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버스나 전철을 타면 이따금 자리를 양보받는 경험을 합니다.
아마도 염색을 안 하고 나서 검은 머리카락보다 더 많은 흰 머리를 갖게 되면서
부터일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 자리를 양보해도 될 노인(?)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노인이나 임산부 같은 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젊은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데 말입니다.
자리를 양보받는 게 좀 쑥쓰럽고.. 괜히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일부러 전철의 경우에 출입문 옆쪽에 서 있습니다.
어제도 사당역에서 전철을 타는데 나의 전용자리인 문 옆 양쪽에 사람들이
있어서 할 수 없이 통로쪽으로 위치를 잡으려는 데 한 젊은 청년이 일어나
자리를 권합니다. 괜찮다고 사양을 했습니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젊은이도 뽑은 칼을 도로 칼집에 집어 넣지 못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듯
자리에 앉기를 계속 권합니다. 결국 그 젊은이의 의지에 굴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외모도 참 귀엽고 착하게 생긴 젊은이였습니다.
자리에 앉아 가면서 자리 양보받은 특별한 기억들이 떠 오릅니다.
한번은 버스에 올라 서 있는 위치를 잡으려고 몇걸음 옮기는데.. 한 아주머니가
<여기에 앉으세요>하면서 자리를 양보하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을 한 아주머니를
보니 오히려 저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 같더군요.
그래서 제가 <괜찮습니다. 저 아직 젊습니다. 머리만 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얼굴을 자세히 보니 정말 그렇네>라고 하면서 나이를 묻더군요.
예상대로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시더군요.
한번은 버스에서 배가 많이 나온 임산부가 제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 제의도 거절하느라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마음의 작정을 한 뒤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너무 거절해도 마음의 성의를
몰라주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 모습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순박하고 착하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을 통해 보면
학생이고 젊은이이고 얄밉게 생긴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별 것 아닌 조그만 자리 양보를 하는 사람들을보면서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살아가는 세상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구나..하고 말입니다.
문제는 제가 어느덧 자리를 양보하는 입장에서 양보받는 처지가 되어버린
노인(?) 취급을 받는 현실이 저를 슬프게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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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天佑神助
수나써
팔공선달
선비만석
돌부처쎈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