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안되는 날


비행기 한 대 쌔-앵-- 실금을 그으며 날아갔다
교차로에 가로수 즐비하다 간밤에 술에 취해 분명
하나 껴안고 있었는데 어느 것일까
큭큭, 슬며시 멋적은 표정으로 건널목을 건넌다
백화점 바겐세일 플래카드가 인공기처럼 붉게 휘날린다
거리를 헤메다가 집으로 돌아와 이백자 원고지에
딱 이백자만 쓰기로 했다
아직 팔십자 가량 남았는데 떠오르는 것은 도통 없고
어지럽게 시계 불알만 왔다리 갔다리다
화살표 가리키는 방향으로 뭉개구름 떠가고
詩는 분기점에서 0.917 밖에 보이지 않는다
빨간 펜으로 X 자를 지익 긋고 포기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