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상대  

                                                                                    저니

제가 바둑을 두는 상대는 모두 예술가 입니다.

오원 장승업 선생이나 겸재 정선 선생의 그림처럼 웅대한 기지를 느낄 수 있는

기개 가득한 포석의 소유자를 만나기도 하고

단원 김홍도 선생의 화폭처럼  부드럽고 온유한 물 같은 포석을 만나기도 합니다.

고려청자와 같은 화려한 행마의 홍길동도 만나고 조선백자와 같은 서민적이고 막걸리 한잔

마셔야 할듯한 평범한 행마로 사라지기도 하는 도공도 있습니다.

남도 명창의 넘어갈듯한 끝내기를 볼 때도 있고 소프라노나 테너의 크라이막스처럼

도저히 끝을 볼 엄두가 나지 않는 마무리의 성악가도 만나기도 합니다.

간혹 제 성질에 맞지 않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누드화가나 불협화음이 가득한

설치 예술가(?) 들을 만나기도 합니다만, 제 안에 예술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은

저 또한 화가가 되어 도공이 되어 또 성악가가 되어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은 오늘 어떤 예술가들을 만나고  계신지요?

혼자 걷는 시간은

                                          저니

혼자 걷는 시간은 잡념을 찍어낸 데칼코마니.

혼자 걷는 시간은 땀으로 빚어낸 빈 항아리.

혼자 걷는 시간은 진실이 울리는 파사지오.

혼자 걷는 시간은,

그렇게 화가가 되고 도공이 되고 성악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