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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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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2020-05-09 오후 1:35 조회 714추천 8   프린트스크랩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고 정부가 발표하였다.
그 덕택인지 아내의 오월 모임이 이루어졌다.
첫째 주 목요일.
아내와 딸애가 모임에 가면 나는 점심시간에 해방이 되는 것이다.
그날이면 나는 (ㄷ) 해장국집에 간다.
아내와 딸을 데리고 한두 번 그 식당에 갔었는데 집이 너무 누추하여서 아내와 딸은 다시는 그 집에 안가겠다고 선언한고로 나는 한 달에 딱 한 번 첫째 주 목요일에만 그 집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두 달간 아내의 모임이 최소 되었으므로 석 달 만에 그 집에 가게 되는 셈이었다.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그 집에서의 소주 한 병을 글로 써서 이미 친구들에게 각인된 그 집이다.


화요일 이었다.
소주 한 병을 썼듯이 이번에도 멋지게 무언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슨 주제로 글을 쓸 것인가?
좋은 글들을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뚜렷하고 건전하다.
그런데 내가 쓰는 글은 별다른 전달력도 없고 횡설수설 그저 술주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던가?
반성이 되었다.
시를 쓰는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생각난다고 바로 바로 글을 쓰는 것이 좋은가?
좀 묵혀두었다가 제대로 익었을 때 써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결심하였다.
 “그래, 이번에는 글을 쓰지 말자. 그냥 나 혼자서 즐기기만 하자.”


수요일에 딸애가 선언을 하였다.
 “아빠, 내일 점심에 술 드시지 마세요.”
이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선언인가?
술을 마시지 말라니, 간신히 며칠간 운기조식 하여서 내일 술을 마실 기력을 회복해놓은 마당인데.

딸애가 몇 가지 조건을 걸어놨지만 나는 모두 무시 하였다.


나는 감히 자부하였다.
연정화기를 깨달았노라고.
연정화기라고 하니 웃음이 번지는 나의 무식한 비유가 생각났다.
[막걸리를 데워서 증기를 위로 올리는 것이 연정화기요,
그 증기를 모아서 소주를 만드는 것이 연기화신이요,
그 소주를 마셔서 취하는 것이 연신환허이니라.]
신께서 이 비유를 보면 무척 노 하실 것 같다.
“예끼 이놈, 꿀밤 한데 맞아라.”
“아야, 왜 때려요. 말로 하시지.”


드디어 목요일 아침이 되었다.
 이번에는 아침운동을 기천의 정공인 내가신장에서 동공인 기천수로 바꾸었다.
 ‘빠바박’ 매서운 주먹과 발길이 가상의 적을 향해서 내질러졌다.
신문을 보면서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며칠 전에 친구가 보내온 카 톡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 내용에는 아침에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의 목록이 나열되었었다.
바나나며, 고구마며, 토마토와 우유까지는 이해가 되었는데 결국에는 커피와 빵까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입 바깥으로 나왔다.
 “제기랄. 그래도 나는 먹으렵니다.”
아침을 먹고는 책상 앞에 앉았다.
컴퓨터가 들어오기를 틈타서 대수학책의 확대체를 잠시 훑어보았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독서백편의자현’이 허구가 아님을 여실히 깨달았다.
인터넷 바둑대국 한 판을 가볍게 이기고 나니 딸애와 아내가 일어났다.


11시가 조금 넘어서 식당으로 출발하였다.
평상시에는 두시나 되어서야 점심을 먹었었는데 저녁 때 딸애에게 술 마신 것을 들키지 않으려면 일찍 가서 먹고 빨리 깨어야했다.


식당으로 가는 길 맞은편에 3층 건물이 보였다.
일층이 비어있다.
전에는 은행이 들어와 있었는데 2, 3년 전인가 은행이 나가고 나서부터는 계속 비어있는 채로 있다.
은행이 나가게 된 사연에 관한 여러 가지 소문이 있지만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내와 같이 이 길을 산책할 때마다 아내는 말했다.
“참 아까워, 매번 따박 따박 세가 나왔을 텐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딸애는 핀잔을 주었다.
“엄마는 지금 우리가 건물주 걱정할 때야?”


인도의 보도가 새로운 돌로 포장되어선지 그런대로 깨끗한 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의 길들이 작년부터 대대적으로 보수가 되었다.
냄새나고 지저분하던 길들이 상당히 깨끗해졌다.
수북이 쌓이는 담배꽁초만 없으면 더욱 좋을 텐데.


장터 순대 국 집에서 직진하면 바로 목표한 식당이 나오지만 나는 오른쪽으로 빙 돌았다.
중간에 가끔 가는 보리밥 집이 있는데 혹시 주인이 나와 있으면 지나가기가 미안해서였다.


식당으로 들어섰다.
석 달 전과 같은 풍경이었다.
손님은 약간 줄어든 듯이 보였다.
테이블에 앉아서 소머리국밥을 주문하였다.
배추 겉절이와 깍두기와 가지나물의 기본 반찬이 먼저 나오고, 잠시 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올려놓았다.
수저를 들고 있는데 허겁지겁 사장님이 오더니 뚝배기를 옆자리로 옮겨놓았다.
다슬기 국을 주문한 옆 손님과 헷갈린 모양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소주나 한 병 갖다 주세요.


밥을 반쯤만 국에 말았다.
모두 국에 말아서 먹는 것 보다는 반은 남기는 것이 좋다.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을 때 입안에 느껴지는 차지고 부드러운 흰 쌀밥의 맛,
예전에 꽁보리밥도 먹기 어려울 때는 꿈에서나 그려보던 환상의 맛이 아닌가?


잠시 후에 한 손님이 들어오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테이블이 다 차서 빈자리가 없어서였다.
잠시 둘러보던 손님이 내 앞으로 왔다.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며 허락을 해주었다.
‘하하, 그래도 내 인상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일세.’


왼쪽 옆 자리의 손님들이 바뀌었다.
세 명이 들어와 앉았다.
소머리국밥, 콩나물 비빔밥, 해장국. 세 명이서 모두 제각각의 음식을 주문하였다.
사장이 반색을 하고 이들을 맞았다.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 음식들 접대용으로 잘 해주세요.”
‘이거 손님 차별하는구나. 내가 석 달 만에 왔는데도 반가운 척도 않더니.’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그들은 음식 값을 계산할 때 돈으로 내지 않고 수첩에 적는 거였다.
단골손님이란 뜻이었다.

옆자리의 손님들은 이 근처에 근무하는 사람들 같았다.
나이가 지긋한 한 명이 젊은 두 명에게 롯데월드타워 꼭대기에 올라간 것을 자랑하였다.
고등학교 모임에서 올라갔었다고.
돈을 내고 올라간 거기에서 다시 돈을 내고는 커피를 마셨다고,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훌륭했었다고.
젊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자랑도 하는 것이 부러웠다.
 ‘오, 흘러간 세월이여.’


식당을 나섰다.
진각 종 건물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큰 골목사이로 작은 골목들이 얼키설키 퍼져있다.
 TV에서 영국의 어떤 거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것이 기억났다.
 무슨 문화의 거리라고 하였다.
지금 내 앞에 펼쳐있는 이 골목들도 나에게는 훌륭한 문화의 거리가 분명하지 않을까?

중학교 때 하숙할 때 집 앞의 골목은 좋은 놀이터였다.
힘쓰는 놀이를 할 때에는 나는 시골에서 올라온 무식하고 힘센 놈으로 통했다.
“저놈 촌놈이라 힘이 세.”
골목이 왁자지껄 하도록 놀던 기억이 났다.
결국에는 어떤 집 창문이 열리면서
“야, 공부하는데 방해되니까 떠들지들 마.”
안경 쓴 고등학교 누나의 야단에 모두들 아쉬움을 남긴 채 집으로 향했었다.
지금 골목에는 떠드는 아이들이 없다.
모두들 태권도장으로, 학원으로 바쁜 발걸음들을 옮길 뿐이다.


진각종의 옴마니반메훔 탑을 지나고, 동덕여대의 백주년 기념관을 지나서 뒷동산으로 향했다.
산으로 올라가는 어귀에 보리똥 나무 두 그루가 서있다.
꽃이 모두 지고 열매가 맺었다.
아마 유월 말쯤이면 빨갛게 익으리라.
한 두알 정도 따먹을 수 있을 것이다.
전에 시골에서는 앞산으로 올라가서 한 주전자씩 보리똥 열매를 따오곤 했었다.
그러고 보니 아카시아도 활짝 피어있었다.
그저께 저녁에 어딘지 모르게 나던 향긋한 꽃내음이 바로 이 것이었구나.


산을 올라갈수록 시야가 트였다.
바로 앞에 천장 산이 보이고 멀리 롯데월트타워가 가늘게 서 있다.


산 위에는 마커리트가 무더기로 피어있다.
공원에서 관리중일 것이다.
꽃밭을 지나서 라일락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았다.
사방에는 꽃이 피어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로 이곳이 천국인 모양이다.
옆의 발 지압 장 정자에는 아주머니 세분이 무언가 음식을 싸와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자주 뵙는 할아버지도 지나가셨다.
공원을 계속 산책하시는데 무척 건강하시다
어리숙해 보이시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언젠가 늘씬한 나무 앞에서 무슨 나무일까 하고 궁금해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지나가면서 “팽나무야.” 라고 일러주셨다.


물까치 여러 마리가 몰려와서 꽃밭에서 놀았다.
그들의 날아와 앉는 모습이 무척 우아하다.
참새나 까치처럼 직선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움직임에 곡선이 가미된다.
마치 태권도와 쿵푸가 다르듯이.


자연이 나에게 용기를 준 것인지. 좋은 글 만 꼭 써야만 된다는 법이 있는가?
그냥 모든 글들이 다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허접하고 가치가 없는 글이지만 그냥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푸르른 하늘과 야외에서의 맑은 공기 덕분에 술은 금 새 깨었다.

저녁때는 깔끔한 모습으로 딸에게 자랑할 수 있었다.
“나, 술 안 마셨다.”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20-05-09 오후 3:36: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졸졸 강아지처럼 다라 다녔네요^^
분명 좋은 글은 있겠죠.
글 쓴는 사람들 특히 아마추어들의 겸손은 자격지심이 되기 십상인데
읽는 사람들의 편견도 한몫 한다고 봅니다.
문예지도 아닌데 간판 그대로 선술집 같은 곳 지적인척 하는 진상들 신경 쓰지마시기 바랍니다
전혀 지적인 사람 아니거든요.^^

나 지적인 글 아니다. 하지만 나 넉넉하고 행복하다. 아자!!!
 
짜베 예전 집앞 골목처럼 나작방에 활기가 넘침니다. 선달님이 주름잡던 그 시절에는 못 미치지만 .
재오디 |  2020-05-11 오전 10:43: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나 술 안마셨다 ㅋ~  
짜베 코를 들이대고 킁틍 거리는데 가슴이 뛰는 것을 간신히 진정시켰습니다.ㅎㅎ
虛堂人 |  2020-05-20 오후 10:02: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편한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무위자연한 반은 도통한 포스가 풍기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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