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통신

알 자지라와 CNN에서 보여주는
충혈된 야만의 눈동자여
다섯 살배기 아이는 죽은 엄마의 등을 타고
모래 먼지 속 내팽개친 재래식 무기처럼
이미 삶의 전의(戰意)를 잃은 지 오래,
알 자지라는 자지러진 알라를 쉬지 않고 선전하고
CNN은 또 다른 승전보를 타전하지만
처음부터 싸움은 승패가 정해져 있었으니
사막을 키우는 저 피의 모래바람 속
세계의 안방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고 만다
같잖은 기 싸움 배틀넷 게임을 하듯,
애꿎은 목숨은 새의 깃털보다 가볍다
누가 우리의 적인가
우리는 누구도 적을 삼을 수 없다
내 안에 무럭무럭 크는 사막의 폭풍우
피바람으로 돌변하는 내 안의 적이 두렵다
우리는 누구라도 친구가 되지만
또 누구라도 적이 되고 만다
풀꽃보다 아름다운 사람과 목숨들이 
솜털보다 가볍게 휩쓸려 사라지고 만다
사막을 키우는 내 안의 적을 겨누어
오늘 누가 나를 저격할 것인가
나는 사막의 언덕 위에 서있고
가늠자 위에 올려진 그 누구의 표적이 된다
게임은 끝이 없고 무기는 결코 녹슬지 않기에
누구도 자신의 심장을 겨누는 총구를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