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때,  난 큰아버지 댁이 있는 충남 공주에 놀러 갔었다.

큰집은 워낙 대가족 이어서 조카가 무지 많았다. ( 사실은 지금도  조카가 몇인지 정확히 모를 정도다)

나를 형이나 오빠로 부르며 따르던 조카가 갓난 아이를 제외해도 일개 분대 병력 이었다.

나이차는 없어도 족벌상 분명 난 그들에게 삼촌 이었다.

어떤 일로 분쟁이 일어났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랫동네 골목대장과 <맞짱>을 떳었다.

당시 속으로는 겁이 좀 났지만 분대 규모의 조카들이 보는 앞이라 나는 허세를 부릴수 밖에 없었는데,

슬리퍼를 신고 있던 나는 그 골목대장에게 "운동화로 갈아신고 올테니까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하고는 집에 신발을 갈아신으며, 그 대장이라는 녀석이 슬쩍 자리를 떠나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그녀석은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대기 하고 있었고 부득이 <맞짱>을 뜨게 되었는데, 뭐..더 얘기해 뭐하겠는가,

훔씬 쥐어터졌다.

난 맞아서 아픈것보다도 조카들이 나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할까 하는것이 훨씬 마음이 아팠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난 또한번의 <맞짱>을 떳다.

이번엔 만만한 상대였다.

반에서 키가 제일작아서 1번이었으며 온갖 구박만 당하고 친구들에게 거의 장난감 취급당하던

녀석인데, 이친구, 내가 좀 만만하게 생각되었던지, 하루는 사소한 일로 나에게 반발을 해왔다.

"하극상" 이었다.

공주에서 당할때와는 정 반대였다.

"어찌 녀석이 나에게..."하는 분한 생각밖에 없었으니.. 종례후 학교 뒷산으로 장소를 정했다.

반 60여명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모처럼 구경거리 났다고 구경을 왔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장에 다녀 유단자 였던 나는, 옆차기에 뒷차기, 온갖 현란한 동작을 선보였으나,

거리조절에 실패했다.

태권도는 <싸움>에는 그다지 도움이 못됨을 깨달았다.

결국은 신나게 공격하다가 그친구 카운더블로를 허용하고, 코피가 터지고 말았다.

아무리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하더라도, 일단 코피가 터진사람은 무조건 지는걸로 알던

불문율이 존재하던 시절...나는 깨끗하게 돌을 거두었다.

그후로 두고두고, 반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음은 말할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왕따>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생각나는 바둑격언 하나.."경적필패"

그런 고난의 시간을 보내다가 상황이 급반전되는 "사건"이 생겼다.

당시 1학년 전체 <짱>으로 불리던 친구가 있는데 이친구 싸움하나는 귀신같아서 당할자가

없었다. 유도를 했다느니, 십팔기를 했다느니..들리는 소문만 무성했으나, 내가볼땐

천부적인 "쌈꾼" 같아 보였다.

성질도 포악하기 이를데 없어서 모두들 슬금슬금 피해다니며 절절매던 그런 상대였는데,

나와 내친구도 괴롭히기 시작했다.

학용품도 뺏고 도시락도 뺏고,잔심부름 시키고, 온작 모욕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대들고 말았다.

마치 공주에서 조카들에게 허세를 보인것처럼..

<짱>에게 <맞짱>을 청했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학우들은 나를 존경반, 우려반, 의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었는데,  정해진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후회가 밀려들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나는 약속장소에 미리 대기 하고 있다가 그 장소에 나오는 그친구등을 뒤에서 냅다 후려쳤다.

그때를 기다려 내 친구가 동시에 덮쳤고, 그녀석이 거꾸러지자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다.

참으로 비겁한 행동이었으나 너무 겁이 나기도 했거니와 어차피 붙어봐야 죽어라 터질거 뻔하니,

한번만이라도 때려보고나 맞자는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그렇게 도망친후 친구와 나는 걱정이 태산같았다.

내일 학교가면 우리는 죽을지도 몰라...

학교에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 마저 들었으나 그럴수는 없는일, 마치 도살장 끌려가듯 등교를 했는데,

이 덩치산만한 학교 <짱>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씩 - 웃는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앞으로 잘 지내보자" 며 악수를 청한다.

별일도 다있지 난 거의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던차에 먼저 다가와 웃으며 악수를 청하다니,

비겁하게 뒤통수를 친 나에게...

그때 만큼은 그친구가 <짱> 답게 멋지게 보여졌다.

반 아이들도 모두 잘해주기 시작했고, 심지어 내 눈치를 보는 아이도 있었다.

여기서 생각나는 바둑 명언.(일단 바둑 명언 이라고 우기자!)

<강한자가 이기는것이 아니고, 이긴자가 강한 것이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만난 3급 기우와 이른바 <지도 대국>을 둬 주다가 정선으로 둬놓고도 내가

훔씬 두들겨 맞고 패한적이 있다.

상대가 여성 기우라는 점이 나는 더욱 상대를 얕잡아 봤음이라..

상대가 바둑에 관한 절정 고수이건 그 반대이건 상대를 의식하며 두면 안됨을..왜 자꾸 잊는 것일까.

알고 보니 상대는 바둑 학원까지 다니며 기본이 튼실한 기우 였는데,

나는 오로 4단임을 너무 믿은 동시에 여자에게 설마..하는 마음이 결국 패배를 부른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글에 내세우고자 하는 해설자의 변하나,

상대가 누가 되었든간에 진정한 상대는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아자 아자~~!!

해설자의 변둘,

상수에게 마구 드리대자, 그래서 어찌되든 이겨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자.

쥐어 터져도, 대마가 이리저리 휘둘려도, 쥐어 터지면서도 배울것은 많으니...

꼼수를 써서라도 승부를 즐겨라, 미리 포기하지 말것.^^ 

뒤통수 치는것도 비겁한 짓이지만, 굴욕을 느끼면서도 승부를 피하는것또한

그에 못지 않게 비겁한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