만을 고집한다 주위의 시인들이 말했다 내가 서정시를 안 쓰면 누가 쓰느냐고, 그 말을 믿으며 존중한다 세상살기 싫어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지만 상처 하나없이 깨끗했다 왜냐면 우리집은 1층이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며 꼬마들과 공놀이를 했다 공이 흰색이라 별 재미는 없었다 빨간공, 파란공이라면 더 좋고 흰색이라도 찢어진 공이었다면 즐거웠을텐데 아쉽다 약 먹을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와이프가 저녁 식사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주메뉴는 꽁치찌게, 꽁치구이, 꽁치튀김, 꽁치볶음이었다 문득 동요가 떠올랐다 "발이 꽁꽁꽁 손이 꽁꽁꽁 겨울꽁치 때문에~ 꽁꽁" 흥얼거리며 밥을 한 그릇 뚝딱 비웠다 배가 빵빵해지자 공기총을 빵,빵, 쏘고 싶었지만 밤이 깊어 이웃집에서 야단칠까봐 관두었다 식후 30분, 파란 알약을 스무개나 먹었다 담요를 깔고 엎드려 낮에 쓰다가만 시를 다시 쓰다가 잠이 들고 이를 빠드득 갈며 꿈을 꾸었는데 울 동네 제일 시설 좋고 큰 갈비집에서 온 식구가 정신없이 갈비를 뜯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