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감성 전달
저니
설 이맘때면 연하장 내지 편지를 오십 통 백 통씩 쓰던 시절이 있습니다.
꽤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정성이 들어가서 인지 받는 선배님들이나
친구들이 좋아해서 힘들어도 굳굳하게 보내곤 했는데, IMF에 금융대란이다
뭐다하여 사는 것이 힘들어지고 각박해지던 시기에 답신 편지 하나 받지
못하게 되자 마음 속에 담지 말아야 할 배신감도 들고 자연 편지나 연하장을
보내는 수가 줄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버릇이 있어 때가 되서 인사를 하게 될때면, 편지 대안으로 이메일
이란 놈으로 컴퓨터 자판을 지웠다 썻다 씨름을 하면서 엔터키를 꾹 눌러
보냈는데, 그 이메일 마저 여러 광고메일에 숨겨져서 나 또한 읽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라 내가 보낸 것도 그리 되리라 생각하고 머뭇거리게 되니
초고속 커뮤니케이션 세계에 나의 감성은 전달 되지 못하고 사그러지는
것이 사뭇 아쉽습니다.
몇 년전 핸드폰 메시지를 가지고 한참 고민을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 짧은 단문에 구구절절 담고 쓸 수도 없지만, 그래도 함축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 핸드폰 메시지에 어찌 담아 보낼까 하다 요즘 학생들 처럼
이모티콘 같은 그림문자나 국적도 없는 신생어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역시 저의 느낌이나 기분을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차라리 전화 통화 해서 근황을 묻고 내 어찌 사는지 말해주는 것이
오히려 골 안아프고 편한 일입니다.
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 시골에서는 전봇대에 소리를 지르면 서울까지
소리가 들린다고 믿을 만큼 어리숙하고 순진한 세상에서 이젠 집 밖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집에 있는 보일러가 돌아가고 전자렌지와 밥통에서
저녁식사가 준비되는 기다림의 미학이 없어진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저 또한 진한 잉크냄새가 가득했던 만년필로 오랜 시간의 향기가 베여있는
듯한 장문의 편지를 거의 쓰고 있지 못하지만, 문명을 거부하지 못하고
사는 처지에서는 나름대로의 몸부림은 이렇게 글을 쓰고 글을 나누는 것이
위안이요 행복입니다.
앞으로 세상이 더 바뀌어 이렇게 글로 쓰여진 시각적인 전달이 앞으로
촉각이나 미각이나 다른 감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 그때가 오더라도 저는 저의 식으로 소화해서
저의 식으로 전달하는 행복을 찾을 겁니다.
핸드폰으로 보낸 시 한편으로 구정 이후 찾아올 미래를 열어봅니다.
은행나무 가지마다
간지럽게 솟아나온
잎새들의 재잘거림.
그 소리에 비가 갠다.
구정이후 오로 회원님들의 가슴에 솟아날 은행나무 잎새와 같은 열정으로
삶이 활짝 피어나니라 믿습니다.
작가의 말
김삿갓123
꾹리가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