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을 다녀온 채집관이 서둘러 트리톤 대장군을 찾았다.
“대장군, 사람의 영 중에 우리를 알아보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채집관, 그 무슨 당치도 않은 말이오. 지구의 영이 어떻게 우리의 존재를 본단 말이오.”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을 소상하게 말했다.
“제가 잠시 그 영도 포획하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서둘러 도망치듯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말은 사람의 영 중에 우리 선족과 같은 경지에 오른 영들이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우리 부족에게 매우 위협적인 사건이다. 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충격적이었다. 사람의 영은 아직 미개하여 수십 만 년이 지나야 선족과 같은 진화를 이룰 수 있는 종족으로 여겼다.
그는 서둘러 아트라하시스를 찾았다. 대장군의 보고를 들은 그는 문득 동굴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분명히 미개했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한 종족이었다. 그리고 지구에서 숨어 지낼 때 보았던 생명체들 중에도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다른 품종도 본적이 없었다.
“채집관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돌연변이로 나타난 아주 소수의 사람 영일 것이오. 그렇지만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오.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진 영이라면 순순히 우리의 식량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할 것이오.”
“족장님, 지구에 있는 생명체의 영 중에서 사람의 영이 가장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의미는 그들 중에는 영력이 강력한 영이 존재하고, 앞으로 더 강력한 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대장군의 말이 일리가 있소.”
아트라하시스는 이 일이 부족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불안해할 일도 아니다. 지구의 영들은 아직 미개하다.’
그는 애써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자 노력했다.
“지제수영님이 부득이 7망성형을 다시 펼쳐주셔야겠습니다.”
영채의 비상회의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불안감만 키워놓은 모양새였다. 석달타영의 요청에도 그는 말이 없었다. 얼굴에는 갈등이 확연했다.
‘사람의 영에 대한 보호 가치가 없다는 내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부족해진 내 공력을 모두 쏟아 부어 7망성형을 전개시켜야 할까. 크게 무리를 하면 7망성형이 가능할 것이지만, 그러다가 내가 소멸할지도 모른다. 6망성형만으로도 동, 식물의 영을 보호 하는 것은 충분하다. 내게는 7망성형이 필요하지 않다’
“석달타영님, 제가 공력이 약해져서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는 우회적으로 핑계를 댔다. 솔로몬의 별로 불리는 5망성형은 ‘우주의 기’를 육신으로 불러 내린다. 그보다 강력한 다윗의 별로 불리는 6망성형이 있다. ‘악령방지의 호부’로도 불린다. 이를 뛰어넘는 7망성형을 지제수는 강력한 영력으로 영계에 펼쳐 영계를 이끌었었다. 지금 석달타영은 영계의 위기를 타개하려고. 가치 없는 사람의 영까지도 보호하려고 지제수영의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고 싶지 않아, 진심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구자영이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에 영계에 위기가 닥친 것은 아니니, 그 일은 시간을 두고 논의 하시지요. 우선은 영계의 모든 역량을 모아, 지제수영이 만난 존재에 대한 정체를 알아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제 생각에도 그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모하도영이 말을 이었다.
“그럽시다. 우리 넷이 수하의 제자 영들을 모두 모아서 탐문을 하고 조사를 하면 그것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정체부터 밝힙시다.”
이견이 있었음에도 다행스럽게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렇지만 불안정한 봉합이었다.
묘화는 아들이 몹시 걱정스러웠다.
‘내가 치우를 산중에 홀로 자라게 둔 것이 문제였을까?’
그녀는 자연이 모든 것을 가르친다는 신념에 아직 변화가 없다. 수많은 명산유곡을 찾아다니며 치성을 드리며 산 그녀다. 세상에 부대끼고 살다가도 그곳들을 찾아 치성을 드리면 마음에 가득 차오르는 맑은 기운으로 온 몸의 혈맥마저 한바탕 울렁였다. 그녀에게는 세상보다 자연이 참 선생이었다. 그렇지만 ‘치우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하는 염려가 생겼다.
“엄마, 허공에서 이상한 것이 영들을 잡아가요.”
12간지가 한 바퀴 돌아 12살이 되던 해의 어느 날, 아들이 그녀에게 한 말이다. 신묘한 영들과의 교감으로 사람의 일을 점하는 그녀로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녀는 아들이 아직 신접을 하지 않았고, 박수로 살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녀로서는 더욱 납득이 되지 않고, 납득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신령님! 치우를 보살펴주소서. 아들에게 헛것이 보이고 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말을 내뱉은 그녀는 흠칫 했다.
‘산신령님이 점지하신 인연으로 생긴 자식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다르구나.’
그녀에게 자신은 막을 수 없는 아들의 길이 얼핏 느껴졌다.
영계는 지구에 있는 모든 볼텍스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머잖아 모든 볼텍스에서 미지의 존재가 관측되었다. 이제야 얼마나 많은 수의 영들이 사라지고 있는지 가늠되었다. 그렇지만 아직 미지의 존재가 잡아간 영으로 무엇에 이용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미지의 존재를 물리칠 방법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영계에 퍼지는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잠재우는 것이었다.
“일 갑자의 영 수천이 모여도 십 갑자의 영력을 달성하지 못하듯이, 영계 전체가 모여도 6망성형을 이루지 못합니다. 또한 우리 셋 선지자영이 모여도 7망성형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제 지제수영님이 공력이 부족하여 7망성형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시니, 제가 공력을 합하여 6망성형을 유지한다면 적어도 영계는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새로 생겨난 영들이 볼텍스에서 영계로 진입하는 과정에 대한 보호망은 구자영님과 모하도영님이 맡아주셔야 합니다.”
석달타영이 간곡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그렇지만 지제수영은 표정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약간의 끄덕임으로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마뜩치 않았지만 어차피 동, 식물의 영도 보호하는 방안이기에 동조를 한 것이다. 완전한 대책은 아니었지만 응급처방은 이루어졌다. 우선 영계를 방어하고 영계에 들일 가치가 있는 새로운 영들을 분별하여 영계로 인도하는 필수 과정에 대한 기본 조치였다.
짧은 기간 동안에 티탄족에는 사람영을 찾는 부족원이 급증했다.
‘소량으로도 효과적인 양분 섭취원이다’
크로노스는 정책적으로 사람의 영을 섭취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포획된 영들 중에서 스펙트럼으로 불량의 영은 선별하여 공급하였다. 그 결과 부족원들에게 사람의 영이 동, 식물의 영과 비교가 되지 않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처음에는 섭취를 꺼렸던 티탄족의 일부 부족원들 마저 이제는 사람의 영을 원하고 있었다.
이런 마당에 사람의 영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히페리온의 보고는 몹시 불편했다.
“대장군, 이제 겨우 부족원들이 사람영에 익숙해지고 있다. 우리 부족을 빠른 시간에 강하게 하려면 계속 양질의 영을 공급해줘야 한다. 그래야 눈족의 족장 아트라하시스를 제거 할 길이 생긴다. 알마스가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그는 영 포획장비인 알마스가 사람영을 포획하는데 성능이 부족한지를 염려했다.
“여전히 알마스는 훌륭한 포획도구입니다. 우리 부족에 의해 지구의 영들이 포획 당하자 영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포획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저항을 겪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그 정도의 저항이라면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생명체라도 죽음 앞에서는 당연히 최대한 저항한다. 그 저항을 이겨내는 것이 또한 천적 아닌가. 다른 생명체를 먹이로 삼는 것이 그 생명체에게는 천적이다. 우리 티탄족은 사람영의 천적이 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전략을 세우든, 기술을 익히든, 알마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거나 개조하든 극복해야 우리 부족에게 희망이 있다.”
그에게는 아트라하시스를 넘어서야 하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차남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장남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