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고기뀐지님의 [들깨밭에서]란 시를 보았다. 

아부지요 

내가 잘못했니더 

아부지요 

내가 잘못했니더 

참 짧고 간단한데 믓 난삽하고 말장난 같은 시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떤 고상한 시보다도 가슴에 닿아오는 바가 있었다. 

얼핏 뭔가 잘못을 저질러 아버지에게 야단 맞은 듯도 하지만..

내게 처음 떠오른 연상은 우연히 들깨밭을 지나던 과객이 멀리 떠난 아버지를 

회고하며 후회하는 불효자식의 모습이었다. 

어느덧 아버지 나이가 되어버린 아들이 이제에 이르러서야 당시의 아버지를 

이해하는 모습이랄까.

불현듯 문득 콧등이 시큰해지며 눈에 물기가 돋는 들깨밭 머리의 중늙은이..

하여간 고기뀐지님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는 못하는 터이지만 간간 촌철의 

유모어라든가 뭉툭한 한마디에 울림이나 감명이 남달랐었다.

헌데 [들깨]는 시작노트 같은 단서도 없어놓으니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글인지 

알도리는 없다.

헌데 왜 하필 들깨일까? 실제 들깨밭에 얽힌 다큐멘터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도 한때 많은 농사도 지어보고 축산도 해보았었다. 

여러작물보다 참깨농사는 짓기가 좀 까다로운 편이다. 

잡초방지를 위한 멀칭(비닐을 덮어주는) 작업도 필요하며 

외줄기인지라 비바람에 잘 넘어져 지주를 해줘야하는 때도 있다. 

벌써 많이 잊었는데 8,9월쯤이 수확기인 것 같다. 

반면 들깨는 어떤가? 수확기는 참깨보다 좀 늦다 싶은데...

들깨는 제초작업에 큰 품도 안들며 도복도 거의 없이 잘 자라는 작물이다. 

병충해도 다른 작물에 비하면 없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아마 들깨 특유의 항균 살충성분이 있는지 모르는데... 

양인들은 들기름에 독성이 있다며 식용을 않는단다. 

하여간 참깨는 서양틱하며 들깨는 된장틱하다. 

하여 들깨는 질박한 우리네 농부를 닮았다고 말하면 어거지가 될까?

아니 농부보다는 농촌 여인네를 더 닮은 것도 같다. 

어쩜 내가 농촌출신이어서 드는 감상일 수도 있겠다. 

누구든 어디 밭머리든 서점이든 어떤 가게든 발걸음이 멈춰지는 장소가 있을 것이지만

내 경운...배과수원이나 콩밭, 보리밭앞에서는 틀림없이 발걸음이 멈춰진다. 

아참, 보리밭에서의 데이트는 사람잡는 짓이지만 들깨밭이 데이트 장소로선 

최고라고 장담한다^^ ...........개갈 안나는 콩밭보다는 훨 낫다. 

아부지요 잘 기시니껴?..ㅠ 

2009년 7월 25일 사이버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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