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대회 4강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의 양딩신 9단과 온라인으로 대국하는 모습.[오로DB] |
지난 20일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32강 추첨식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다. 32강 대진이 역대 그 어떤 대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중국의 최정상급 선수들이 첫 판부터 만나는 ‘역대급 죽음의 대진’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32강대국 중 무려 6판이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경력자 간의 대결이다. 32강에 출전하는 어떤 선수는 추첨식을 진행한 김누리 3단을 두고 ‘금손’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할 정도다.
오는 27~28일 벌어지는 32강 빅매치의 향연을 앞두고 사이버오로는 삼성화재배 해설진을 모시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초접전 양상 속에 해설자들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공통된 전망을 내놨다.
▲ 왼쪽 조는 27일에, 오른쪽 조는 28일에 대국한다.
32강-1(2022년 10월27일): 해설 홍무진 6단
32강-2(2022년 10월28일): 해설 이지현 9단
16강: 해설 허영호 9단
8강: 해설 김진휘 6단
4강: 해설 한승주 9단
#신진서 9단 vs 미위팅 9단 (2022년 10월27일)
5명의 해설자 모두 신진서 9단의 우세를 점쳤다. 27일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이 대국의 문자해설을 맡은 홍무진 6단은 “다른 판은 몰라도 이 바둑만큼은 신진서 선수의 승리를 예상한다. 물론 미위팅 선수도 강하지만 신진서는 한마디로 ‘어나더레벨’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승리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현 9단은 “신진서 선수가 워낙 강해서 조금 유리하긴 한데 미위팅 선수도 강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전체적으로 대진이 다 만만치 않은데 한국이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잘 봐줘야 5대5 승부일 것이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지금까지 12번 대결해서 신진서가 8승4패로 앞서있다. 가장 최근 대결은 지난 8월 13일 국수산맥배 16강전이었다. 2021 갑조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대결 이후 두 선수 모두 4차례 연속 백번필승을 이어오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기록은 중국룰(7집반)로 대결한 8번의 대결에서는 4승4패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룰(6집반)로 대결한 4번의 대결에서는 신진서가 4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한승주 9단은 “이번 대진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텐데 대진이 엄청 빡빡하게 짜였다. 최정상급 강자들은 최정상급 강자들과 전부 붙었고, 상대적으로 중상위 강자로 평가되는 사람들도 비슷한 사람들과 대결이라 전부 다 5대5 승부다.”라며 “다만 신진서 선수는 확실히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미위팅 선수도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해보고 워낙 강자여서 단판 토너먼트 승부는 항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신진서의 65대35 정도의 우세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박정환 9단 vs 커제 9단 (2022년 10월28일)
2010년대 초반부터 세계바둑계의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혀온 두 선수가 32강 첫 판에 맞대결을 펼친다. 박정환 9단은 디펜딩챔피언이고 커제 9단은 2020 삼성화재배 우승자. 전기 우승자 vs 전전기 우승자의 대결이기도 한데 최근 두 선수의 성적은 예전 같지 않다. 박정환은 4연패에 빠져있고 커제도 최근 인터넷 대국에서 연전연패중이다. 또한 커제는 2020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이후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트로피가 없다.
28일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이 대국의 문자해설을 맡은 이지현 9단은 “커제 선수가 최근 폼이 좋지 않다. 박정환 선수도 최근 시합을 많이 지긴 했지만 그래도 박정환이 약간 우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진휘 6단은 약간 다른 전망을 내놨다. 김6단은 “인터넷 대국과 공식대회는 별개라고 본다. 5대5 승부이며 당일 컨디션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영호 9단 또한 “커제 선수가 인터넷 바둑을 많이 지고 있지만 박정환 선수와 공식대회에서 붙으면 승부를 알 수 없다. 현재 커제 입장에서 신진서는 천적 느낌이지만 박정환은 마지막 라이벌이라 해 볼 만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이번 대진이 안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한국선수가 다 올라갈 수도 있다. 냉정하게 보면 대진이 조금 아쉽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붙을 사람들이 먼저 붙은 거라고 보면 된다. 한국 선수들이 다 올라갈 수도 있는 그림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두 선수는 지난 11월 LG배 8강전에서 마지막으로 대결한 이후 1년 여 만에 다시 만났다. 한승주 9단은 “전판에 박정환 선수가 유리하다가 후반에 역전 당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후반을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랭킹 2위~공동4위 vs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경력자
변상일 9단 vs 당이페이 9단(중국) 2승 2패
강동윤 9단 vs 판팅위 9단(중국) 3승 2패
신민준 9단 vs 양딩신 9단(중국) 1승 5패
▲ (왼쪽부터) 변상일 9단, 당이페이 9단.
▲ (왼쪽부터) 강동윤 9단, 판팅위 9단.
▲ (왼쪽부터) 신민준 9단, 양딩신 9단.
한국랭킹 2위~공동4위 선수들이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경험이 있는 중국 강자들과 붙는다. 5명의 해설자 모두 이들의 대결은 5대5 승부라고 전망했다.
최근 처음으로 한국랭킹 2위에 오른 변상일 9단은 중국랭킹 15위 당이페이 9단과 대결하는데 상대전적이 2승2패로 팽팽하다.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강동윤 9단은 중국랭킹 3위 판팅위 9단과 지난 10월14일 농심배에서 대결한 이후 14일 만에 ‘리매치’를 벌인다.
지난 10월6일 생애 첫 명인에 등극한 신민준 9단은 중국랭킹 5위 양딩신 9단과 한판승부를 펼친다.
김진휘 6단은 “세 판 모두 5대5승부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일류기사들의 대결은 당일 컨디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신민준 선수는 명인전에서 신진서 선수와 뒀던 것처럼만 두면 승산이 충분할 것이다. 강동윤 선수는 지금이 ‘커리어 하이’ 느낌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상일과 강동윤은 최근 새로 출범한 메이저 세계대회 취저우난가배에 한국대표로 선발된 바 있다. 허영호 9단은 “강동윤 선수는 판팅위 선수와의 전판에서 빠른 속도로 너무 잘 둬서 컨디션이 매우 좋아보였다. 물론 삼성화재배는 시간이 더 많은 바둑이라 예측은 어렵다. 신민준 선수의 대국 또한 예측이 어렵다. 신민준은 언제든지 초일류 강자에게 승리할 수 있고 중상위급 강자에게 패할 수도 있는 도깨비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신예들은 일본 선수들과 대결
한우진 5단 vs 쉬자위안 9단(일본) 첫 경기
권효진 4단 vs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일본) 첫 경기
▲ 제3기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 우승자 한우진 5단.[오로DB]
▲ 제15기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 오픈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권효진 4단.[오로DB]
최근 한국바둑의 차세대주자로 꼽히고 있는 한우진 5단과 권효진 4단은 일본 선수들과 16강 진출을 다툰다. 한우진은 쉬자위안 9단과, 권효진은 와일드카드를 받은 나카무라 스미레 3단과 대결을 벌인다.
5명의 해설자들은 모두 권효진의 우세를 점쳤고 한우진과 쉬자위안의 대결은 의견이 갈렸다.
홍무진 6단은 “권효진 선수가 실력발휘만 잘 하면 무난하게 승리할 것 같다. 기세만 잘 타면 16강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우진 선수는 상대(쉬자위안)가 강해서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약간 밀리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현 9단 또한 “최근에 권효진ㆍ한우진 선수와 대국했는데 두 판 모두 졌다(웃음). 둘 다 잘 두더라. 중국 선수들 상대로는 약간 불리하겠지만 단판 승부는 또 모른다.”고 말했다.
한우진은 랭킹33위에 올라있으며 권효진은 53위다. 신예 라이벌로도 거론되는 두 선수는 최근 비슷한 시기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우진은 지난 9월16일 제3기 이붕배 신예 최고위전에서 우승했다. 우승 직후 그는 “10월에 열리는 삼성화재배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권효진은 지난 9월26일 프로 78명, 아마 강자 50명이 참가한 오픈 대회 노사초배에서 우승했다. 128대 1의 경쟁을 뚫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누구와 두어도 이긴다는 생각으로 대국에 임한다. 5년 내 세계 우승, 내년까지 20세 이하 국제 대회 제패로 목표를 잡았는데 꼭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진휘 6단은 “권효진 선수에게 몇 번 찾아오지 않는 기회가 온 것 같다. 이런 기회는 꼭 잡아야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권효진의 대국 빼고 거의 모든 판이 예측하기가 어려운 느낌이다.”고 말했다.
한승주 9단도 “권효진 선수는 스미레 선수보다 확실히 앞선다. 한우진 선수도 성적이 좋고 잘 두지만 쉬자위안 선수가 얼마 전 농심배에서 좋은 내용의 바둑을 뒀다. 한우진을 응원하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비슷할 것 같다. 쉬자위안도 일본에서 꽤 상위권 기사이기 때문에 5대5면 양쪽에서 불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평소에 보기 힘든 빅매치가 즐비하다. 삼성화재배는 메이저 세계대회 중 유일하게 약 14일에 걸쳐 32강부터 결승까지 스트레이트로 일정을 소화하는 ‘단기전’이다. 과연 어떤 선수가 보름여간의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우승컵의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온라인으로 막을 올리는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은 10월27일 본선32강을 시작으로 내달 5일 4강까지 단판 토너먼트로 결승 진출자 2명을 가리며, 11월7일부터 9일까지 3번기로 챔피언을 가린다.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다.
본선32강 대진과 한국 선수들의 상대전적은 다음과 같다. (상대전적은 앞 선수 기준)
신진서 9단 vs 미위팅 9단(중국) 8승 4패
변상일 9단 vs 당이페이 9단(중국) 2승 2패
박정환 9단 vs 커제 9단(중국) 14승 14패
강동윤 9단 vs 판팅위 9단(중국) 3승 2패
신민준 9단 vs 양딩신 9단(중국) 1승 5패
김명훈 9단 vs 리쉬안하오 9단(중국) 2승 1패
원성진 9단 vs 구쯔하오 9단(중국) 1승
김지석 9단 vs 자오천위 9단(중국) 2승
유오성 7단 vs 탕웨이싱 9단(중국) 첫 경기
이창호 9단 vs 탄샤오 9단(중국) 2승 2패
이형진 6단 vs 위즈잉 7단(중국) 첫 경기
최 정 9단 vs 사다 아쓰시 7단(일본) 첫 경기
오유진 9단 vs 이치리키 료 9단(일본) 첫 경기
한우진 5단 vs 쉬자위안 9단(일본) 첫 경기
권효진 4단 vs 나카무라 스미레 3단(일본) 첫 경기
금지우 4단 vs 쉬하오홍 8단(대만) 첫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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