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근처 아담한 단골 기원은 깔끔하고 언제나 은은한 꽃향기가
실내를 떠다닌다.
넓은 창가엔 생화며 조화 그리고 분제나무에 수석들까지
햇빛을 향해 활짝 웃고 있었고
벽면 여기저기에도 조화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아늑함까지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여유로운 주말 아침이다
제일 먼저 기원엘 나온 나는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막 청소를 끝낸
원장님과 수다를 즐기고 있었다
원장은 여유로운때 언제나 투명한 유리잔에 원두커피를 즐긴다
반면 설탕에 프림까지 잔뜩 쏟아넣은 뻑뻑한 밀 쿠커피
일명 '국민 커피'는 내가 좋아하는 스탈이다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던 원장은 잠시 볼일이 있다며 기원을 맡기고
외출을 했고 이제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창가로 자리를 옮긴 나는 사색의 즐거움을 누리기 시작했다
<과거 어떤 가을날>
텅빈 8차선도로에 공허한 바람 한줄기가 지나가듯 나의 가슴속은 그러게
채울 것이 없어 허전해하던 적이 있었다
그날밤 무작정 거리를 나섰고 몇 시간을 부랑자처럼 떠돌던 끝에
찿아 간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7080'라이브주점이었다
70이라는 간판글씨가 반가웠고 뭔가 모를 동질감은 지금 내가슴에
무엇을 채워 줄 것만 같았기에 별 주저함없이 성큼 주점을 들어섰다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과 라이브가수들이 서는 무대는 높낮이의 차이도 없었고
거리의 차이도 없었다 술취한 취객이 비틀거리면 노래하던 가수의 몸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잔술을 마시려고
카운터 앞에서는 언제나 몇명씩
무리지어 자리가 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특이한 것은 남자 손님보다 중, 노년의 여자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
참으로 불가사의한 대목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나에게 날래 보이는 웨이터가 다가와서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조금 구석진 곳이긴 했지만 이곳 분위기가 낯선 나에게는 오히려 관망하기 좋은 곳이었다
'비와 외로움'을 열창하는 여가수의 목소리는 맥주의 옅은 알콜성분과 섞이면서
묘하게 내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그러나 이곳은 분위기를 즐길만한 그런 곳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흑과 백는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에서 서로 부둥켜 안았고
입맞춤도 주저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구경만 하던 나에게 화장을 짙게 한 50대 여인이 큰 궁뎅이로
내 몸을 밀쳐내며 옆자리에 앉고 있었다
'아까부터 혼자서 술만 마시든데...동생은 여기 혼자 놀러완나?'
'예? 아....예.... 여기... 처음이라서 '
'첨? 처음이라꼬... 에이... 그짓말 허지 마라. ㅎㅎㅎ'
'진짠데요 가슴이 답답한 것 같기도 해서 바람쉬러 나와 따가 어떤 곳인가 싶어 들러 본 거에요'
여인의 한 손은 별 꺼리낌없이 나의 무릎에 얹어두고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지지대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아무리 감추려해도 감
춰지지 않는 것이 여자의 손이라고,,
탄력을 잃은 50대의 손등은 번쩍이는 조명아래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동생아 한잔 주 바라...와? 영계가 아이라서 아깝나?'
'아...아...아닙니다 자요 받으소'
'근데.. 동생은 뭐하는 사람이고?'
'그냥 뭐... 평범하게 직장생활하고 있습니다만...'
벌써 취기가 올라 얼굴이 발그스레한 여인은 쉴새없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따분하겠다 퇴근해서 맨날 집에만 틀어박혀있나 그럼?'
'아.. 아니요..뭐.. 바둑도 두고 가끔은 산에도 가고 그럽니다'
'바둑? 니가 바둑을 둘 줄 안다고?'
바둑을 둔다는 답변에 잠시 두 눈을 크게 뜬 여인에게 오히려
내 자신이 놀라고 있었다
바둑이라는 두글짜에 이렇듯 관심을 보이던 여자가 있었던가?
시큰둥했던 여인에게 갑자기 강한 호기심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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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니
BomSol12
딱지구슬
팔공석봉
땅끄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