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끝에 모처럼 해가 나서 반갑다고 생각하자 바로 짜증 났다.
습도가 높아져 꿀꿀하더니 두세 시간 만에 온도가 37도까지 올라갔다
언제 구질구질한 긴 장마였나 싶고 중부지방 물난리를 생각하니
작은 나라에서 참 우여곡절도 많다는 생각에 작금의 갈등은 차지하고
날씨라도 평온하여 서민들 일상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상식대로 되길 바라본다.
“사장님 안녕하슈.”
신호대기 중에 앞문이 열리더니 차가 울렁거렸다
거구가 비집고 들어 온 것이다.
예전엔 합승하려고 한 명 타면 의례 앞 좌석에 타는 게 상식일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뒷좌석에 타는 게 에티켓이다.
오후 3시.
휴가철이라 손님도 없어 철수하려는 참인데 술 냄새가 확 풍긴다
(이 시간에 맛이 간 놈이 탔으니 마무리 참 잘한다.)
혐오스런 문신에 강호동 같은 떡대가 옆에 앉아 4차로에 있는 나에게 유턴하잔다.
(이거 파출소 아니면.....)
“손님 제가 유턴 할 재주는 없고요. 여기서 찍고 한 바퀴 돌려 드릴 수는 있는데요.”
“와하하하”
박장대소를 하더니 내 손은 덥석 잡고
“내 기분 졸라 나빠 한잔했는데 어르신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올해부터 그러니깐 코로나 시작부터 염색을 하지 않아 거의 백발이라 자주 듣는 말.
어르신.
그래도 이런 경우엔 조금 도움이 된다.
주머니에서 만원 권을 내밀고 자 기분이다 하고는 기본거리의 목적지로 가잔다.
(이거 5분만 참으면 되는 대박일세)
(그래 내가 술꾼인데 자네 정도는 18급이라 9점 정도지)
그러나.
18급의 행마는 30여 분 지속 되고 요금은 9400원이 나왔다
그 기분이다가 그냥 못가겠다며 나하고 한잔하자고 보채다가 친구에게 전화하더니
결국 그 친구를 불러냈다.
차는 다시 실룩거리더니 아예 한쪽으로 기울어 버렸다
두 번째 놈이 떡대가 더 가관인 것이다.
짐을 잘못 실은 화물차 같이 한쪽으로 기울은 택시.
뒤에서 따라 오는 차는 그랬을 것이다.
(저런 차로 영업을 하나?) 하고.
노래를 부른다
연신 나보고 멋진 사장님이라고 친구에게 자랑하고 그 미친놈도 맞장구를 쳤다.
에라 죽자.
나는 신호가 걸렸을 때 박수를 쳤다
“샤이 샤이 아싸.”
창문을 열고 옆에 차에 손을 흔들어 가며 난리가 났다.
그 사람들의 안타까운 눈길들.
그래 삶이 이런 것이다.
그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또한 곧 지나가리니.
나는 그 끝을 알기에 그들이 보는 절망의 시간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겪고 싶지 않아 피하며 살지만
겪는다고 모두 감내할 수 없는 고통만도 아니다.
파출소로 가도 될 일이지만 그 또한 깔끔하지만도 않는 일.
이리가자 저리가자 하다가
“에이 나도 소주 한빙 사 들고 들어가야겠습니다.”
했더니.
두 사람 박장대소를 하더니.
“그라소 와 진짜 사장님 멋쟁이 사는 게 별거 있소. 한잔하고 가는 거요.“
그리고
”오늘 기분이다. 거스럼 돈은 됐소.“
하고 6백원을 집는 나의 손을 꽉 눌렀다.
나는 그 6백원을 한참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