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신인
⊙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영들의 별 선계 1
2025-01-17 오후 5:36 조회 2701추천 5   프린트|스크랩

행성 쿠트나호라

최고의 권위자 아툼(Atum)이 이곳에 생명체의 이상향을 이루었다. 그는 선족의 우두머리로써 행하여야 하는 선한 영도력과, 선족이 보유한 학문과 과학의 정수를 이용하여, 공중과 지상과 물속과 지하의 미세한 생명체까지도 아우르며 완전하고 무한한 선순환 생태계를 완성하였다.

이곳에는 먹이가 되는 생명체에게 먹이를 얻은 생명체가 보내는 경외와 헌사가 존재했다. 생명체의 몸을 내어주는 존재와 다른 생명체의 몸을 얻어야만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가 가지는 결코 끊어낼 수 없는 고리가 악이 아닌 단순한 확률의 문제로 인정하고 인정받는 곳.

잔혹하게 만들어진 DNA의 약육강식 논리마저 저마다의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인정해주며 받아들인다. 이곳의 모든 생명체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내 몸을 얻어야만 생명을 유지하는 저 생명체도, 결국에는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생명체일 뿐임을··· 그래서 이곳에는 악한 먹이사슬이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들의 천국이다.

선족은 그렇게 이루어진 선한 먹이사슬에서 몸을 벗어난 영을 식량으로 삼는 최상위의 먹이사슬에 자리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에는 영이 깃들어 있다. 하루살이의 몸에도, 박테리아의 몸에도, 물속을 휘젓는 고래의 몸에도, 이제 막 부화한 피라미의 몸에도, 수 천 년을 이어온 거목의 몸에도, 어제 온 비로 살며시 싹을 틔운 민들레의 몸에도, 서리를 맞아 시들어가는 들풀의 몸에도, 두 뼘의 좁은 화분에 뿌리를 가득 채운 채 수 십 년을 버텨내고 있는 소나무 분재의 몸에도, 이제 막 화려하게 꽃을 피워 향기 가득한 장미의 몸에도, 그 꿀을 탐내는 꿀벌의 몸에도.

우리에 갇혀 담즙을 생산하는 공장이 되어버린 반달가슴곰의 몸에도, 온갖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물고기의 몸에도, 그 물고기를 먹으려고 노려보고 있는 왜가리의 몸에도, 욕망을 채우려고 귀가하는 여린 소녀를 노리는 늙은 남자의 몸에도, 위험을 눈치 채지 못하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콧노래하며 길을 걷는 아이의 몸에도, 정적을 위험에 빠트리려고 폭력배 하수인과 모의를 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몸에도, 어젯밤에 붙잡아온 여자에게 마약을 주사하고 욕정을 채울 기대에 흥분한 범죄자의 몸에도, 간밤에 득도한 기쁨으로 아침에 떠오른 태양이 찬란한 구도자의 몸에도···

다만, 이 모든 생명체에 깃들어 있는 영이 가지는 가치는 같지 않다. 같아서는 안 된다. 같을 수 없어야 하는 것이 진리다.

 

아툼은 이 진리를 잘 알고 있다. 그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최고의 권위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포식자는 피포식자의 모든 것을 꿰뚫어야 한다. 그래야만 포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체의 영이 식량인 선족 모두에게는 그래서 이는 상식이다.

아툼에게 오늘 아침은 더 특별했다. 어제 밤에 아내가 아들을 분리했다. 선족 족장의 대를 이을 후계자의 탄생이다. 기쁨에 들떠 밤새 고민하며 지은 이름을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그는 매우 들뜬 마음이다.

“몸이 좀 어떻소.”

방식이 어떠하든 후대를 이어갈 생명체를 남기는 일은 모든 생명체가 가진 숙명이고 고통이지만 또한 기쁨이고 행복이다. 선족은 진화의 정점에 있는 생명체로서 때로는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동반하는 인류방식의 출산은 아니지만, 어떤 생명체에게나 후손을 얻는 일은 온 몸의 기력을 다 쏟아야 하는 일이다.

“당신의 마음이 내 고통을 덜어줬어요.”

그녀는 남편의 다정하고 걱정스러운 물음에 밝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아툼은 아내 옆에 뉘어진 아들에게 시선은 둔 채로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우리 아이의 이름을 ‘아트라하시스’로 하고 싶어.”

“네! 부르기 쉽고 용맹스러운 이름이네요.”

부부는 행복한 눈 맞춤을 나눴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는 크로노스를 보며 아툼은 의아했다.

‘저 괄괄한 친구가 오늘은 왜 이렇게 신중하지?’

“족장님께서 귀중한 아들을 얻으신 기쁨을 누리시는데 쿠트나호라에 위험이 닥쳤음을 보고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장군답지 않네.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조심하는 것인가.”

“천문관에서 보고서가 왔습니다. 3천년을 주기로 우리 태양을 공전하는 소행성 하나가 궤적에서 멀리 떨어진 블랙홀의 중력 영향을 받아 궤도가 바뀌었답니다.”

“우리의 과학기술이면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지 않은가?”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투로 말하는 그의 말에 크로노스의 말은 더욱 작아졌다.

“그게,,,, 소행성이 너무 커서 불가능하다는 보고입니다.”

아툼은 책상에 놓인 보고서를 펼쳤다. 그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소행성 직경의 크기가 무려 45km라니!’

그러나 보고서는 소행성의 크기보다 쿠트나호라에 부딪칠 확률을 더 염려하고 있었다.

‘5만km이내까지 근접확률 96%, 충돌확률 85%’

“이 정도의 크기 소행성이 충돌한다면 맨틀의 일부가 뜯겨 나갈 만큼 가공할만한 충격을 받는다. 그렇게 엄청난 재앙의 예상 시기가 불과 15년 후란 말인가.”

너무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내용에 회의에 참석한 모두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쿠트나호라의 문명이 멸망할 위기가 닥친 것이다.

 

마냥 패닉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천문관의 책임자는 이 사태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하세요.”

천문관장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저희가 자료를 충돌확률 85%로 배부를 하였지만, 이는 최소한의 확률 값입니다. 저는 족장님께 지금 당장 종족의 생존프로젝트를 실행하기를 요청 드립니다.”

그의 말에 좌중은 두터운 침묵으로 쌓였다.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의 생존 프로젝트가 있소. 대피를 위한 방안과 탈출을 위한 방안 중에 어떤 플랜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오.”

“쿠트나호라를 버리고 새로운 곳에 정착해서 종족을 이어나가는 최후의 방안을 찾을 시기입니다. 이곳에서 2만광년 떨어진 곳에 생명체가 가득한 곳의 위성에 만일에 대비해서 우리가 구축해 놓은 기지가 있습니다.”

“나도 알고 있소. 그 거리면 우리 우주함대가 워프항법으로 가도 20년은 걸리는 먼 곳인데, 그 말은 지금 천문관장은 소행성 충돌로 인해 쿠트나호라에 멸망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는 말이오?”

“예, 불행하게도 이곳에 크나큰 재앙이 닥치게 되었음을 확신합니다. 소수만이라도 탈출시켜서 선족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길만이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끝장토론으로 들어갑니다. 천문관장의 말대로 준비를 합시다. 다행스럽게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그때 가서 계획을 변경하면 될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탈출할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에게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것을 인정해야합니다. 쿠트나호라가 멸망한다면 그들은 목숨을 건지겠지만, 그곳에서 커다란 생존을 건 도전에 직면 할 것이고, 다행스럽게 쿠드라호나가 이 재난을 피하게 된다면, 그들은 우주 공간에서 수십년을 허비하는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는 탈출비행선에 탑승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자유 의지를 존중해야합니다.”

한참을 술렁이던 좌중이 끝내 결론을 찾지 못하자, 아툼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선 이 사실을 선족 전체에게 알리겠습니다. 그리고 자원을 받아 탑승자를 정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닥칠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일부는 신뢰하지 않았다. 그만큼 탑승 지원자도 많지 않았다.

“우리는 최소한 3,500명의 탑승자가 필요합니다.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입니다. 만약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가 그곳으로 이주를 한들, 선족은 자연적인 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족장의 독려에도 선족 대부분은 쿠트라호나의 멸망을 상상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삶이 평온하고, 안전했기에 위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더구나 위험에 처할 대상이 자신은 아니라는 안이함을 가졌다. 아툼은 결단이 필요함을 알았다.

“부인, 우리 종족에게 나의 결단과 희생이 필요한 것 같소. 당신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지만, 비행선에 아트라하시스를 태웁시다.”

갓 태어난 아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그녀는, 아직 얼굴에서 미소를 미처 지우지 못한 채, 웃음 띤 눈으로 깜짝 놀라 입이 벌어진 혼란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꼬릿글 쓰기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