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선배가 있었습니다.

나보다는 세 살이 많고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중학교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3년 선배였습니다.

딱히 친하지는 않았지만 지나칠 때면 목례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는 정도의 선배였습니다.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지도 않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그런 사람,

말 그대로 장삼이사張三李四였습니다.

가정 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그 선배는

시내 동문 시장의 중국집에 취직하여

음식배달도 하고 허드렛일도 도와주면서 중국음식 조리법을 배웠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중국음식점을 차리겠다는 희망이 그 선배에게는 있었고

 그래서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해 나갔습니다.

그 형이 주택복권에 당첨된 것은 그 형의 나이 스물일곱이 된 해였습니다.

당시의 주택복권 1등은 칠백만원이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꿈속에서나 만져볼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제주 시내 동문통의 번듯한, 

대지 오십 평에 건평 스무 평의 한옥이 백만 원 남짓하던 시절이었으니

그 형은 하루아침에 제주 시내의 주택가에 일곱 채의 한옥을 살 수 있는 큰돈을 손에 쥔 것입니다.

그 형은 꿈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중국집을 차리고야 말리라던 꿈은 사라지고

느닷없이 거머쥔 거액의 돈에 짓눌렸습니다.

그 선배는 주택복권에 당첨되고 칠년 후 자살로 자신의 길지 않았던 삶을 끝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식을 탐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재물을 탐하고

누구나 권력을 탐하지만

지식을 갖기 전에 온전히 지식을 담을 그릇

재물을 탐하기 전에 재물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

권력을 탐하기 전에 주어지는 권력을 옳고 바르게 쓸 수 있는 사람됨이 필요한 것입니다.

격이 갖추어지지 않는 지식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그릇에 넘치는 재물은

자신의 그릇에 넘치는 권력은 남을 해치고 자신을 망가뜨립니다.

오늘도 열심히들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