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기, 구리 9단마저 넘고 한국 우승을 바라보던 순간 씨에허 9단에게 석패하며 분루를 삼키던 김지석 8단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원성진 9단과 이창호 9단이 뒤를 지키고 있었으나 모두 중국 씨에허 9단에게 져서 한국은 우승을 놓쳤었다.

24일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열린 제1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국내대표선발전 결승에서 김지석은 김승재 5단을 맞아 154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대표가 됐다.

간단한 복기를 마치고 대국실 바깥으로 나오는 김지석 8단을 만났다.

- 오늘 바둑 중 가장 먼저(오후 3시 30분께) 끝났다. 흐름이 급박했던 모양이다.
“초반은 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하변 전투에서 김승재 5단이 수순을 놓친 게 있어서 내가 조금 앞서게 됐다. 이후 상대가 형세를 너무 안 좋게 봤는지 대마를 돌보지 않고 버티는 작전으로 나왔다. 결국 대마를 잡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 어떤 기사들과 맞붙고 싶나?
“지난기에 겨뤘던 구리 9단과 씨에허 9단과도 재미있을 것이다. (구리 9단에 전에 많이 졌기 때문에, 씨에허 9단한테는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졌던 것 때문인가?) 아니다. 구리 9단과 두면 워낙 내용이 재미있기 때문이고 씨에허 9단도 강자이므로 그런 의미다. (젊은 층들은?) 역시 중국의 나이 어린 기사들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쪽이다.”

- 이번 선발전에서 가장 어려웠던 판은?
“목진석 9단과의 대국이 어려웠던 초반부터 고전했었다. 오늘 바둑도 초반에 상대가 수순만 빠뜨리지 않았더라면 굉장히 고생했을 것 같다.”

- 한국 대표 중 순번은 어느 쪽이 편한가?
“물론 선봉으로 나가는 게 편한데, 그 뒤는 몇 번째가 되도 비슷한 것 같다. 다른 국가에서 연승을 막 터뜨리고 있을 테니까 후후.

- 중국에 여자 팬들이 많다고 하는데?
“(무척 쑥쓰러워하며) 전에 중국의 어떤 여성 바둑팬이 그림을 선물해 준 적이 있다. 허영호 9단과 구리 9단이 삼성화재배 결승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그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이 나도는 것 같다.”

- 김지석 8단이 바둑이 너무 과격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입단 초기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땐 나도 ‘무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뒀는데 지금은 많이 침착해졌지 않나? (‘글쎄’라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솔직히 말하면 주위에선 아직도 과격하다고들 말한다 ㅋㅋ 전 적절하게 두는 거 같은데… (그런가?), 될 것 같은 수만 둔다 하하 ”

- 몇 연승이 목표인가?
“많이 이길수록 좋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