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조조 권력과 명분을 얻다.

여포가 서주를 점령한 것을 원술이 알고 많은 선물을 여포에게 보내며

 은밀히 유비를 공격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자 여포의 모사 진궁이 여포에게 말하기를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니 유비를 입술같이 방패막이로 

이용하는게 좋다”고 하자, 여포는 원술의 요청을 거부하기로 하였다.

그는 군대를 동원하여 유비와 원술의 군대가 대치하는 곳으로 가서 

양편의 대장인 기령과 유비를 자기 진영 안으로 청했다.

그리고는 연회를 베풀어 두 진영의 화해를 권했으나 

원술의 명을 받은 기령은 완강히 거절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하늘의 뜻에 따르자며 뜻밖의 제안을 했다. 

“기령장군께서 이토록 완강히 화해를 거절하니 원문 밖에 

내 방천화극을 꽂아놓고 내가 활을 쏘겠습니다. 

그 끝을 명중하면 화해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대로

 전쟁을 하시지요 어떻습니까”하고 제안을 하자, 

기령은 여포가 150보 정도의 거리에 있는 원문 밖의 방천화극 끝을

 명중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생각되어 마지못해 찬성하였고, 

유비는 쾌히 찬성했다.

그러나 여포는 활을 들어 쏘니 그만 한 번에 명중시켜버렸다.

기령은 어쩔 수 없이 유비와 화해에 응하고 군대를 철수 했다.

유비는 여포가 소패에 머물도록 하자 고맙게 여겨 

소패에 주둔하며 한편으로 군사를 모으고, 조련하며 말들을 사들이는 등 

군세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원술은 여포가 헛된 꾀를 써서 일이 망친 것을 알자 분해서 견딜 수 없었다.

원술은 자신의 부하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논의 했다.

기령이 원술에게 “서로 관계가 친밀하지 않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이간질 할 수는 없습니다”.

여포에게 딸이 있는데 서로 사돈을 맺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여포가 승낙하면 그때 여포와 손을 잡고 유비를 공격하고 

나아가 조조를 공격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원술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많은 선물을 가지고 

여포에게 보내 사돈을 맺자고 제안했다.

여포는 진궁에게 의견을 물으니 진궁이 “사돈을 맺는 것이 좋다”고 하자, 

여포는 흔쾌히 이를 승낙하고, 급히 혼인을 서둘렀다.

여포의 딸을 원술 쪽에 보내는 날이 되었다.

진등의 부친 진규는 이 소식을 듣고 병든 몸을 이끌고 여포에게 와서

“장군이 죽을 때가 다된 듯 하여 미리 조문하러 왔습니다”라며, 

원술과의 혼인의 불가함을 말하였다.

여포가 마음을 못정하자 진규가 다시 한번 말하기를

 원술이 딸을 볼모로 삼아 유비를 제거하도록 하고, 

그 후에 여포도 공격하여 제거할 것이라고 말하며, 

원술과의 혼인은 패망의 길이라고 하자 

여포는 그제서야 원술의 계략을 눈치채고 

급히 사람을 보내 딸을 도로 데려오게 했다.

그리고 원술에게는 “딸을 보내는데 조금 시일이 걸린다”고 둘러댔다.

성미가 거칠고 경솔한 면이 있는 장비는 자신의 못된 술버릇 때문에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긴 일이 두고두고 분하고 원통했다.

여포가 산동에서 300여 마필을 사가지고 온다는 소식을 들은 장비는 

마침내 날을 잡아 산 도적으로 변장하고 마필을 빼앗았다.

여포가 이를 알고 노기가 충천하여 군사를 이끌고 

유비가 있는 소패 성을 포위했다.

유비가 깜짝 놀라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여포가 사람을 보내 장비가 자신의 마필을 빼앗은 것 때문에

이곳을 공격하는 것이라 말하니 

유비가 여포에게 찾아가 자신이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며 

여포의 마음을 달래려고 마필 300외에 자신의 100여 마필을 보태어 주니 

여포는 장비를 용서하고 돌아갔다.

그때 원술의 사자가 도착하여 “유비를 죽이거나 사로잡으면 

10만석의 군량미를 보내겠다”고 제안해 왔다.

여포가 모사 진궁에게 물으니 “지금 바로 소패를 점령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니 여포가 군량 10만석에 눈이 어두워 소패 성을 공격했다.

유비는 도저히 여포의 공격을 당해낼 수 없어 어찌할 줄 모르는데

 장비가 앞장서서 여포의 포위망을 뚫자, 

유비는 군사들을 이끌고 허도에 있는 조조에게로 도망갔다.

유비가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러오자 

조조의 모사들은 제각기 합당한 이유를 대며 

어떤 사람은 “유비를 이 기회에 죽여야 한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유비를 살려두어 유용하게 써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조조가 “자신에게 몸을 의탁하러온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한사람을 죽여 천하의 인심을 잃는 것이라며, 

대의명분을 위하여 유비를 살려둔다”고 하며, 

유비에게 병력삼천과 양식 만곡을 주고, 

예주목으로 봉하니 참으로 엄청난 예우를 받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