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보리 한 줌 움켜쥔 이는 쌀가마를 들 수 없고,
곳간을 지은 이는 곳간보다 큰 물건을 담을 수 없다.
성자가 빈 손을 들고, 새들이 곳간을 짓지 않는 건
천하를 다 가지려 함이다. 설령 천하에 도둑이 든들
천하를 훔쳐다 숨길 곳간이 따로 있겠는가?
평생 움켜쥔 주먹 펴는 걸 보니
저이는 이제 늙어서 새로 젊어질 때가 되었구나.
- 반칠환의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중에서 -
이야기 둘) 잡초
한 농부가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밭에서 잡초를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신은 왜 이런 쓸모없는 잡초를 만든 것일까?
이 잡초들만 없으면 오늘 이렇게 더운 날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고 밭도 깨끗할 텐데..."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노인 한 분이 그 말을 듣고는 농부를 타일렀습니다.
“여보게, 그 잡초도 무언가 이유가 있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네.
잡초는 비가 많이 내릴 때는 흙이 내려가지 않도록 막아주고
건조한 날에는 먼지나 바람에 의한 피해를 막아주고 있네.
또한 진흙땅에 튼튼한 뿌리를 뻗어 흙을 갈아주기도 하지.
만일 그 잡초들이 없었다면 자네가 땅을 고르려 해도 흙먼지만 일어나고
비에 흙이 씻겨내려 이 땅은 아무 쓸모가 없이 되었을 거야.
자네가 귀찮게 여긴 그 잡초가 자네의 밭을 지켜준 일등 공신이라네.”
세상에는 아무데도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이 세상에 보내진 것입니다.
꽃은 꽃의 모양과 향기의 옷을 입고,
잡초는 잡초 모양의 옷을 입고 세상에 보내졌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들의 속 좁은 생각이 그렇게 느낄 뿐.
이 세상 모든 것들은 각각의 쓰임새와 의미로 세상을 빛내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이건 내면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있습니다.
이야기 셋) 깨진 항아리
몸이 불편한 꼬마가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꼬마는 예쁜 꼬마 항아리가 되었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꼬마 항아리는 장독대의 어른들 장독들에게 귀염을 독차지 했습니다.
어느날 주인 집의 아들이 새총 놀이를 하다가 날아온 돌에 항아리가 그만 깨지고 말았습니다.
꼬마 항아리는 뚜껑이 깨지고 입술도 깨져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마당 한귀퉁이 아무곳에 버려지게 되었습니다.
꼬마 항아리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꿈에서 조차 자신의 모습이 보인 것 같아서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고 엉엉 울었습니다.
매일 매일 울다가 지쳐서 잠들기를 얼마동안 했는지 모릅니다.
오늘도 꼬마 항아리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저쪽에 있는 멀쩡한
장독들을 보고는 또 울먹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일진 바람이 불더니 펑~ 하고 산신령이 나타났습니다.
수염이 허옇고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를 보자 꼬마는 엉겹결에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그래, 외진 곳에 있으니 무섭고 힘들지?'
'.......'
꼬마는 시무룩하여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산신령 할아버지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습니다.
'아이야, 너는 장독대의 장독들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아느냐?'
꼬마는 부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네. 된장하고 간장도 있고, 고추장도 담고 있어요. 어떤 것은 메주도요.'
'그래. 그럼 넌 무엇을 담고 있니?'
꼬마는 그말을 듣자 또 자신의 신세가 서러워서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 빗물이요'
'오냐, 잘 알고 있구나. 그것 외에 또 무엇이 너에게 담겨 있더냐?'
꼬마는 이번에는 한참을 궁리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습니다.
'햇님이요. 밤에는 달님도 별님도 있어요'
산신령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특하다는듯이 이야기 했습니다.
' 그렇다, 아이야. 장독대에 있는 장독들은 된장 하나만을 담고 있지만
너는 이렇게 아무거나 다 담을 수 있단다. 뚜껑이 없으니 지나가는 바람도
담을 수 있고 비치는 세상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느니라'
그말을 들은 꼬마 항아리는 홀연히 무엇인가를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담고 있는 것도 소중한 것임을..
---------------------------------------------------------------------------
不可近 不可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