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는 언론 브리핑을 10월 21일 가졌다.

현직 대통령 유고시 승계 서열 및 미 의회 서열이 각각 1 순위자인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 여부는 미국 정계 판도 및 대선 가도 뿐만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서 전 세계 모든 나라에 까지 직간접적으로 파급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장남의 뇌암으로 불운한 사망 이후 대선 출마 거취 표명을 미뤄왔던 그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미국 최고 공직자들의 공직에 대한 의식 수준, 거취를 표명하는 격식 등 모든 면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1. 불출마를 포기한 용단이 신선하다. 사람은 누구나 감투에 미련을 갖게 마련이다. 그 감투가 국가 원수의 자리라면 욕망을 억제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미국은 44 대 대통령을 배출하는 동안, 대선에 출마한 현직 부통령 16명 중 14 명이 당선됐을 정도로 부통령 자리는 대통령으로 올라가는 데 징검다리가 되는 결정적 프리미엄을 갖는 요직이다.  E- Mail 파동으로 인기가 많이 추락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누르고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100 % 장담은 못하지만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그러나 그는 미련 없이 포기하였다. 그가 출마를 포기하게 된 이유도 솔직 담백하여 감동을 준다.

지난 5월 사망한 아들에서 비롯된 충격 등 가족 문제를 극복하고 대선 준비를 하는 데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함량이 미달인데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호시탐탐 대권 야욕에 불타는 우리나라의 소위 잠룡이라는 인사들의 포기할줄 모르는 대권욕과는 퍽이나 비교가 된다.    

2. 대선 출마 포기를 발표하는 장소가 백악관 정원이란 점도 주목할만 하다.

    미국 부통령의 공식 집무 장소는 세 군데가 있다. 대부분의 집무는 부통령 공관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본다. 의회가 개회 중일 때는 통상 의사당(Capitol Bldg.) 상원의장 집무실에 상주하다가 상원회의나 상/하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다. 나머지 한 곳은 대통령 공관이자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부통령 실이다. 비록 부통령실이 백악관에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백악관의 주인은 오바마 대통령이다.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승인 내지는 양해를 했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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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이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은, 그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끝났음을 상징하는 쓸쓸하고 속된 말로 별 볼 일 없는 의식이라고 평가 절하하기 쉽다. 출마를 선언하는 출정식이 아니라 출마 포기 선언 자리로 백악관 사용을 허용한 오바마 대통령의 도량이 그래서 더 너그러워 보인다.  역대 정/부통령간에는 불화와 반목, 아니면 대통령에 대한 아첨만을 보아온 대한민국 최고 권부의 비뚤어진 모습과  비교되는 미국 정/부통령간의 긴밀한 협조와 유대감을 엿볼 수 있다.

3. 그 자리에는 대통령이 함께 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 포기를 발표하는 자리에는 단 세 사람만이 참석한 좀 쓸쓸하고 단출한 자리였다. 바이든 부통령과 부인(The 2nd Lady),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대선 출정식이 아닌 출마 포기 선언 장소에, 배우자 외에 유일한 배석자가 미국에서 최고위직이자 가장 바쁜 위치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간을 내어 그 쓸쓸한 자리를 함께 하고 지켜봐줬다는 점이 우리로서는 참으로 낯 설고 이색적이며 감동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한 때 자신과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미국 정계의 만고풍상을 함께 했던 동지이자 잠재적인 후계자가 퇴장하는 자리를 바이든 부통령의 유일한 상관인 오바마 대통령이 함께 해준 미덕과 아름다움은, 비록 남의 나라 일이지만 기억하고 싶고 우리 정계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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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원이 대선 출마 포기를 발표하는 장소로 청와대​ 정원을 이용하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허용하고 그 자리에 박 대통령이 배석하는 모습을 우리도 불 수 있을까?  그냥 웃지요.

4. 힘든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은 배우자이다.

    우리나라 대선 후보가 출사표를 밝히는 자리라면 후보자 부인이 동석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용두사미라고 출마를 포기하는 장소에  배우자가 함께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   

바이든 부통령은 대통령 출마 여부를 놓고 그간 얼마나 고심을 했을까?  그의 출마를 포기하도록 하는 데 부인도 고려요소였을 것이고 부인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즐거울 때 뿐만 아니라 힘들고 어려울 때 그 자리를 함께 하고 지켜주는 사람은 배우자 밖에 없다는 부부 일심동체임을 보여준 부인의 동석이 보기에 아름답고 격조를 느끼게 한다.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 포기에는 감투보다는 가정과 배우자를 우선하는 미국인들의 의식 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