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런던 팝하우스에서

롯데호텔, 지하선술집 바비런던에서 흘러간 노랠 들으며 떠나간 여자를 씹는다 오징어처럼 옛사랑도 죽 찢어 질겅거리며 씹는다 혼자 카운터에 기대어 필리핀 여자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나도 씹힌다 가수는 노랫말 속에서 나를 씹으며 흐느적거린다 바비런던에 짙은 안개가 내린다 템즈강가에 어리는 외로움 한줄기 낚싯대가 된다 피아노 건반은 물고기처럼 튀어오르고 취기는 말짱하니 걷힌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은유의 밤 그녀의 아랫도리가 독일산 수제소시지처럼 물컹거린다 바비런던의 지금 시간은 막 자정을 넘긴다 이제 새벽 2시 어느 놈은 객실로 또 어느 놈은 호텔밖 옆골목,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깐다 지독한 안개의 늪에 오징어 몇마리가 죽 찢긴 채 둥둥 떠다닌다 선술집에 가득한 비린 욕망 몇토막이 새벽거리에서 비틀거리며 구역질을 한다 청소차는 아직 오지 않는다 도시는 너무 깊다

coment : 이번 주 토요일 밤 9시 명동롯데호텔 지하1층 바비런던에서 흑맥주와 독일산소시지로 옛사랑을 찢고싶은 분은 누구라도 와도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