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샌님이 역적 바라듯 남의 떡에 설을 쇠고 싶어한다.

남산골이라고 하면 서울 이태원 근방에 몰락한 양반, 그 유명한(?) '남산골 딸각발이' 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쇠락은 했지만 명색이 양반은 양반이어서 입에 풀칠하기 힘들면서도  법과 예를 무척이나

따졌다고 한다.

얼마나 벼슬길에 오르고  싶었을까?

역모사건이 일어나서 벼슬자리가 대거 비기라도 하면 행여 벼슬이라도 오를까 하는 심리를

비틀어 '남산골의 샌님이 역적을 바라듯' 한다는 말이 나올정도 였으니...

하지만,  요즘처럼 청와대 높으신 양반들이 우수수 중도에 탈락해도 소위 비주류에게 돌아올

자리는 요원한 이야기이듯 남산골 샌님에게는 얼은 똥이라도 먹을 기회는 없었다.

반면에 남의 떡에 설을 쇠는 사람도 있다.

남의 떡이란 일종의 호의다.  그 호의에 설을 거져 쇠었으니 거저 이익을 본 셈이다.

로또복권이 당첨 되던 오래전에 사놓은 땅이 재개발이다 뭐다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야  남의

도움으로 인해 얻어진 이익으로 몰아 붙이기는 어렵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서 개발이 예정된 지역의 땅을

전매해서 이익을 내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야 말로 남의 떡에 설을 쇠는 격이다.

얼마 전, 대운하를 국민이 원하면 하지 않겠노라고 하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들썩이던

운하라인 주변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다.

말을 만든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 느끼게 만든 '고소영' 이니 '강부자' 이니 하는 비유적인

말과 그것도 부족해서 '명세빈' 이라는 이름을 붙여 만든 내각, 그들은 과연 어떤 설을 쇨 것인가?

나 같은 서민도  러쉬아워에  버스를 타면서 그 버스가 신호위반을  몇번 해서라도 남들 보다

빨리 사무실 도착하는  얌체 심보와  퇴근 무렵 친구가 전화해서 술이라도 산다고 하면 입이

트더지게 쫓아가는 거지 심보가 들러 붙어서 살고 있으니

남산골 샌님이 역적 바라듯 남의 떡에 설을 쇠고 싶어하는 마음 똑같다고 해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