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로또가 당첨 되어 10억이 생겼다
꿈인가 생신가를 수차례 확인하고도 급기야 2층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이옹이옹.
앰블런스에 몸을 맡기고 가면서도 긴가민가.
다리 골절로 수술실에 들어가면서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웃음을 보였다
꿈이면 죽지 않을 거고 현실이면 이까이꺼머.
“저 놈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어머님의 울부짖음과 슬픈 척 무덤덤한 동생들과 야릇한 슬픔에 잠긴 마누라 아이들.
그래 다 좋다.
내가 여태 뭘 바라고 살았냐.
마취로 의사들의 엿가락 찍는 듯한 쩔그렁 소리가 감각을 느끼지 못한 상태의 소름이었지만
막간을 이용해 10억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했다
워낙 빚에 시달려 살았기에 빚에서 벗어나고 싶지 딱히 꼭 하고 싶은 일은 없다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1억씩.
엄니 1억 노후보장으로 통장에 넣어 드리고 나면 7억이 남았다
같이 살찌며 늙자더니 나이 먹을수록 돈밖에 모르는 마누라는 얼마 줄까.
대가리 굵었다고 사사건건 대드는 저 자식 년 놈들은 얼마를 주면 자립에 도움이 될까.
에라 모두 1억씩 션하게 동달을 달아주자
그러니 다시 3억이 나갔다
이제 남은 건 4억
팔공산에 내가 봐둔 땅이 전화로 알아보니 3억이었다. 300평 남짓.
텃밭에 30평 정도의 통나무집에 벽난로와 마당과 원두막 그리고 바둑 친구들이 묵을 객방.
그러고 나니 1억이 남았다
이제 남은 1억으로 뭘 하지.
만년 알로 있었으니 대앙간은 함 가봐야겠지.
그리고 그동안 해 오던 이벤트도 협찬 없이 해야겠지.
그래봤자 몇 십 몇 백이네
그동안 신세 진 사람들에게 술 사주고 노래방 가서 고함질러도 몇 십 몇 백이다.
그럭저럭 멍때리고 나니 수술 끝났고 나는 편안하게 눈을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
“세상아
네가 아무리 나를 갈구어도 나는 단단해지고 날이 설 것이다.”
평생을 운명에 갈굼 당하다 모처럼 이제 여유 있는 계가를 확인하고
인고의 시간 들을 어릴 때 하던 아카시아 잎처럼 훝어내리며 감회에 젖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던 삶
하지만 완성도를 볼 땐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게 많지만 부정하지 않았으니
이제 남은 시간은 환경과 타협했던 아쉬움 그 비굴함을 털고 갈 수 있겠다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해도 하지 않았을 것이 많고
없어서 못 하는 안타까움은 컸다.
“어저께 인사불성 되어 들어 왔어요.”
“에혀.”
어머님과 우렁각시의 대화 소리에 잠이 깨었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수술실로 다시 돌아가려 애썼지만 갈증과 소변을 참는 고통이 그마저 막았다.
꿈속의 꿈이 삶이라면 또 패로 버텨보자 운명의 자만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