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온수는 나오는데 바닥에는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나봅니다. 혼자 사는 곳이라 집주인에게

어떻게 말해볼까하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냥 삽니다. 바닥에 덮을 이불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 깔고 달랑 남은 하나를 적당이 몸에 감고 잡니다.

창문이 북향이라 방이 쉽게 눅눅하고 냉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잠시 보일러 돌리면 좋을텐데 하다가도 이제 7월인데라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입니다.

이불을 계속 바닥에 깔아두었더니 이불에 냉기가 스며든 것 같아서 오늘은 개어두려고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겨울용 솜이불을 들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묵직하더군요.

솜이 얼마나 습기를 많이 먹었는지 말입니다. 오늘은 그런대로 날이 맑습니다. 창문을 열어두고

올 껄 그랬습니다. 맑은날 빨래 줄에 한번 널어 탁탁 두드려주면 보송할텐데...

그리고 보니 시골 마당에 전선으로 된 빨래줄과 그 줄을 받이던 장대가 기억납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바둑판이 있는 그 공간을 찾았던 그날도 지금과 같은 때였을겁니다.

낮에 바둑판과 같이 있던 이들은 모두 떠나고

비오는 밤 혼자 바둑판 앞에 앉아있습니다.

바둑알을 잡고 빈바둑판에 탕~하는 소리와 함께 돌을 놓아봅니다.

마치 강가에 앉은 체 우유히 흐르는 강물에 조약돌 하나 던지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때의 느낌.

바둑판이 눅눅했습니다.

오늘과 같이 눅눅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불에서 그때의 바둑판이 생각났습니다.

바둑판의 나무가 살짝 습기를 품은 느낌말입니다.

그 감촉이 아직도 생각이 나는데...

바둑판도 햇볕에 말리고 싶습니다. 보송보송하게 말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