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손책 날개를 펴다.

                                                                                              실패라는 것은 그다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풍부한 지식으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J.포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손견의 큰아들 손책은 175년 저장성[浙江者]에서 출생했다. 

자(字)는 백부(伯符)이고, 손권(孫權)의 형이다.

이름난 맹장이었던 아버지 손견(孫堅)이 죽은 후 

서주 근처인 강도로 이주했다. 

단양태수에게 몸을 의지했다가 194년 

원술(袁術)의 휘하에 들어가 아버지의 군대를 이어받았다. 

이때 받은 군사는 1천 명이었다.

손책은 원술 수하에서 전쟁에 나가 

원술을 도와 여러차례 큰 공을 세웠으나 

원술은 그를 견제할 뿐 그다지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안했다.

그는 점차 불만이 누적되어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홀로 달을 보고 슬퍼하였다.

그 모습을 본 모사 주치가 원술에게 “부친 손견이 남겨준 

옥새를 저당 잡힌다고”하고 군사 삼천을 빌려달라면 

원술은 틀림없이 빌려 줄 것이니 군사 삼천을 데리고 

강동으로 가서 큰 뜻을 펴자고 했다.

손책은 계책이 정해지자

일단 원술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행동에 착수했다.

그는 원술이 신임하는 부하들을 찾아다니며 

상냥하고 밝게 인사를 하고 

자신이 불효자임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손책의 상냥하고 예의 바른 태도와 그의 효심은 

원술의 주위 부하들 모두 손책의 처지를 동정하도록 했다.

또한 그는 틈틈이 시간만 나면 원술을 찾아가서 공손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자신이 불효자임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원술이 어느 정도 자신을 동정하는 눈치가 보이자 

그는 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어머니와 외삼촌이

양주자사 유요에게 공격을 받아 어려운 처지에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옥쇄를 저당잡히고 군사 삼천을 빌려주면 가서 

외삼촌을 구하고 돌아오겠다”고 하자 

원술은 뛸 듯이 기뻐하며 자신의 부하와 모사들을 불러 

손책에게 군사 빌려 주는 것에 대하여 논의했다.

원술의 모사와 부하들 모두 손책을 동정하여

“군사 삼천을 빌려 주는게 좋겠다”고 말하니 

원술은 쾌히 군사 삼천을 빌려주었다. 

일단 자신의 뜻을 펴고자 한다면 

자신의 뜻을 상대가 눈치체지 못하게 감추고 

근신하며 예의바르고 공손하게 주변사람을 대하고, 

특히 권력자가 총애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도록 해야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눈물이니 눈물을 잘 활용한다면 

사람들의 동정심을 사는 것은 제일 쉬운 방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거나 

군사를 빌려 주는 것은 잘못하면 

자신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 

이같은 이치를 원술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손책 같은 맹장에게 군사를 빌려 주는 것은 

잘못하면 바로 자신이 망하는 길인데 

옥쇄에 눈이 멀어 원술은 미쳐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원술의 모사나 부하들 역시 손책의 사전 공작으로 

손책을 동정하였기 때문에 나중의 일은 생각 할 수 조차 없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호감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는 군사를 빌려주면 그것으로 끝이고 돌려주지 않았다.

원술도 군사 삼천에 옥새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회계공부를 할 때 부채도 자산으로 인정한다.

즉 자산이란 자본+부채이다.

부채가 자산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빌린 돈으로 여러 가지 일이나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본이 오백만원 인데 식당을 연다고 가정하여 보자. 

식당 인테리어 및 기타 집기비품 그리고 재료를 사는데 

총 천 오백이 필요하다면, 자본 오백에 천만원의 부채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부채로 구입한 집기비품 및 기타 식재료에 대해서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이 된다.

따라서 자산의 참뜻은 내가 당장 운용할 수 있는 그런 재화를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은데

손책은 아버지가 남겨준 옥쇄를 이용하여 

군사 삼천을 빌렸는데 그 계책도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부하들에 의하여 이루어 졌으니 

모든 것이 뛰어난 사람들 머리에 달려 있고, 

사람이야 말로 가장 큰 재산이고, 보배이다.

손책은 군사 삼천과 말 오백필의 기병과 주치, 여범 외에 

아버지 손견 때의 장수인 정보, 황개, 한당 등을 거느리고 

원하던 강동으로 갔다.

강동으로 가는 길에 손책과 동갑이며 의형제를 맺은 

주유를 만나 그간의 회포를 풀며, 

자신의 뜻을 말하자 주유는 기꺼이 손책을 돕겠다고 하며, 

아울러 장소, 장굉이라는 두 사람도 손책에게 데려왔다.

손책은 양주자사 유요를 공격했다.

유요는 양주의 자사로 수춘현에 군대를 두고 있었는데 

원술에게 쫓겨 강동으로 건너가 곡아현에 있었다.

유요는 손책이 군사를 일으켜 공격해오자 

자신의 부하 장영에게 나가 싸우라고 했다.

장영이 싸움에 패하여 오자 태사자를 보내 싸우게 했다.

태사자와 손책의 싸움은 막상막하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두 사람은 날이 어두워지자 일단 싸움을 멈추고 

자신의 진지로 되돌아 갔다.

그 이튿날도 서로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손책은 유요를 공격하여 태사자와 서로 갈라놓았다.

그리고 손책은 태사자가 있는 성을 공격하면서 

부하 장수들에게 태사자를 죽이지 말고 사로 잡으라 명했다.

태사자는 싸우다 사로잡히는 몸이 되었는데 

손책이 태사자를 정중히 예우하여 자기편으로 끌여 들였다.

이어서 손책은 오군의 엄백호와 회계군의 왕랑을 치고 

강동지방을 완전히 평정했다.

유요는 태사자가 사로 잡히고 모두 크게 패하게 되자 

형주의 유표에게로 달아났다.

강동에 터를 잡은 손책은 널리 인재를 모으고, 

군사를 동원하여 주인이 없는 강동의 수많은 성을 점령하여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손책은 어느정도 기반이 잡히자 원술에게 사람을 보내 

옥새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원술은 옥새를 돌려주지 않을 뿐 아니라 

한술 더 떠 손책이 군사를 일으킨 것을 문책하려 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원술의 모사가 

손책에게 “서주의 유비를 치면 옥쇄를 돌려 준다”는 

계책을 말하니 원소는 그 계책에 따라 손책을 달래며

“유비를 치면 옥쇄를 돌려 준다”는 서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