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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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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휴머져엄 6
2022-02-13 오전 10:39 조회 597추천 10   프린트스크랩

매우 다행스럽게도 집사의 몸에 휴머져엄이 사라지지 않았다.

집안은 다시 평화로워졌다.

내가 이 집안의 우두머리니까 내가 편안해야 집안이 편안한 것이다.

향미는 고된 직장생활에도 꿋꿋하게 잘 견디며, 나와 할딱이의 보호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내고 있다.

내가 톡소포자충을 잘 간수한다면, 집사의 집안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준석이가 왔다.

이번에는 준석이의 손에 내 간식이 들려져 있지 않았다.

향미에게 줄 꽃다발만 들고 왔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나를 보고도 안아들지도 않았다.

나는 준석이에게 내 휴머져엄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내 몸에 톡소포자충이 없어진 지난번에 주입을 거른 것이 화근이다.

오늘 기회를 봐서 주입해야 한다.

인간의 몸에 휴머져엄이 남아 있을 때 주입이 수월한데, 오늘은 내가 고생 좀 하겠다.

 

식사를 마친 향미와 준석이는 또 교미를 했다.

이번에는 불을 끄고 교미를 해서 이상한 소리만 들렸다.

둘이 어떤 방식의 교미를 해도 나는 관심이 없다.

나는 오늘 준석이에게 휴머져엄만 주입하면 된다.

 

교미를 마치고 향미가 불을 켰다.

나는 준석이에게 휴머져엄을 주입할 기회를 엿보려고 준석이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준석이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준석이는 향미에게 결혼하자고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향미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있었다.

갑자기 준석이가 화를 내며 벌떡 일어섰다.

 

이까짓 고양이만 데리고 살면 뭐하냔 말이야!”

준석이는 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나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첫 번째 발길질은 나의 탁월한 순발력으로 피했지만, 두 번째 발길질에 나는 엉덩이를 얻어맞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나는 꼬리를 치켜들고 털을 빳빳하게 세웠다.

준석이가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그만해!”

향미가 비명 같은 외마디를 지르며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준석이는 미처 발길질을 거두지 못했다.

준석이의 발길질이 향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향미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식탁 옆으로 날아갔다.

향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준석이가 몹시 당황하며 향미에게 다가갔다.

향미가 한팔로 몸을 힘겹게 지탱하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준석이가 얼른 부축을 했다.

향미는 울고 있었다.

 

준석씨, 돌아가!”

향미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향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흐느껴 울기만 했다.

향미야, 용서해줘!”

한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다른 손으로 눈물을 훔치던 향미가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지만, 빨리 돌아가 줘. 그리고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마. 우린 이제 끝났어.”

 

준석이는 풀썩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마

향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향미를 준석이가 돌려 앉혀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향미는 더 이상 울고 있지 않았다.

얼굴이 차갑고 냉정하게 굳어 있었다.

 

준석씨! 준석씨 입장은 충분히 이해해. 부모님이 결혼 채근하시는 것도 잘 알고, 부모님들의 심정도 이해해. 그러나 우리 현실을 봐. 우리 수입에 언제 집을 장만하겠어. 집도 없이 전셋집 전전하면서 애를 키우고 싶지 않아. 애들은 또 무슨 돈으로 키울 건데? 우리는 직장에서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잖아.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데, 결혼만 덜컥하고 뒷감당을 하지도 못할 거잖아. 나도 안정되게 살고 싶어. 그렇지만 우리 현실을 봐~”

살면서 나아지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그리고 준석씨가 방금 우리 냥느에게 발길질 해댄 것 기억하지? 어떻게 내 소중한 냥느에게 발길질을 해? 준석씨는 화가나면 아기에게도 발길질 할 사람인 것 오늘 알았어. 나는 그런 사람과 더 이상 같이 못 지내.”

이까짓 고양이가 뭐라고! 고양이 때문에 나랑 헤어지겠다고?”

이까짓 고양이라고? 내가 냥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을 해?”

안다, 너무도 잘 안다! 자기는 컵라면으로 저녁 때우고, 고양이는 몇 천 원짜리 간식을 먹이지. 여행가서 우리는 민박을 하고, 고양이는 호텔에 보내지

왜 그렇게 비아냥대? 내게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뿐인데!”

사람에게 그렇게 소중해봐라

냥느도 내겐 소중한 가족이야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서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한 채 한동안 말없이 그렇게 있었다.

잠시 후, 준석이가 말했다.

그래! 우리 이렇게 끝내자. 너는 사랑하는 네 가족 냥느님과 할딱이랑 잘 살아라!”

준석이가 현관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그래도 향미는 꼼찍도 않고 그대로 앉아만 있었다.

 

모두 내 잘못이다.

준석이의 머리에 휴머져엄이 사라지도록 관리를 잘 못한 내 책임이었다.

나는 집사에게 다가가 눈 키스를 하며, 향미를 앞발 안마해줬다.

향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나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내 털에 얼굴을 묻었다.

내 옆구리가 향미의 눈물 때문에 따뜻해졌다.

 

나는 집사에게 미안했다.

향미야, 네 머리에 휴머져엄을 넣어서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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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2-02-13 오전 11:42: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무리가 깔끔해서 좋네요.
파송송 넣어 잘 끓인 콩나물국 식혀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 얼음 몇 덩이 띄워 들이켠 느낌입니다.

군더더기가 없어 좋은
독자를 가르치려하지 않아 좋은
읽는 이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 좋은 글이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신인 선배님의 평론이 제 글보다 훨씬 좋아요!^^
고맙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신사;야스쿠니]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격려주시고, 부족한 점 일깨워주세요~~^^💙💛💚💖🧡
HaceK |  2022-02-13 오후 2:59: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향미의 냉정한 판단이 돋보입니다.
이런 경우 남자쪽보단 여자쪽에서 더 현실적인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인 젊은이들에게 어려운 이 현실이 빨리 바뀌어야 하련만,,,
늘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글도 많이 격려해주세요!^^💚💛💙
예뜨랑 |  2022-02-14 오전 10:54: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문체가 훌륭합니다
저도 닮고 싶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신인 [예뜨랑]님의 칭찬에 조금 당황(?)했어요^^
'문체'를 칭찬해주셔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격려에 몸이 부웅 허공에 떴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엄청 고맙습니다.💖💖
一圓 |  2022-02-18 오후 4:29: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뿌려지는 휴머져엄이 존재하고
그 때문에 사람에 마음이 이곳저곳 원치 않는 방향으로
끌려 다니고 있는 건 아닌 가하는 생각이 커집니다.
짧다고 느껴지는 아쉬움은 더 봤으면 하는 욕심이겠죠.  
⊙신인 현실에서도 많은 상황에서 다양한 휴머져엄을 우리는 맞닥트린다고 저는 생각합
니다. 자신을 간수하기가 무척 어려운 세상임에!
혹시 이번 글이 아쉬우시다면 다음 글을 부디 많이 사랑해주십사 부탁드려봅니
다!^^ 고맙습니다!
지니그니 |  2022-02-19 오후 6:32: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럼 이 소설은 마무리를 한 것이군요. 대단합니다.  
⊙신인 네. 이렇게 끝을 맺어보았습니다.
저같은 아마추어에게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그저 부족함에도 부족하다 질책하지 않으시는 기우님들 덕에 용기를 얻어서 계속
해나가고 있을 따름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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