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간여행자라고 주장하면 과연 사람들이 믿어줄까?
믿어줄지 말지를 떠나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아예 주장도 않았지만..
시간여행자라 해서 자유로이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로 가고 싶다고 해서 곧바로 가는 것도 아니다. 하루이틀 어떤 경우는 한달여만에 불시에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왕년에 시간여행을 가서 사람 머리통만한 다이야몬드도 봤건만 현세로 단 일캐럿도
가져올 수 없음을 알고는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어디 물건 뿐이랴. 과거나 미래 어느때든 내가 역사에 영향을 끼치거나 개인에게도 영향을 준 적은 없었다. 아마 절대자의 섭리나 시간여행계의 철칙같기도 하다.
가본 중에 어느 시대가 가장 좋더냐고 물을 이도 있겠지만 원시시대부터 인류가 멸망하는 1만 2754년...이크 천기누설을...! 하여간 멸망 직전까지도 어느 시대든 사람 살기는 아주 좋았다. 물론 현시대도 아주 좋다. 그럼 사실상 영생아니냐? 아니다 나도 인간인 이상 노화는 피할 수 없으며 섭리란 공정하고 준엄해서 시대를 옮겨가도 결국은 죽는다. 만년전에 죽으나 만년후에 죽으나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그럼 시간여행을 한다해도 아무 영양가 없는 게 아니냐?
실은 전적으로 그렇다. ㅠ 시간여행으로 얻는 이득이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아는 것이 많아져 쓸데없이 부담만 커지는등...두뇌의 회로가 엉켜 지금처럼 아무 의미없는 횡설수설만 늘어날 뿐이다.
물론 추억은 있다. 그것도 각별하고도 가슴아프고 뼈저린 추억이..ㅠ
마지막여행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는 시간여행을 멈춘지 벌써 40년이 넘어간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조선조 광해군 시대로 갔을 때이다. 물에 빠져죽은 아니 죽었다고 믿은 아이를 순전히 선의로 인공호흡으로 살려낸 적이 있다. 그런데 열살아래쪽으로 보인 개구쟁이가 알고보니 열두살이나 먹은 계집애였을 줄이야 누가 알았으리오.
당시의 사회철칙이 얼굴..더구나 입술을 맞댄 여인은 무조건 그 남자의 여인이 되어야 했다. 후회막급하며 아무리 거부해도 말릴 방도가 없었다. 그시대의 사람에게 페미니즘이니.. 미성년이니..시간여행이니가..먹혀들리 있는가 말이다. 사실 죽을 사람을 살려놓은 것만 해도 큰 실수였다. 그로 인해 인과와 업보 시스템이 어떻게 헝클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비구니가 되고 말았는데 내 끈질긴 설득과 교육으로 나중엔 내 여러 헛소리를 믿어주었다.
하지만...
'낭군께선 윤회와..환생을 믿나요?'
솔직히 반 정도는 믿는다고 대답해 주었다.
독실한 불교집안인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 시대인 1960년대에 환생할테니 그때 만나 못 다한 인연을 잇기로 하자는 것이다. 내 말하길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문제는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어질텐데. 어떻게 알아보겠으며 알아본들 과연 사랑이 솟아날지 어떻게 장담하겠느냐?
환생까지 할진대 사랑은 전혀 문제 아닙니다. 낭군님을 보는 즉시 사랑에 빠지게 저는 퍼매퍼매..구랑...포머..그랑.. 뭐라는 거야 포맷?..프로그램?
예. 퍼매구람 되어있을 테니까요. 문제는 낭군께서 저를 어떻게 찾는가인데...
글쎄 그게 문제라니까..수십만..아니 백만명도 넘을 텐데...
경상도에서 태어나도록 해볼게요.
그래도 수만명은 될텐데....
그럼 낭군님이 돌아가셔서..디비?.. 티..티..사람이 전기로 비쳐..나오는..유리판..
티브이.. 텔레비젼?
예, 털러던에 나오면 제가 이내 알아보고 달려갈게요..
이, 이거 봐, 연예인이 아무나 되는 건 줄 알아?
관리도 훈장도 운동 잘하는 사람도 나온다면서요?
이거 봐, 나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냐..난 정말 하잘 것 없는..
난 환생해서라도 낭군님을 찾으려고 하는데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 그 당시의 여인들은 요즘 여인보다 훨 당차고 못말렸다.
남존여비시대였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실은 정반대적인 면이 강하다.
.,.그..그래 가능한한 텔레비젼에 나가보도록 노력할게...
그녀는 살아났음에도 출가하여 평생 독신으로 살다갔을 것이 확실하니 부작용은 거의 없으리라고 자위했건만 무심코 개미 한마리만 밟아도 시스템에 결정적인 파급이 미친다는 전설도 있을진대 누가 알리오.
하여 그후 수십년을 살면서..혹 엽기적인 일을 접하거나..도저히 말이 안되는 현상을 보면 그게 내 탓인 것만 같아 후회하고 자중하며 살아왔다. 물론 나도 기본양심은 있기에 결혼도 피하고 독신으로 살았다. 헌데 그녀는 과연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환생했을까? 당연 그녀는 환생하고도 남을 기질의 여인이다.
그러나. 그녀가 장성했을 80년대부터 나는 텔레비젼에 나가보려고 무진장 애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못나가고 말았다ㅠ 그녀도 이젠 50대가 되었을 텐데...........다시 만남을 내세로 미뤘을까? 아니면 이 글을 보고 즉각 무정하고 무능한 낭군님인 걸 눈치채고 오로로 쳐들어올까?
하여간 다시 광해군시절로 시간여행을 해 볼 참이다.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칠지는 사실 장담할 수 없다. 그간의 경험상 한번도 똑같은 장면이 재생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도 혹여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다.
한바탕 꿈을 꾸었는데..네가 나왔었단다..부디 잘 살아야 한다..행복해야 된다? 는 어디서 많이 본 진부한 대사 같고... 절대 인연이니 윤회니 환생같은 거 믿지 말거라. 그딴 건 인간의 절대고독을 못 깨닫게 하려는 절대자의 우민화정책에 의거한 고도의 세뇌술수란다...? ....내가 말을 하면서도 나도 모를 말이다..ㅠ
...물조심하거라... 뜬금없는 소리를 하며 지나쳐오는 거시...가장 조..케..따.... | .png){kind=logo}
작가의 말
팔공선달
킹포석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