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친구인가? 
내가 카페쪽에서 자주 논다는 것 알지? 

어느 날 내눈에 [물여우]라는 새로운 대명이 보이는거라.

처음 평범한 글에 인사붙이니 고마워 하면서 맞장구 쳐주더군.

대강 주파수도 맞아서 어쩌다 보면 인사하고 댓글도 나누니 심리적으로 가까워 지더라고.

한 오학년 아줌마 같아. 자네도 알다시피 여자 아님 내가 눈길이나 주는가.

게다가 알고 보니 신앙도 정치소견도 같아놓으니 이건 거의 운명의 만남이지 않을까 싶어지는거라.

그렇게 여러 개월 지나니 좀은 까다롭고 만만치 않은 구석이 있긴 해도 그만함

80점이상인지라 얼굴이 보고파지는 터라 기회를 살피다 어느 날 쪽지를 날렸지.

서울 남부쪽에 사는데 가까운 곳이라면 만나서 차라도 한잔 나누고 싶다고.

시간은 언제라도 장소는 어디라도 물여우님이 원하는대로 따르겠다. 

그녀가 답하기를 나도 [안늑대]님이 조금 보고싶긴 한데 한 가정의 주부고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몸이라서 그건 곤란할 것 같다. 저도 남부쪽에 사는 터지만.

그럼 잘 되었지 않느냐. 가정을 떠나서 자유로운 영혼끼리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는 것인데. 어려울 게 뭐 있느냐. 더욱이 하나님이 옆에서 함께 하실 것인데.

백주에 공원에서 잠시 만나는 것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니잖느냐.

그렇게 한달쯤 교섭하다 낮 두시쯤 나도 그녀도 잘아는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딱 한잔만 마시기로 협상이 타결되었지.

해서 한껏 머리 다듬고 옷 차려입고 향수뿌리고 나갔네? 

카페에 들어가보니 여러 손님이 보이는데 내가 상상한 그대로의 여인 

뒷모습이 보이는지라.

다가가서는...

혹시 물여우님? 

그녀가 돌아보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어.
그녀도 충격을 받았는지 얼어버리더군.

점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고, 아니 내가 시켰지. 그녀 커피취향은 내가 잘 아니까.

커피가 나오도록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서로 시선은 다른 곳에 가 있었지.

커피가 나와도..식어도...

나는 일어서서 정중히 청했지. 물여우님. 공원변에 벗꽃이 죽이던데 산보나 하실까요.

그녀는 순순히 일어나더군. 밖으로 나와서 같이 걸었지. 

나는 물여우님이 글을 쓴다는 것 처음 알았습니다. 문맹이 아니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나름의 생각..감동..아픔이 있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외갓 여자와 이렇게 손잡고 걸어보는 것이 모든 남자의 로망일지도 모르는데. 
물여우님 괜찮다면 팔짱 좀 끼어 주시겠소?

좋구려. 연애 때 말고 이래보는 것도 30년도 더 오래전이구려.

물여우님 손도 이리 따뜻했는데 새까맣게 잊고 있었구려.

아직도 눈치 못 채겠나? 무뎌빠졌군. 
내평생 그리 편안하고 뜻깊은 데이트는 처음이었네.

하여간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나는 말했지. 
'물여우님 숭늉좀 주시지요' 하니 아이들 눈이 동그래지더군.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어이, 물도" "바라. 쫌 치우라마!" 

아님 딸아이 이름으로 불렀었으니...그럴 수밖에...

앞으론 꼬박꼬박 물여우로 부를 참이네. 님까지 붙여서. 

그녀도 나를 이제부터 안늑대님으로 부를 가능성이 많네. 

많은 사람들은 참사람을 찾아다니면서도 진짜 이상형을 몰라보는 것 같아. 

자랑이 길어졌군.

오늘 나는 뜨거운 밤이 될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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