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둘 줄 안다고? 그럼 ...바둑이 뭐라고 생각하는데...어? 말해바라..’
‘... ... ...’
‘퍼뜩 말해바라 바둑이 뭐꼬?’
여인은 신기한 듯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대뜸 나의 턱밑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고민하는 나를 한번 더 재촉하는 여인의
눈빛은 알콜 때문인지 충혈 되고 힘없이 풀어져 있었다
‘누님...누님이라고 불러도 괘안켓지요?’
‘괘안치 그럼...누님보다 누나라고 하면 더 이뿌지..ㅎㅎ'
'그럼..누나요 근데 여자신데... 바둑을 누구한테 배웠서요 진짜?‘
‘뭐..뭐라꼬? 잘 안들려 다시 말해바라..’
바둑이 무어냐는 질문에 선뜻 답을 찿지못한 내가 대답대신 던진 고육지책의 말 이었다
주점 안을 크게 울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나의 목소리도 그만큼 높아져 있었지만
여인은 그것을 빌미삼아 보들 거리는 귓불을 내 입술에 닿을 듯 가까이 밀착시키고 있었다
코끗을 찔러오는 짙은 화장품냄새 끝으로 느껴지는 미미한 여인의 살내음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귓불 안으로 혀를 밀어 넣고 싶어지는 동물적인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자가 바둑 두는 경우는 참... 드물다구요^^’
‘아...낭군님따라 한수 두수 두다보니 여기까지 온거지 뭐..,그양반이 뭐라드라
나는 바둑 둘때가 제일 섹시해 보인다던데...호호호..‘
‘하하하...그런가요? ^^ 뒷모습만 보면 처녀라고 해도 모르겠던데요’
‘호호호...진짜가? 요거 순진해 보이더니 니 말하는거 봉께 여자 마이 꼬셔겠다
‘뭐하노? 퍼뜩 한잔비우고 우리도 인나서 브루스 함 땡기고 이바구 계속하자‘
‘예? 아...예...’
50대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꽉 낀 청바지는 몸매를 자랑이라도 하듯
감싸 안은 나의 두 손 아래서 도발적으로 흔들거렸다
그리고 한쪽 면 전체를 차지한 유리벽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펼쳐졌다
강변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행렬은 꽤나 운치있어 보였다
<며칠 후>
회사에 출근한 나는 며칠 전 주점에서의 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불혹이라는 나이를 갓 넘기고도 홀로 먹은 나잇살 때문인지 살갑게 대해준 연상의 향기는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었다 연락처를 달라는 여인의 요구에 못이기는 척 핸드폰번호를
적어주긴 했지만 설마 전화가 오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점심 무렵 생소한 폰 번호는 내 핸드폰에서 발신음을 내고 있었다
벨소리가 반복 될수록 알 수 없는 기대는 설레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거기...박현중씨 핸드폰 아니세요?’
들려온 여자목소리는 한껏 목소리를 가다듬어 가늘게 뽑고 있어서 하마트면
웃음이 터질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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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형식을 구하긴 했지만 소설이 될런지 일기가 될런지는
제 스스로도 장담키 어렵네요 ㅎㅎ
형식과 구성에 구애 받지않고 그냥 제 나름데로 즐기려고 합니다
첫글에 선배작가분들의 전폭적인 추천지지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감출길 없었습니다
보여주는 글이기 보다는 아직은 내공과 모든면에서 부족한 졸필인지라
제가 즐기는 방향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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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dori124
딱지구슬
이쁜바둑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