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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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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지 않는 풍차
2022-10-29 오후 10:08 조회 639추천 7   프린트스크랩

친구의 카톡이 왔다. 

유명한 가수가 데뷔할 때 부른 ‘돌지 않는 풍차’가 올려있었다. 

동영상을 틀어봤다. 풋풋한 가수의 생생한 음색이 들려왔다. 

수없이 들어보고 불러봤던 노래인데도 이상하게도 새롭게 들리는 음악이었다. 

얼마 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우리들은 일차에서 술을 마신 다음에 이차로 7080 단란주점을 찾았다.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 덕분이었다. 

그 친구는 노래를 좋아하여 개인적으로 음악 cd까지 제작한 친구이다. 

그 친구는 7080단란주점을 단골로 드나들었다.


주점 안에는 남자 손님 한명과 여자 손님 한명이 따로 따로 앉아 있었다. 

코로나 전에는 온 주점이 손님 들들로 꽉 차 있었지만 지금은 아직 한산한 상태였다.


우리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노래를 신청하였다. 

여자 손님 한 명이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노래실력이 별로 신통치가 않았다. 

나는 생각하기를 저 정도 노래 실력이면 내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는 세곡을 신청하였다. 돌아가는 삼각지, 그리움만 쌓이네, 마포종점이었다.


첫 곡을 불렀을 때 여자 손님이 반응을 하였다. 

박수를 치는 듯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그리움만 쌓이네를 부를 때였다. 

여자 손님이 나와서 환호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기분이 업 되었다.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면서 2절을 준비할 때는 온 세상을 차지한 기분이었다. 

인기 가수들이 바로 이런 기분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닐까? 

마포종점을 불렀을 때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여자 손님은 계속 박수를 쳐댔다.


그날 주점에서 여자 손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작별을 아쉬워하는 그녀와 악수를 하면서 쿨 하게 헤어졌지만 그래도 기분은 상당히 좋았다. 

내가 노래를 해서 한 사람을 즐겁게 해주지 않았는가?


친구가 보내준 카톡의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하였다. 

그 동안은 노래를 들은 다음에 마음에 들면 그냥 따라 부르기만 하였다. 

그 노래의 여러 가지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 기분에만 맞추어서 따라 부르기만 한 거였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 였다. 

그 동안 숱하게 노래를 하였다. 그냥 내 기분에 따라서였다. 

그런데 7080 사건이 있고 나서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노래를 내 기분에만 맞추면 되겠는가? 

나 혼자만 부른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다른 사람들이 듣는 다면 달라야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친구가 보낸 카톡의 노래를 잘 들어보았다. 

역시 달랐다. 그 노래는 자기만의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 없이 폭 넓은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어린 나이에 저렇게 폭넓은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인가? 

인생의 깊이는 단순히 나이가 문제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였다. 

짧은 선분과 끝없이 펼쳐진 수직선이 대등한 것을 보면 수학적으로도 이 사실은 확실한 듯하다.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일단은 계속 들어야한다. 

들으면서 섬세한 부분을 충분히 느끼고, 그 부분을 소화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부분은 충분히 듣고 느꼈더라도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다. 

수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음색은 어떻게 따라한다고 해도 성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은 노력이다. 최대한도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비슷해 지지 않을까?


정말로 편한 잣대가 있기는 하다. 내가 뭐 가수인가? 

그냥 적당히 가는 데까지 가보는 거지.


노래를 잠시 잊고는 뒷동산에 올랐다. 

운동장에서 청년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10명이 한 골대를 두고 슛을 하는 게임이었다. 

동작들이 현란하였다. 

나는 멋진 동작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하며 박수를 치고 응원을 하였다. 

던지는 족족 골인하는 친구, 상대방을 잘 마크해서 골을 빼앗는 친구, 이리저리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피해가는 친구 등.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내가 하는 말들을 모두 기억한 듯 했다. 

골을 잘 넣는 양반, 볼을 잘 방어하는 양반, 몸을 현란하게 움직이는 양반 등등.


그 친구들은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하여서 자기들끼리 누구는 어떤 양반이라는 것을 모두 알았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누구누구는 어떤 양반이라고 중얼거렸다. 

세상에나! 하찮은 늙은이가 구경하면서 그냥 내 뱉은 말들을 모두가 기억하다니.


구경꾼은 나 밖에 없으니까 내가 한 말들이 모두 다 그들에게 전달 된 모양이었다. 

인간들이 아무리 강한 척 하여도 결국은 주변의 환경에 지배되기 마련인가?


열심히 노력하여 11월 모임에서 나는 ‘돌지 않는 풍차’를 부를 것이다. 그 때 9월에 환호하던 그녀가 그 자리에 나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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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길 |  2022-10-30 오후 7:19: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팔공선달 |  2022-10-31 오전 5:50: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 음악 감상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술 한잔 들어가면 발동하는 끼라기보다는 일종의 병이랄까.
리듬도 중요하지만 함축된 언어와의 기묘한 조화
처음 접한 시기. 내가 겪은 삶의 감정. 때로는 동경 대상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위로하고 누군가에겐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접어 보는 것이죠.
종이학처럼 배처럼 비행기처럼.

그래서 18번 곡이란 게 있고 대상이 있고 당시의 감성이 있습니다.
미사여구를 쓰지 않아도 내 마음을 부담 없이 전하는 도구고 언어로
설사 부르지 못해도 그 여인처럼 박수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나도 칠 수 있고.
노래는 나에게 위로도 되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오해로 고통을 주기도 하죠.^^  
짜베 이 글을 올린 날(토요일) 밤에 무서운 일이 있었습니다. 새벽 두시에 딸애가 무어라
고 해서 TV를 봤더니, 아이고, 가슴이 떨렸습니다.
밤새도록 동네의 절에 새겨진 주문을 중얼거렸습니다.
팔공선달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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